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워라벨이 언짢아졌다 [사람]

글 입력 2023.12.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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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강의에서 교수님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희는 머릿속에서 워라벨이라는 단어를 지워라"

 

언젠가부터 사람들에게 퍼져 있는 워라벨대로 살아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워라벨은 'work-life balance'라는 뜻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일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최적으로 일을 하고, 여가를 함께 즐길 것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인지하고 있다. 개념만 들으면 달콤하고 손바닥을 마주치게 되는 이 말을 교수님은 왜 잊으라고 하셨을까.

 

교수님의 말씀은 대강 이러했다. 정말 성공하려고 한다면, 워라벨을 즐기는 게 맞을까. 그때그때 최적으로 일하고 즐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더 나아가서의 발전은 언제 할 것인가. 그런대로의 생활에 만족한다면 상관없을 테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우리사회가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굉장히 맞장구를 쳤었다.

 

맞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세상을 점유하고 있으니까. 이미 어떤 조직에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끼리 세상을 이어나가겠지. 나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나는 시작부터 다르지 않은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자아 없이 휘둘린 것일지 모르지만, 교수님 말씀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찔린 기분이었달까.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죽도록 노력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정말 노력해 보고 그런 생각을 했으면 모를까, 열심히 살지도 않아 놓고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니.

 

변명이라면 변명인데 최근에 '행복'이라는 것에 좀 관심이 생겼다.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행복과 멀어지는 기분이라 특별히 생각하지 않곤 했는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대하지는 않더라도 소소하게 행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요 며칠 그 두 개념 사이에서 방황 중이다. 행복하게 사는 것과 더 나은 나를 위해 죽도록 노력하는 삶.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게 꼭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으며, 행복하게 산다고 더 나은 내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에 더 그런 방황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방황을 하는 데 꾸준하게 쓰고 있던 일기를 읽은 것도 한 몫 했을까. 나의 일기는 대체로 기록형으로 쓰인가. 오늘 무얼 했고, 무얼 느껴서, 앞으로 이렇게 해야지,의 구성으로 이어진다. 내 일기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변화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다. 나는 전부터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그게 조금씩 달라졌다. 나의 '오만함'을 마주한 것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내가 감히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해 왔네, 나 하나도 못 돌보면서 세상을 달라지게 한다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없는 양가감정에 빠져 있다가 내린 지금까지의 결론은 '나는 행복하고 싶을지라도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구나'하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모르는 이들과 나누고 싶고, 많은 이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다. 공리주의적인 생각인 걸까.

 

어느 시기의 내가 너무 마음에 들면 덜한 부분이 있더라도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살리라 생각했지만 내심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인가 보다. 미련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다. 솔직히 지금도 나는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적어도 지금은 워라벨을 잠시 잊도록 해야겠다.

 

다른 사람들은 워라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추구해야 하는 것? 지양해야 하는 것? 경계해야 하는 것? 어느 의견이든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워라벨보다는 조금 더 신실하게 노력해 보자는 이야기를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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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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