[Review] 명확한 신호 속에서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도서]

인류세를 사는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글 입력 2023.12.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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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비건, 지속 가능함 등의 단어가 요즘 들어 우리 삶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사익을 중시하던 이전의 자본주의와는 달리 지금의 시대는 인간만이 아닌 다른 생명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중시하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문구들이 여기저기 가득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주목해야 하는 정말 중요한 문제는 외면당하고 있는 듯하다.


기후 위기는 인류의 책임이니 이를 위해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환경활동가들의 시위는 미술관에서, 식당에서 이어지며 불특정다수들이 평소에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통해 그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기도 하지만, 또다른 사람들은 이런 내용에 경각심보다는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실제로 해외 어느 국가의 홍수와 산불 소식이 잠깐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하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과 기후 위기로 접어든 현 세태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어렴풋이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도,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모두가 마음을 다해도 개선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내 머릿속에서도 쉬이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왜 사람들은 기후 위기라는 주제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않는가, 오히려 왜 그 주제를 불편해할까, 그리고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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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은 시간”의 저자 최평순은 환경 및 생태 전문 다큐멘터리 PD로 활동하며 환경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대학생일 때 “텀블러 라이프”라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관한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후 “하나뿐인 지구”, “여섯 번째 대멸종” 등 환경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그는 책의 서문에서 2019년 아마존, 호주에서의 화재와 같이 기후위기의 현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이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의문과 답답함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세태를 영화 “돈룩업”에 비유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소행성이 지구에 날아오고 있는 상태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신경 쓰지도 않는 영화 속 이야기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 이유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관련 서적과 자료를 탐구하곤 했다고 책에서 말한다. 그리고 “인류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그 하나의 용어가 이 모든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한다.

 

 
"인류세는 그런 단어다.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소행성 같은 존재“
 

 

무언가를 한 단어로 표현하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은 모호함의 상태에서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과 같다. 환경에만 국한한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들은 ”인류세“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이를 빠르게 적용했다. 저자가 소개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박범순 센터장의 말처럼,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위기의식이 ‘인류세’라는 스토리텔링 하기 좋은 용어“로 나타난 것이다.


인류 문명과 자본주의 시스템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그 문명과 자본주의로 행성을 파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인류세“는 수많은 석학에게 현시대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라 불리지만, 여전히 우리 대중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이렇게 과학적인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힘이 없다는 점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과학의 위치에 대해서도 짚어낸다.

 

저자는 과학자들의 97퍼센트가 기후 위기가 사실이라는 점과 그 원인이 인간 활동임에 동의한다고 책에 명시하며 그 근거를 여러 전문가가 오랜 시간 구축한 데이터를 통해 서술한다. 그러나 전치형 카이스트 교수가 저자에게 말했듯이 한국 사회에서는 과학 그 자체는 신뢰하지만, 기후위기나 백신에 대한 신뢰를 물을 때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과학 지식을 가지고 정책을 펼치는 기관, 정부에 대한 신뢰가 특정 주제에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신, 기후 위기와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관련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에 대한 의심이 해당 지식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불편한 것을 회피하는 사람과 감수하는 사람이 있다."
 


과학에 대한 불신 외에도 기후 위기가 문제임을 알면서도 회피하는 이들의 심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의 말대로 회피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고찰하는 사람들은 매일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안게 된다. 개선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숙제를 떠안은 듯한 무게가 마음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왜 누군가는 그 불편함과 무게를 감수하고 누군가는 외면할까? 왜 명백한 위기를 마주하지 않으려는가에 대한 부분을 저자는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소속인 최지연 교수와의 담화로 책에 풀어낸다. 대체로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자신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 즉 위기가 위기로 느껴지지 않도록 범주화된 사회에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다는 부분과 대다수가 위기를 위기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야기를 듣는 저자와 함께 허탈함을 느끼게 한다.

 

 
"지구에서 인간이 살 땅도 모자란 판국에 그들을 위한 공간은 없다"
 

 

유래없는 산불과 가뭄, 홍수만이 인류세 현장을 가리키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위기에 닥쳤다는 점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직면한 위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저자가 들려주는 IUU(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 쇠돌고래 상괭이 학살, 유리창에 충돌하는 새들과 터전을 잃은 오랑우탄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인간의 욕심으로 또는 그 기준으로 세워진 것들로 인해 안전하게 자리할 곳을 잃어가는 다른 종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저자는 담담히 적어낸다. 사람의 욕심으로 다른 생물들이 점차 자리를 잃어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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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경, 무관심,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세태, 저자가 들려주는 우리 사회가 기후 위기를 대하는 모습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더욱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실패하거나 성과를 얻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 예시들도 우리가 마주할 미래가 부정적인 상황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저자를 포함해 이 책의 모든 구간에서 등장한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의 말과 이력은 그 자체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더하고 있다. 인류세 용어를 만든 파울 크뤼천 박사와 생명 다양성 개념을 확산시킨 에드위드 윌슨 교수 등을 포함해 외면하거나 시선을 둘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향해 계속 현실을 보여주고 외치는 이들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우리가 맞이한 위기를, 미래에 닥칠 위기를 눈에 담는다.


그렇기에 나는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작은 희망을 품어보며 오래도록 마음속에 떠올려본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되돌릴 수 없기 전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진정한 친환경을 위해 나와 모두가 지속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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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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