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오작교'로서의 4개월

글 입력 2023.10.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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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나의 휴학 전 마지막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예전에는 ‘고급문화’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럼 ‘저급문화’라는 말도 있을까요?”

 

교수님께서 살풋 웃으며 하셨던 이 말씀은 지금까지도 문화예술을 정립하는 나의 가치관으로 남아있다.

 

 

 

문화예술 =


 

[크기변환]classroom-1699745_1280.jpg

 

 

‘고급문화’, 지금 생각해도 꼭 ‘고급’이라는 말을 썼어야 했나 싶은 표현이다. 하지만 이 표현 덕에 ‘문화예술’ 앞에 섣불리 어떤 수식어를 붙이는 것에 주의할 수 있게 되었다. 말하거나 글을 쓸 때, 내가 무심코 향유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표현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 돌아볼 수도 있게 되었다. 이 뒤로 나는 ‘대중문화’라는 표현도 함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문화예술이 ‘급’ 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민주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누구나 경험하며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도, 문화예술에서 쉴 수도, 문화예술을 창조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문화예술은 우리 삶 곳곳의 여백을 채워준다. 때로는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가끔은 인생을 바꾸는 이정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문화예술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고 있는지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쉬이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직도 현실적인 장벽들은 존재하고 있으며, 향유자의 범위가 아직 ‘대중’에 그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문화예술을 잘 이어줄 수 있는 사람. 즉, 사람들의 문화적 접근성을 높여주어 그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내가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은, 이곳과 이곳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이 바로 그 오작교와 같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은 이 플랫폼으로도 닿지 못하는 곳이 있을 테지만, 매개가 또 다른 매개를 낳고, 그것이 또 다른 매개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안 닿는 구석이 없지 않을까.

 

 


에디터 =


 

처음 내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생각보다 소소했다. 일단, 내가 재미있게 본 다양한 작품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 기록하지 않으니 기억 속에서 잊히는 콘텐츠들이 생겨나 아쉬운 적도 많았다.


물론, 이건 블로그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블로그보다 더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했고, 더 ‘정돈된’ 글을 쓸 수 있어야 했으며, 더 많은 이들에게 내 글을 ‘공유’할 수 있어야 했다. 이런 조건이 없다면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트인사이트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플랫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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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자니 어렵고 막막해서 처음에는 꽤 절절맸다. 소재든 내용이든 신중하게 결정해서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독자들이 보는 정식적인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겹치며 부담감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아트인사이트가 추구하는 글이 무엇일지에 대해 떠올렸다. 에디터 모집 공고에는 이런 표현들이 있었다. ‘자신만의 이야기’, ‘저마다의 ART insight’, ‘자신만의 가치와 색이 담긴 글’. 모든 키워드가 ‘나’를 향해 있었고, 내가 이곳에 처음 지원할 때 쓰기로 다짐했던 ‘진정성 있는 글’이라면 충분히 아트인사이트에 부합하는 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4개월간 에디터로 활동하며 나는 열다섯 번 글을 썼다. 열다섯 편의 ‘내 이야기’를 남겼고, 열다섯 번의 ‘매개’를 해왔으니 열다섯 개의 ‘오작교’를 남겨둔 셈이다. 문화예술을 매개하기도 하고, 나 스스로 ‘글’이라는 또 하나의 문화예술을 창조하며, 그것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에디터로서의 경험은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오작교를 통해 새로운 문화예술을 다양한 시선으로 향유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묘미였다) 어쩌면 문화예술을 가장 ‘진하게’ 향유한 것은 에디터였던 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소중한 체험을 통해 내가 에디터를 하는 이유는 처음보다 더욱 견고해졌다.


내가 보고 듣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어서

+ 구석구석 안 닿는 곳이 없도록 문화예술을 매개하기 위해서.

 

 

 

에디터 김지현.jp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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