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대의 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전반]

발 맞춰 걸어갈 수 있기를
글 입력 2023.11.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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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에 간 날이었다. 주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계산 쪽이 시끌시끌했다. 아주머니 몇 분께서 키오스크를 조작하며 난처해하고 계셨다.

 

뭘 눌러야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나? 어려워서 원. 보다 못한 점원이 나섰다. 그는 뒤쪽에서 키오스크를 끌어안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단번에 주문을 눌렀다. 때는 바쁜 점심시간. 지켜보는 아주머니들의 눈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좀 더 한산한 시간이었다면, 이것저것 눌러보다 금방 사용법을 익히셨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후 순서가 되어 음식을 받던 중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주문은 키오스크를 통해서만 해주세요.'


다른 날, 길을 가던 중 중장년층을 위해 무료로 스마트폰 교육을 한다는 단체를 봤다. 처음에는 좋은 일을 하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득 이상한 느낌에 홍보 팸플릿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아뿔싸! 해당 교육을 주최하는 곳은 사이비로 유명한 종교 단체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사이비라 고래고래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때 사회를 뒤흔들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종교다 보니, 어르신들께서 눈치채시길 바라고 또 바랄 뿐.


어쩔 수 없이 세상은 변한다. 키오스크, 스마트폰, 무인 가게 등이 어느새 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한 요즘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체감하는 속도는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속살같이 빠른 변화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배움에 필요한 여유만큼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여유의 부재를 자책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마음이 조급해지면 쉽게 되지 않는다. 사소한 것도 못 한다는 핀잔 대신, 사소만 만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제로 발을 맞춰 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에게도 언제까지나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주위를 돌아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학원에서 아르바이트했을 적, 한 학생이 내게 포스트잇 하나를 내보였다. 포스트잇에 적힌 것은 ‘OOTV’라 쓴 유튜브 채널명이었다. 꼭 구독해 달라 당부하며 개설한 채널을 자랑하는 모습이 새삼 신기했다.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영상을 향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채널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기까지 한다. 영상을 촬영하고, 댓글에 답하고, 구독자 수를 늘린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창작자로서 더욱 풍부한 경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추후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과정에는 코딩이 정규 과정에 포함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컴퓨터 수업이란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 연습하는 시간이었는데, 코딩이라니? 모르던 사이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노인이 될 때쯤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기술이 사회에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 미지의 것 앞에 주눅 들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를 너그럽게 바라봐 주는 사람이 존재하기를.


최근에는 엄마와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에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것을 도왔다. 카카오톡 설치하기부터 이미지 조절하기까지, 컴퓨터와 몇 시간을 씨름하던 엄마는 나중에는 나 없이도 척척 다 해내셨다. 이젠 쉽다며 뿌듯해하시는 모습에 내가 다 기뻤다. 

 

엄마 등을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엄마. 엄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음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안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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