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 앞에서 [문화 전반]

조금 부끄러운 고백
글 입력 2023.11.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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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염세주의자였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은 고통뿐이며 언젠가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우리 삶의 무의미를 탓하며 유한한 존재를 비관하는 투털쟁이였다.

모든 것은 유한하다. 시간도, 마음도, 육체도 모두 바뀌고 사라진다. 이것은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알고 있는 절대적 진리다.

과거의 나는 이 진리에서 허무를 느끼곤 했다. '사라질 존재에 미래를 그리고, 변화를 꾀한 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언젠가 다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텐데, 사람들은 고통과 고난을 헤치며 왜 이리 치열히 사는 것일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치기 어린 생각이었다.

그렇게 무력한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나의 진심에 조금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비관하던 생각과 내가 처해진 상황들을 다 내려놓고 그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 보았다. 재미있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글을 썼고, 전공과는 무관했지만 글을 쓸 수 있는 분야가 재밌어 보여 무작정 공부해서 인턴으로 일을 해보았다.
 
그곳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가 휴머니즘이 필요한 날엔 뮤지컬이나 전시를 봤고, 회색 건물에 마음이 답답할 땐 드넓은 지평선이 보이는 바다로 떠났다.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안 해본 것은 더 많고, 재미있는 것들은 주위에 널렸다. 재미를 찾는 것, 이것이 우리의 본능이지 않나. 직접 움직이며 즐거움을 찾고 성취해 보니 알 것 같았다. 아, 이렇게 즐거워지고 행복해지려고 그렇게들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침대 위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던 2년 전과는 달리 요즘 나는 스케줄이 없는 날이 하루도 없다. 일이든 놀이든, 무엇이든 많이 보고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려 나의 바운더리를 자꾸 벗어나려 하고 있다.
 
현재의 존재에 집중하다 보니 사라질 존재에 대해 허무해할 틈이 없다. 미래의 탄식 대신에 당장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 차있다.

모든 것은 유한하다. 시간도, 마음도, 육체도 모두 흘러가고 바뀌고 사라진다. 이것은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알고 있는 절대적 진리다.

지금의 나는 언젠간 끝날 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한다. 완연한 '지금'을 산다. 똑같은 진리 앞에서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인생은 달라졌다. 확실히 과거보단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매일이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왜 사는지?"에 명확하게 대답할 순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다 보면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부여받은 인생, 고통이든 기쁨이든 다 느껴보면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이들이 고통이 가득한 속에서도 존재의 이유를 발견하는 즐거운 삶을 살아내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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