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꾸만 이끌리는 -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

글 입력 2023.12.2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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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선사하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가 12월 2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했다.

 

그가 이번 영화에 담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헬싱키의 쓸쓸한 두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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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근무하는 안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몰래 집으로 가져오려다 들켜 해고당한다. 조용한 그녀의 집에서는 흥겨운 음악 대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홀라파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며 일터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우울해서 술을 마시고, 술을 마셔서 우울한 삶. 술 없이는 도무지 살아갈 수가 없다. 근무 후 동료와 함께 간 가라오케에서 쓸쓸한 두 남녀가 처음 만났다.

 

서로의 쓸쓸함에 이끌리듯, 자꾸만 어디선가 마주치는 둘이다.

 

 

 

마주침이 잦아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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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사람 만나는 줄 알았어요."

 "내 신발 좀 봐요, 당신 찾느라 다 닳았어요."

 

 

마트에서 해고당한 뒤, 바에서 주방 보조로 일한 안사는 사장이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되는 바람에, 또다시 직장을 잃는다. 자신의 월급날 잡혀가는 사장을 보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인 홀라파가 다가온다.

 

“커피 마실래요?”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두 남녀는 그날만큼은 평범하지만, 행복한 보통의 데이트를 즐겼다.

 

"그럼 또 만날까요? 근데 이름도 모르네요"

"다음에 알려줄게요"

 

그렇게 안사는 홀라파에게 전화번호만을 남긴다. 자꾸만 마주치는 그 남자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며, 다음 만남의 설렘을 남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는 바람에 날려 자취를 감추었다.

 

안사는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보며 실망하고, 홀라파는 그들의 만남을 이끌었던, 우연을 다시 한번 간절히 바라며 둘이 데이트했던 극장을 매일 서성인다. 그들에게 찾아왔던 우연이 한 번 더 그들을 도울지, 앞으로 두 남녀의 인연이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된다.

 

 

 

사랑의 장애물, 삶의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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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은 좋지만, 술꾼은 싫어요." 

 "나도 잔소리꾼은 질색입니다."

 

 

홀라파가 저녁을 먹으러 왔다. 좋아하는 상대방과의 행복한 저녁 식사를 꿈꾸며 새로 식기를 사고,음식을 준비했건만, 술을 찾는 홀라파가 안사는 원망스럽다. 어긋나 버린 마음으로 인해, 기대했던 행복한 시간은 물 건너갔다. 기분이 상해버린 저녁 식사 이후, 둘은 각자의 일상에 집중한다.

 

안나의 집에는 귀여운 새 식구가 찾아왔고, 홀라파는 점차 술에 중독된 자기 상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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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를 결심한 그는 친구와 함께 주점에 가서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때 울려 퍼진 음악이 Maustetytöt의 Syntynyt suruun ja puettu pettymyksin다.

 

'너를 좋아하지만, 나 자신을 참을 수 없다'는 가사는 술을 완전히 끊지 못한 채로는 안사에게 차마 다가가지 못할 거라는 홀라파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렇듯 영화 곳곳에 삽입된 음악들은 영화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킴과 동시에 말 수 없는 주인공의 속마음을 비추는 중요한 요소이다.

 

 

 

핀란드식 유머, 차가움 속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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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재밌는 요소 중 하나이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툭툭 뱉어낸다. 하지만, 그 속에 악의는 하나 없고, 찬찬히 차가워 보이는 문장들을 들여다보면, 따뜻함이 묻어난다.

 

처음에는 이게 뭘까 싶지만, 한번 그 말투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Guardian지의 표현처럼 당신의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줄 영화. 홀라파와 안사의 인연이 어떻게 흘러갈지, 서로의 차가움을 채워주는 따뜻함은 어떤 것인지 직접 극장에서 느껴보시기를.

 

연말을 잔잔하게 채워주는 그 따뜻함은 오래오래 이 영화를 기억하게 할 것이다.

 

 

 

원정민 에디터.jpg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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