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은 정신의학을 믿습니까?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글 입력 2023.12.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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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마음을 주제로 수학하며 프로이트에서 시작하여 아들러 등에 이르기까지,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아우르며 다양한 인물들과 이론을 듣고 배웠더랬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정신질환도 다루었다.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도구와 기준 등도 함께였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 잊혔지만, 당시에는 뻘뻘 대며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나도 멋진 임상 심리학자나 상담사가 되는 것을 꿈꾸었으니까. 내가 속할 세상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도 공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난, 오직 '진단'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 진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오진으로 불필요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단지 그 당시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를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보지 못한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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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수재나 캐헐런은 촉망받는 기자였다. 하지만 24이라는 어린 나이에 삶을 뒤흔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정신질환 오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실제 그녀가 앓은 병은 '자가면역 뇌염'이었으나, 외적으로 보이는 증상이 '조현병'과 너무 닮아 있었던 탓에 정신병원에 수감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한 의사의 노력 끝에 자신이 정신질환자가 아님을 밝힐 수 있었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신과 같은 오진 피해자가 어딘가에 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기자 출신으로서, 끈질긴 취재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23년 현재, 우리는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소름이 끼쳤다.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주체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분명 실수와 착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의료사고에서조차 정신질환과 관련된 사건은 보지 못했을뿐더러, 대부분이 생각하는 '정상'의 범주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행동을 하더라도 너무도 쉽게 정신과 감정을 받아보라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세상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조치하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권장하는 것. 사실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해결법이다. 그런데 정신 이상으로 보이는 증상이 신체 질환으로부터 발현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저자 자신이고 그보다 더 유명한 사례가 로젠한의 실험이었다. 그는 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척 연기를 하여 의도적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후 다시 원래의 모습 즉,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했을 때, 의사 및 간호사들이 이를 인지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실험을 하였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그들은 구분하지 못했다. 단지 정신병원에 들어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적인 행동조차 이상 행동으로 여겨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환경의 힘이 이리도 무서운 것이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나라고 다를 것 같지도 않다. 같은 행동이라 해도 가까운 친구의 행동과 정신병원의 환자가 한 행동을 동일선 상에 둘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속 시원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

 

책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정신의학계의 어두운 면모를 가차 없이 지적하고 드러낸다. 진단뿐만 아니라 정신병원의 환경 또한 다루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대우했던 과거의 역사가 현대의 교도소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심리학을 지지하고 애정 하는 나이지만, 거부감이 들기보다 흥미로웠다. 그리고 정신의학 및 정신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독서의 과정이 나와 같으리라 예상한다. 알고 보니 몰라서 놓쳐왔던 부분들이 많았다. 어쩌면 지금껏 그저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좀 더 예민하고 뾰족한 시각이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늘 실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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