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우리는 문화를 향유하며 인생의 가치 같은 것을 깨닫곤 한다. 속세와 멀어지고 순수만을 남기려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문화보다 더욱 강력히 즐기고 영향을 주는 문화가 있다. 전시회나 책, 박물관 혹은 그 어떤 것보다도 지금 우리 모습을 만들어 주는데 더 큰 역할을 한 문화가 존재한다. 바로 소비 문화다. 물론 문화의 의미와 범주가 전자의 것과 약간 다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문화이므로 오늘 글의 주제로 선정하게 되었다.


나는 라이브커머스 FD로 일하고 있다. 현대 소비문화의 중심이자 트렌드인 곳에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대중적인 소비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소비자는 모바일을 이용해 편리한 구매를 할 수 있고, 판매자는 적극적인 프로모션으로 단시간 매출을 집중적으로 올릴 수 있다. 판매와 구매에 자극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춘 곳이다. 그러나 나는 자극적인 이커머스, 특히 라이브쇼핑이 부상하는 이유로 ‘부담 없는 공간에서의 소비’를 포인트로 뽑고 싶다.


오프라인 매장과 동시에 우리는 구매를 해야한다는 부담을 가진다. 카운터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10년 전만 해도 화장품을 사려면 여러 로드샵을 구경해야 했다. 가게 입장에서는 손님이 나가는 순간 기회를 놓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은 입장과 동시에 장바구니 하나씩을 쥐여주었다.

 

 

 

 

오프라인에서 옷을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게 주인은 우리의 옆에 꼭 붙어 이것저것 대보기 바빴다. 최근 유튜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피식대학의 <05 학번 이즈백>에서는 과거 옷 가게 상인들이 비싼 값에 옷을 강매하는 에피소드가 나온 적 있다. 몸은 부담스러운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가게에 별 다섯 개를 기준으로 평점을 매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가게 주인의 친절도에는 강매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도 여전히 매장에 들어서면 빈손으로 나가기 어렵다. 묘한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카페에서 비싼 음료를 시켜야 할 것 같고, 소액 카드 결제가 미안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라이브 커머스에 접속하고 나가는 것은 매우 쉽다. 굳이 사고 싶지 않아도 심심하면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 흥미가 떨어지면 뒤로가기 한 번 터치하면 된다. 그리고 구매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길다. 쇼호스트들이 ‘지금 구매하세요’, ‘방송 시간에만 오는 특가’라고 강조하는데 구매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게 주어진다니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예시를 두 개 들어보겠다.

 

집 근처 대형 마트에 갔다가 냉동 치킨을 발견했다. ‘집에서도 치킨을 해 먹을 수 있는 상품이구나’ 생각했다. 시식을 권유하시는 분이 건네주는 작은 종이컵에 담긴 치킨을 먹어본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구매를 당장 고민해야 한다. 다른 식품코너에 갔다가 다시 오기 귀찮기 때문이다. 은근한 구매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라이브 쇼핑을 보던 중 냉동 치킨 상품이 나왔다. 쇼호스트는 엄청난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준다. 배달시켜 먹는 것보다 저렴하니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둥 오늘 엄청나게 낮은 가격과 이벤트에 참여하면 사은품을 준다고 한다. 적극적인 영업에도 나에게 주어진 고민의 시간은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길다. 지금 당장 구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 시간 안에만 사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급해지는 건 내 구매 욕구의 압박이지 지금 당장 구매를 해야하는 부담감이 아니다.


친구와 백화점에 가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았다.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옷은 있는데 많은 옷을 입어보기도 귀찮고, 여러 군데를 둘러본 탓에 체력도 거의 소진되었다. 재고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직원에게도 미안하다.

 

라이브쇼핑에서는 나와 비슷한 체격을 가진 쇼호스트들이 옷을 대신 입어준다. 마음에 드는 옷의재고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채팅창 뒤에서 이런저런 요구도 할 수 있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대로 방을 조용히 나가면 된다.

 

이렇듯 최근 소비는 나의 구매욕을 자극하지만, 물리적인 구매 압박, 심리적인 부담이 없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적극적인 홍보로 인해 심리적인 구매 압박을 주지만, 지금 당장 카드를 꺼내야 하는 부담은 없다. 1시간이라는 방송 시간 안에 물건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고민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라이브 쇼핑의 부상 이유다.


글의 첫 문단, 첫 문장에서 말했던 문화와 달리 속세와 더욱 가까워지는 문화가 있다. 오늘 당신은 이런 문화를 향유했는지 궁금하다. 그 안에서 부담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며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즐기는 자신만의 소비문화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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