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스로에게 매몰된 사랑, 독친 [영화]

매몰된 사랑은 해롭다
글 입력 2023.10.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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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포스터.jpg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사랑하는 모습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해롭다. 가족, 친구, 연인 그 어느 관계에서든 배려와 존중이 사라진 사랑은 반드시 서로를 해친다.

 

영화 ‘독친’은 그 중에서도 부모 자식 간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다. 자기확신에 찬 채 완벽한 사랑이라 주장하는 부모와 그런 부모의 모습에 증오와 환멸 사이에서 시들어가는 자식의 모습은 개인의 경험에서 확장하여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까지도 투영해낸다.

 

*

 

딸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엄마 ‘혜영’. 엄마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딸 ‘유리’.

 

다정하고 우아한 엄마 ‘혜영’과 모범생 딸 ‘유리’는 누가 봐도 완벽하고 부러워하는 모녀. 어느 날 등교한 줄 알았던 딸 ‘유리’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모든 것이 흔들리게 된다. 형사는 자살에 가능성을 두지만 ‘혜영’은 인정하지 않는데…

 

하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서서히 ‘혜영’의 삐뚤어진 모성의 진실이 드러나게 되며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독친>은 독이 되는 줄도 모르고 지독한 사랑을 주는 엄마 ‘혜영’이 딸 ‘유리’의 죽음을 추적하며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현실 공포 심리극이다.

 

 

 

울타리가 그림자가 될 때


 

혜영은 여느 부모들처럼 자식을 끔찍이도 사랑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자녀를 인도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삶의 프레임 안으로 딸 유리를 가두고 몰아세운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행동과 딸에게 미치는 영향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법한 딸의 알러지도 알지 못한다. 꽁치와 우유 알러지가 있음을 모른채 머리에 좋다며 먹기를 강권하는 혜영의 모습은 그녀의 관심이 얼마나 일방적이며 학업 성적에 제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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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착한 딸의 모습을 종용하는 혜영의 모습은 더 나아가 폭력적인 형태로 발전한다. 친구관계, 통금 시간, 학교 외에서의 모든 일거수일투족까지 -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경계없이 유리를 지배하고 만다. 그 욕심 뒤에 어떤 사건이 들이닥칠지 전혀 모르는 채로.

 

 


스스로 독을 마시다


 

유리는 알고 있다. 엄마의 사랑이 지나치다는 것을, 이것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같은 반에서 조금 겉돌던 아이돌 연습생 예나와 어울리는 것은 숨통이 트이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예나와 어울리는 것을 알고 소속사에 찾아가 화를 내고, 예나로부터 ‘독친’이라는 표현을 듣지 않았더라도 유리는 이미 점점 한계에 치닫고 있었다.

 

그 단어로 인해 자신의 상황이 좀 더 명확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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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를 지켜만 본 것도 아니었다. 화도 내고 매달리기도 하면서 자신을 지키려했다. 몰래 만든 휴대폰으로 엄마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증거를 모으고 동반 자살 모임에 합류한 것은 그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진짜 피해자는 누구


 

유리의 죽음은 자살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유리를 둘러싼 이들의 슬픈 변화는 막 시작되려 하면서 극은 끝이 난다. 부모의 지나친 사랑으로 혜영과 유리의 이야기를 끝내기에는 사회적 부조리가 너무나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많은 혜영과 유리가 현실에서 고통받고 있을 것이기에 무엇이 변화되어야 할지 알고 극장을 나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혜영은 결혼정보회사의 직원으로, 회원들을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에 익숙하고 그것이 곧 일인 사람이다. 물론 직장과 가정을 분리해 자녀를 대해야 했으나, 자본이 계급인 사회에서 계층 사다리를 단단히 하려는 혜영의 노력은 모든 현대인의 슬픈 단면임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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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와 담임선생님은 각각 부모의 부재, 증오와 외면으로 상처받은 인물들이다.

 

혜영과 같은 부모에게서라도 사랑받을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유리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은 편견과 무심함을 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으로 불리는 관계 자체가 아닌, 그 사랑의 형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했다는 것을 담백히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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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사라지고 유일한 자식이 된 민준은 어떻게 성장하게 될 것인지도 걱정되고 궁금해지는 부분이었다.

 

혜영이 그토록 자녀를 강압적으로 양육한 데에는 자신 또한 그렇게 자라왔다는 것이 어렴풋하게 극에서 드러나지만, 그러핟고 그녀의 잘못이 무마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프지만 과거를 또렷이 바라보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민준도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랑을 주고 받을 때는 누구라도 자신이 아닌 상대를 충분히 생각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 사랑하는 관계라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것이 부모라도.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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