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이런 밤, 들 가운데서

그 원형 무대 속에서
글 입력 2023.12.0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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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관객이 함께 둘러앉아 진행되는 공연의 형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왜 이러한 무대 연출을 선택했을지, 관객은 이 공연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우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관객이 마치 '배경'처럼 활용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컨셉에 맞도록, 마치 원탁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연출의 일종.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관객들은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안에 스며들게 된다. 우리에게 아프도록 익숙한 사건들을 하나씩 들춰내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극 안에 몰입한다. 그때, 관객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또 하나의 배우가 된다.


공연이 종반으로 다다르며 황금빛 조명이 무대 겸 객석을 가득 채울 때, 배우와 관객을 구분 짓는 선은 더욱 모호해진다. 관객은 무대, 극장을 넘어서 또 다른 공간에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환상'적인 시공간 안에 놓인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났을 때 느끼게 되는 기분은 사뭇 색다르다. 공연을 다 보았다, 는 느낌보다는 '현실'로 돌아왔다, 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연출의 일종으로 생각되었던 원형 객석은, 공연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마법과도 같이 느껴진다.


몰입도 높은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덮었을 때 잠깐의 어지러움을 느낀다. 나는 종종 그것이 책 속 세상을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비현실적 거리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공연에서 하게 된 것이 상당히 놀라웠고, 또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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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야기가 때로는 두서없이, 때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진행되는 극의 방식은 사실 조금은 난해하다.

 

극의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뻐꾸기 자유와 앵무새 사랑이 이야기의 반복)은 꽤 직설적이지만, 그 주제를 극 중 이야기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은 관객에게 상당히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와닿는 이유는, 그 많은 이야기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가 점점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바로 사랑이다.


연인 간의 애증, 이웃을 바라보며 느끼는 동정심,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까지도 모든 감정의 근원은 사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놓게 되기도 하고, 너를 놓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계속해서 사랑을 찾는, 그 사랑이 담긴 시선이 있기에 이 극은 특별해진다.

 

단순한 텍스트의 나열처럼 느껴지기 쉬운 극의 진행 방식에서 그 이상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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