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번지점프를 하다 [영화]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걸까, 사랑하고 보니 당신인 걸까.
글 입력 2023.11.1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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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우와 태희는 비 오는 날 운명적으로 만난다. 태희에게 첫눈에 반한 인우는 우연히 학교에서도 태희를 보게 되고, 인우의 소심하지만 적극적인 행동으로 인해 둘은 사귀게 된다. 인우와 태희는 아주 불같은 사랑을 하다가 인우가 군 입대를 하며 이별을 하게 된다.

약 20년 후, 인우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여전히 태희를 첫사랑으로 마음 깊이 남겨두었다. 하지만 인우 반 학생인 현빈에게서 자꾸만 태희의 모습이 보인다. 새끼손가락을 펴는 버릇도 똑같고, 태희의 라이터를 가지고 있기도, 태희가 했던 말들을 그대로 하기도 한다. 인우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하며 현빈과의 사이를 학교 사람들에게 의심받고 비난받는다.

결국 인우와 현빈은 뉴질랜드로 떠난다. 현빈이 인우에게 가는 장면에서도 태희의 모습이 함께 보인다. 태희는 인우를 만나러 가는 날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던 것이다. 인우와 현빈은 뉴질랜드의 절벽 끝에서, 여기서 떨어져도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줄 없는 번지점프를 한다.
 
 
내가 또 누군가랑 사랑하게 될 거 아냐. 
그게 바로 너야.
너 아니면 그 누구와도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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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우는 처음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자신이 남자임에도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며 아내에게 확인을 받기도, 병원을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인우는 현빈이 자신이 그토록 마음 한편에서 그리워하던 태희임을 느끼고 사랑하게 된다.
 
우리는 동성이기에 우정으로, 이성이기에 사랑으로 착각한 순간들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 인우와 현빈은 동성이기에 인정받지 못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 둘이 서로를 조금 더 일찍 알아봤더라면. 아니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았더라면. 그 둘의 결말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마지막에 인우가 '그럼 다음 생에 내가 여자로 태어나면 어떡하지?'라고 하자, 태희는 '그럼 또 사랑하는 거지, 뭐.'라고 한다. 진정한 사랑 앞에서는 성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그 사람이기에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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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는 인우와 태희의 만남이 결코 시작이 아닐 것이고, 인우와 현빈의 만남 역시 결코 끝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인우와 태희가 처음 만나던 날, 비 오는 날 저녁에 인우의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가던 태희는 사실 건물 안에서 인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태희는 우산 속 남자가 인우임을 알았으면서도 아는 체하지 않는데, 이에 태희는 '조심하고 싶었어요. 아는 척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봐요.'라고 말한다. 서로 첫눈에 반한 것이다. 나는 이 운명 같은 만남이 결코 처음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전생에도 사랑했을 것이고, 그 전생에도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니 인우와 현빈의 번지점프도 끝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후에 또 우연히 만나 우연히 사랑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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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해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에 형체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하고 보니 당신인 것일까.
 
인연은 무엇일까. 우연을 가장한 운명인 걸까. 운명을 가장한 우연인 걸까.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당신이 만났다는 것, 그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났다는 것. 인연은 우연일까, 운명일까.

가장 순수했던 사랑은 영원히 기억되고, 불같은 사랑은 영원히 계속된다. 누구에게나 쉽게 잊히지 않는 사랑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지녔다고 하니까. 어쩌면 내가 누군가와 이별하고 만나는 다음의 누군가는 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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