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잠시 요정이 되어볼까요? - 요정처럼 생각하기: 로렌 차일드展

사실 우리는 요정이에요
글 입력 2023.12.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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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귀족


 

여까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영국의 그림책 작가 로렌 차일드의 차일드(Child)가 '어린이'를 뜻하는 가명인 줄 알았다.

 

아무래도 그녀의 그림에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오해했다. 알고 보니 차일드(Child)는 10세기부터 14세기까지 군인 계급에 해당하는 중세 영국의 귀족 가문의 성이라고 한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이름이 아닌, 보수적이고 귀족적인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은 대담하고 솔직하다. 21세기 현대 가족구성원들의 삶을 재치 넘치게 보여준다.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일상의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또한, 거침없는 라인, 튀는 컬러, 화려한 패턴에서 그녀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냥 대충 그린 거 아니야?" 그 정도로 로렌 차일드의 그림은 자유분방하다. 힘을 들여 공들여 그린 그림이 있지만, 로렌 차일드는 최대한 힘을 빼고 그렸다.

 

선이 삐져나오면 삐져나오는 대로, 모양이 틀어지면 틀어지는 대로, 그 맛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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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그린 그림의 비밀


 

그러나 반전은, 로렌 차일드는 연필과 콜라주 기법을 애용한다는 것이다.

 

연필과 콜라주 기법이 어때서?

 

아마 그림을 한 번이라도 그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연필은 실수를 만회하기 가장 좋은 미술 도구이며, 콜라주는 오리고 붙이며 최최최종_수정(.jpg)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 같은 기법이다.


실제로 로렌 차일드는 연필로 대상을 작게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연필로 그리면 언제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펜과 잉크로는 못그린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연필로 스케치를 마친 후 스캔을 뜨고 디지털 작업으로 선을 깔끔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그 선을 인쇄하고, 그 위에 본격적인 채색과 콜라주 작업을 한다.

 

대범해 보이는 그림과는 달리 그녀의 작업 방식은 꽤 소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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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단순함  


 

로렌 차일드의 그림은 단순하다. 그러나 단순함은 누명을 쓰기 쉽다.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피카소는 추상미술의 대가가 되기 전, 오랫동안 소묘를 그렸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이름을 짓기까지 수많은 네이밍에 실패했다. 로렌 차일드도 마찬가지였다. 연필로 공들여 그린 그림을 뗐다 붙였다를 무한 반복하며, 단순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


본 전시에서는 가장 유명한 <찰리와 롤라> 시리즈와 초기 작품인 <클라리스 빈>과 <요런 고얀 놈의 생쥐>, <꼬마 천재 허버트>, <착해야 하나요>, <매리 포핀스>, <삐삐 롱스타킹>, <시크릿 가든>, <공주님과 완두콩> 등 그녀의 콜라주 삽화 연대기를 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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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이자 섹션 5에 소개된 책 <요정처럼 생각하기>는 '타인을 배려하고, 친절한 일을 베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행복한 삶에 있어 이웃이 중요하며,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로렌 차일드는 그렇게 편견 없이 자유롭고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웃과 세상을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로렌 차일드를 보고 떠오른 두 단어가 있다. 바로, 차일디쉬(Childish)와 차일드라이크(Childlike)이다. 어근 Child에 어미 -ish, -like가 붙어 '~한, ~같은' 뜻으로 번역된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뉘앙스는 완전히 반대다. Childish는 '애 같은, 유치한', Childlike는 '아이 같은, 순수한'이라는 뜻이다.


내게 로렌 차일드의 전시는 차일드라이크(Childlike) 그 자체였다.

 

30살 어른도 아이처럼 동심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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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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