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이곳에는 나밖에 없다

글 입력 2023.12.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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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혼자 뉴욕 여행을 떠났습니다. 1년 전까지는 혼자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사람이 무슨 용기로 미국행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막연히 ‘시간’이라는 것이 주어졌기 때문이었을까요? 모든 결정에 항상 수많은 고민을 거쳤던 저의 평소 모습과는 다르게 뉴욕 여행은 비교적 너무 쉽게 결정되었습니다.

 

뉴욕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과 친구들의 걱정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가보는 미국, 혼자 처음 가는 해외여행. 모든 게 처음인 저에게 그들이 걱정 어린 눈길을 보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평소 익숙한 루트대로 살아가는 제가 뉴욕 여행을 선언한 것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찌 보면 제가 비교적으로 너무 태연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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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도착해서는 정말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운이 좋게도 사소한 친절을 베풀어 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고, 새로운 곳에서 감동과 영감을 가득 받기도 하고, 큰 어려움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의 나였다면, 한국에서 나였다면, 이 여행을 이렇게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지하철 반대 방향으로 잘못 탔어.. 진짜 왜 그랬지? 오늘 하루 시작이 안 좋아’

‘너무 많이 걸어 다녔더니 다리가 너무 아파.. 이제 나가기도 귀찮다’

‘유명하다고 해서 먹었는데 진짜 돈 아까워. 이걸 왜 맛있다고 하는 거야?’

‘지하철역에서 이상한 사람 만났어.. 여기 무서운 동네인 것 같아. 한국 가고 싶다’

‘진짜 비 많이 와.. 왜 하필 내가 여행 올 때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거야 진짜 별로야’

 

생각해 보면 여행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도 있었고 체력은 저를 잘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찾아간 맛집이 알고 보니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고 괜히 긴장하게 만드는 낯선 사람들과 궂은 날씨도 함께 했습니다. 평소였다면 저런 생각들에 하루를 온전히 소비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 나밖에 없다’라는 사실은 저의 하루와 감정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순간순간이 주는 행복감이 삐걱거리는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환경이 숨기지 않을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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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행복감과 순간순간 차오르는 감정들에 눈물을 흘리는 순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곳이 서울이었다면, 제가 그렇게 눈물을 흘릴 수 있었을까요. 혼자 낯선 곳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은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날들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저를 둘러쌌던 걱정들은 ‘Excuse me’로 시작되어 조심스럽게 건네는 질문들로 인해 해결되었습니다. 이곳이 서울이었다면, 제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용기 있게 질문들을 쏟아낼 수 있었을까요. 혼자 낯선 곳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은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평소 같은 생활을 하겠지만 뉴욕에서의 마음가짐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나밖에 없다.’ 어떤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해냈다는 뿌듯함일지, 평소와는 달랐던 나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주는 신선함일지.

 

글쎄요, 앞으로 제가 쓰는 글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여러분이 이곳에서 지켜봐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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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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