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영화]

사랑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글 입력 2023.10.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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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양>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술이 많이 발달한 어느 미래. 테크노휴먼, 혹은 안드로이드라 불리는 기계의 사용은 일상화가 되었다. 주인공 가족인 미카네 가족도 교육용 안드로이드 ‘양’을 데리고 있다.

 

 

양은 어린 미카에게 중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알려주고, 아버지와 함께 차의 맛을 느껴보고, 어머니와 함께 박제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넷이 함께 4인 가족이 참여하는 댄스 대결에 몰입하여 신나게 몸을 흔드는 모습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단란한 하나의 가족이다.

 

그러나 가족의 구성원이었던 양이 멈춰버리며 영화는 시작된다.

 

미카는 양의 빈자리를 힘겨워하고, 아버지는 양을 되살릴 (재작동시킬) 방법을 찾는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닿게 된 박물관에서, 관장은 양을 재작동 시킬 수는 없으나 그의 기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방대한 양의 기억을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양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바라보는 경험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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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볼 때마다 쉽게 인간 중심적 사고로 작품을 관람한다. 고도로 발달한 로봇은 결국 최종적으로 인간이 되고 싶을 것으로 생각한다던가 동물이 인간의 관점에서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관객들에게, 인간의 눈이 아닌 ‘양의 눈으로’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을 가르쳐준다.

 

멈추어 버린 양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이렇게 묻는다. “양이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요?”라고 말이다. 나도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문득 했다. 감정을 느끼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양은 거의 인간과 다르지 않은데, 그렇기에 그는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가정의 전제는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적이다. 양의 중심을 이루는, 가장 솔직한 기억을 따라갔을 때 우리는 그 어디서도 인간을 이상향으로 생각하거나 인간이 되지 못해 괴로워하는 양을 발견할 수 없다.

 

대신 자신의 방식대로 가족을, 친구를, 애인을 사랑하는 양만 발견할 뿐이다.

 

우리는 가끔, 인간만이 사랑을 할 수 있으며 인간의 사랑만이 완전하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사랑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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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작동을 멈춘 양이 기적적으로 부품을 찾아 다시 움직이는 내용은 없다.

 

양은 식구들과 평범한 하루를 보낸 뒤 아무런 전조 없이 작동을 멈췄고, 그건 양이라는 테크노 휴먼이 맞은 결말이다. 마치 사람이 죽음에서 부활하듯 다시 작동하는 ‘영화 같은’ 시퀀스는 없다.

 

그야말로 끝이다. 양의 삶은 끝났고, 양이 가족들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란 참 예측 불가한 존재라서, 누군가의 끝에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양의 죽음 이후 살펴본 죽음에서 그가 가족들을 사랑했음을 가슴으로 느낀다. 그의 사랑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미카네 가족은 양의 기억을 보며 스스로와 양의 관계를, 그를 생각했던 자신의 마음을 재정립하며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의 사랑은 누군가를 또다시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애프터 양>을 통해 배운다.

 

 
 

박소은 태그.jpg

 

 

[박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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