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체 안의 삶 - 언내추럴 [드라마]

글 입력 2023.12.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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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단순히 내가 한창 서브컬쳐 콘텐츠에 빠져있을 때 듣던 노래가 드라마의 엔딩곡이라고만 알고 있던 작품이었다. 그러다, 국내로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마침 지인의 추천도 받아 시청하게 되었다.


 

 

옴니버스 구성의 깊이


 

드라마는 법의학자인 주인공과 부자연스러운 시체를 부검하여 그들이 겪은 사연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시체를 부검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매화에 담아내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스토리가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개별의 이야기만으로 드라마가 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 인물의 사건을 함께 진행하면서 작품의 서사를 점차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작품 구성 방식은 애니메이션에서는 <바이올렛 에버가든>, 국내에서는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에서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의외로 드라마에 잘 사용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옴니버스 구성의 특징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옴니버스’란 각기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주제가 하나로 관통되는 구성 방식을 말한다. 각각 개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의 메인 스토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많은 화 수를 필요로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시청자들이 다음 화를 궁금해하기 위해 중심이 되는 큰 사건을 중심적으로 내용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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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옴니버스 구성에도 분명한 장점이 존재한다.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낯섦을 제공해 흥미를 유지하게 만들 수 있다. 또, 한화에서 부가적인 인물이 다른 화에서 주인공이 되거나, 어느 화에서 언급만 되었던 사건이 다른 곳에서 중요 사건으로 다뤄지는 등 작품과 캐릭터를 깊이 있고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실제로 <언내추럴>에서 이러한 장점이 잘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단순히 하나의 사건인 줄 알았던 시체 부검에서 주인공이 오랫동안 쫓고 있던 사건의 열쇠가 되기도 하고, 가벼워 보였던 인물에 깊이를 더해주면서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휴먼 드라마의 정체성


 

누군가가 나에게 작품에 대한 감상을 한마디로 요약해보라 한다면 ‘일본 드라마의 강점을 정말 잘 살려낸 작품’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일본 콘텐츠에는 다른 곳에서 흉내를 낼 수 없는 그들만의 감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춘, 아련함, 추억’ 등 인간성을 자극하는 장르일수록 이러한 강점이 더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 또한 이러한 인간성을 자극하는 ‘한 사람의 지나간 삶’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스토리의 주요 매개체인 ‘시체’를 통해 먼저 인물의 삶이 끝났음을 보여주고, 그 인물의 삶의 풀어내는 방식을 통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을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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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람의 눈물샘을 잔뜩 건드리는 주제를 선택한 후 드라마의 장르를 온전히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로 고정하면서, 시청자들이 이 감정선을 처음부터 쭉 가지고 있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를 살펴보면 추리, 복수 등 메인이 되는 장르를 하나 잡아 둔 후, 로맨스가 곁들여져 함께 진행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몇 시청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드라마의 감정선에 방해가 된다는 아쉬운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게 말해서 ‘시청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맨스’는 가장 대중적이며 사람들에게 피로도를 적게 느끼게 하는 장르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함께 진행하면 기존 시청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맥락이 없거나 스토리에 방해가 된다면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지만, 효과가 좋아서 아직 잘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언내추럴>에서는 로맨스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인물이 자신만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인물들 간에 연애 감정으로 발전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선택 덕분에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명확하게 시청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현재를 살아가면서 과거를 쫓는 사람이다.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고 이들이 떠나가기 전 마지막 모습을 찾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가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현재’는 과거에 대한 회한의 모습이거나 삶에 대한 고뇌를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사랑’이 등장하게 된다면 이야기의 깊이가 깎여나가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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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드라마에서는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을 ‘로맨스’ 대신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미코토는 동료가 절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그런 걸 생각할 시간에 맛있는 걸 먹겠다.’라고 대답한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회피라고 볼 수 있는 이 모습은 우리가 삶의 힘듦 앞에서 가져야 할 모습이 아닐까.

 

 

 

<언내추럴>의 일부라 할 수 있는 Lemon


 

앞서 이 드라마를 처음 알게 된 것이 한 노래 때문이라고 했는데, 사실 노래 자체는 꽤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언내추럴>의 엔딩 곡인 Lemon은 드라마를 보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꽤 알 정도로 상당히 대중적인 곡인데, 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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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 사실을 안 지인이 Lemon은 <언내추럴>을 봐야 완성되는 곡이고, 드라마 또한 노래가 있어야 완성되는 작품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드라마는 보는 순간까지도 그 정도일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첫 화를 끝까지 보자마자 지인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나의 안일한 생각을 바로 반성하게 되었다.

 

보통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한화의 스토리가 모두 끝나고 출연진들의 정보와 함께 엔딩 곡이 시작되는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언내추럴>에서는 이야기의 ‘결’이 등장하는 부분이자 감정적인 면에서 또 다른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는 부분에서 엔딩 곡이 흘러나온다. 그렇기에 음악의 가사 또한 작품의 또 다른 연출로 사용되는데, 가사의 내용이 스토리의 상황과 상당히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시청자의 정서를 더욱 자극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드라마의 한 화가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Lemon이 등장해야 하고, 노래 또한 드라마의 스토리와 함께 하면 듣는 사람을 더욱 자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엔딩 연출 방식에 옛날부터 상당히 흥미가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오란고교 호스트부>에서 이러한 연출을 처음 접한게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단순히 마무리될 수 있는 끝에서 한 번 더 클라이맥스를 터트리면서 사람의 심금을 울려 여운을 오래 남기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쉽게 도전하기 힘든데, 드라마의 한 화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사건의 기승전결과 함께 인물의 서사 또한 충분히 쌓여야만 이 연출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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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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