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눈에 보이는 클래식, G는 파랑

글 입력 2023.11.0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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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싫어하진 않지만, 감히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그 또한 망설여진다. 클래식에 내 일상의 일부를 직접 내어주진 않으니까. 그저 들려오는 소리를 막지 않고, 그 순간을 나름대로 즐길 뿐이다.

 

하지만 저자의 일상에는 클래식이 가득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매 순간을 클래식과 함께 한다. 심지어 사랑이 지극해서 뉴스레터를 만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타인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그 속에서 독자들 또한 자신의 소리를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글이 참 따뜻하다.

 

일반적인 클래식 에세이와 다르게 오늘 소개할 책 G는 파랑은 음악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다. 아니, 음악이 중심이긴 하지만 그보다 음악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음악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상상 속으로 안내하는 길을 자신의 경험으로 밝힌다.

 

따라서 글을 읽는 중 저자가 소개하는 클래식 곡들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쳤다. 보통은 직접 찾아 듣기 귀찮으니 다음에 들어봐야지 하고 넘기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읽던 책을 멈추고 유튜브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곡을 다 찾아볼 순 없었는데, 이는 저자가 말한 '이럴 때 들으면 좋아요'라는 상황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저녁에 잠에 들기 전, 비가 오는 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등 특정한 환경을 지정해 주는 곡은 감히 듣기가 어려웠다. 저자가 말하듯, 그 곡을 맨 처음 경험할 수 있는 건 오직 인생에 한 번뿐인 기회이니까.

 

그럼에도, 책에 소개된 곡들 중 책을 읽는 순간 바로 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몇몇 곡들이 있었다. 환경적인 제약이 조금 덜했던 곡 즉, 특별한 순간이 조성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허락이 떨어진 곡들 중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루 해리슨, 다양한 삼중주(Lou Harrison, Varied Trio) - 이 곡을 소개하는 장의 부제는 <인간적인>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작곡가, 루 해리슨은 미국의 현대음악과 인도네시아 민속음악을 접목한 작품을 다수 작곡했다고 한다. <다양한 삼중주> 역시 피아노와 바이올린, 그리고 타악기를 위한 삼중주로 '타악기'가 들어가면서 민속적인 느낌이 확 살아나는 곡인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곡에서는 피아노 역시 타악기처럼 활용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 친구의 공연을 도와주며 이 곡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피아노를 전공한 저자에겐 피아노를 때리며 연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탐탁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자는 당시, 그다지 즐거운 연주가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음악을 맞춰보며, 재미가 더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를 두고 배워서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 순간이라 말한다.

 

저자는 루 해리슨의 <다양한 삼중주>를 소개하며 '자연스러움'의 반대말이 '인간적임'을 알게 된 순간이라 말한다. 개인적으론 그리 와닿지 않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짙은 녹색 나무숲과 잘 어울린다는 표현은 음악을 듣자마자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게 정말 좋은 묘사구나, 하는 생각을 한순간이었다. 모호한 감정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의 마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음악이라는 한 분야만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예술의 영역은 정말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대단한 감수성에 고개를 젓고 말았다.

 

책에서 소개한 모든 곡을 아직 전부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한 곡의 감동만으로도 충분히 책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저자가 소개하는 곡들을 추천하는 방식을 따라 하나씩 감상해 보고 싶다. 더불어 나 또한 이렇게 구체적으로 음악을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히 '좋아'가 아니라, '이 곡은 이럴 때 들으면 좋아. 그러니 네가 한 번 들어보면 좋겠어'라고 자세한 권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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