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물에 담긴 시간 [사람]

선물에는 너와 나의 시간이 담겨 있다
글 입력 2023.10.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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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나의 소중한 친구 K의 생일이다.

 

어떻게 축하해 주면 좋을지, 무슨 선물을 주면 좋을지 며칠째 고민을 거듭했다.

 

작년 생일에는 운이 좋게도 K가 원하는 것을 선물해 줄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운이 찾아와 줄 것 같지는 않으니 더 고민이다.


선물에 대해 고민할 때만큼 그 대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은 없는 듯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슨 옷을 즐겨 입는지, 무엇을 즐겨 먹는지, 평소에는 미처 가지 못했던 다양한 구석구석에까지 생각의 실이 닿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 이걸로는 부족하다.


그럴 때 고마워지는 것이 문명의 이기다. 스마트폰 앨범을 열어 K와 함께 찍었던 수많은 사진을 되돌아본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쌓아 온 추억들이 방울방울 피어나 눈앞을 채운다. 함께 떠났던 여행, 죽치고 앉아 시간을 보냈던 카페, 예약해서 찾아갔던 맛집까지.


그 속에 있는 K를 바라본다. K는 이런 옷이 잘 어울렸구나. 이 옷도 K에게 참 예뻤지. 이런 색깔도 잘 어울리다니, 과연 K는 멋쟁이가 틀림없어!


이렇게 한동안 주접을 떨다 보면 원래의 목적은 잃어버리기 일쑤라, 다시 한번 집중해서 사진을 넘긴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면 폴라티를 가끔 입던 K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 목, 왠지 좀 더 따뜻하게 해주고 싶은데...? 늦가을의 초입에 생일을 맞는 K를 위해, 머플러 겸 목도리를 사주기로 결심하게 된 순간이다.


K의 의사는 그 무엇도 반영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K에 대해 깊이 생각해서 도출된 결과라고 자신한다. 이런데 K가 목도리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그건 조금 슬플 것 같지만 이미 결정했으니 돌이킬 수는 없다.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수확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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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이 넘게 매년 축하하고 있는 K의 생일이지만, 이 기간은 매번 힘들면서도 즐겁다. 물론 여기서 힘든 것은 나의 선물 고르는 센스가 최악에 가까워 이를 어떻게 잘 포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즐거움이 훨씬 크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선물을 고르는 시간만큼, K와 지냈던 순간순간을 가슴 깊이 되새기게 되는 때가 드물다. 그 시간은 나를 벅차게 하고, 이후의 우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은 선물을 주게 되는 대상이, 태어나 준 사실을 축하하는 대상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리라. 내게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네가 고맙고, 네가 좋아해 주기를 바라며 노력하는 내 모습이 즐겁다.


어서 너의 생일이 찾아와, 너에게 이 선물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의 마음처럼, 나는 그렇게 너의 생일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너보다도 더 간절하게.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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