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 '토스카'가 건네는 물음 - 2023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공연]

과거는 현재를 말하고 있다
글 입력 2023.10.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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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아트오페라단과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조직 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2023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토스카>, <세비야의 이발사>, <그랜드 오페라 갈라쇼>, <빨간 모자와 늑대>, <위대한 청춘 70년>, <영화 속의 오페라> 등 다양한 작품을 일반 대중에게 선보인다.

 

이번 주 금요일 오페라 <토스카>를 보러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 갔다. 뮤지컬은 여러 번 봤지만 오페라는 처음이었다. 연기와 음악이 있다는 점에서 오페라와 뮤지컬은 나에게 비슷해 보였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는 무엇일까? 공연을 보기 전 문득 궁금해졌다.

 

뮤지컬은 주로 인물의 대사와 연기로 이루어진 연극의 형식을, 오페라는 음악이 주를 이루어 대사 역시 노래로 표현되는 음악극 형식을 취한다. 이에 따라 뮤지컬은 배우가, 오페라는 성악가(가수)가 공연을 한다. 뮤지컬은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되어 대사 역시 공연하는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오페라는 음악이 중심이기 때문에 노래 역시 원어로 부른다. 그래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관객들은 미리 작품의 시놉시스를 알고 가야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최종)포스터_토스카.jpg

 

 

오페라 <토스카>는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로서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로마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토스카를 둘러싸고 연인인 카바라도시와 토스카를 남몰래 흠모하는 스카르피아 사이에 일어나는 고문, 살인, 배반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작중 토스카는 질투의 여신으로 그려진다. 성모 마리아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연인 카바라도시에게 푸른 색인 마리아의 눈을 자신의 검은색 눈으로 바꿔달라고 말한다. 카바라도시가 수배 중인 정치범 안젤로티를 숨겨주자 토스카는 이를 보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때 악랄한 스카르피아가 들이닥치고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그는 그녀에게서 카바라도시를 떼어놓기 위해 카바라도시가 미모의 여신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토스카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스카르피아의 말을 그대로 믿게 된다.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안젤로티를 숨겨준 혐의로 체포한다. 카바라도시를 고문하여 그의 신음 소리를 토스카에게 직접 들려준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시를 살리기 위해 안젤로티의 거처를 알려준다. 독한 스카르피아는 이를 듣고도 카바라도시를 풀어 주지 않고 오히려 그를 이용해 토스카를 쟁취하려고 한다.

 

"너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스카르피아, 그는 토스카에게 전적으로 자신의 것이 되라며 그녀에게 욕망을 드러낸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시를 살려내기 위해 스카르피아의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카바라도시와 함께 이탈리아를 출국할 통행권을 요구한다. 스카르피아는 통행권을 써주고 부하들에게 카바라도시를 죽일 시늉만 하라고 명령한다. 욕정으로 또 한 번 다가오는 스카르피아를 토스카는 칼로 찔러 살해한다.

 

 

오페라 토스카 (노블아트오페라단 제공) (5).JPG

 

 

토스카는 고문을 받아 피투성이가 된 카바라도시를 만나고 가짜 총성이 울리면 죽는 시늉을 하라고 귀띔한다. 사형 집행 순간에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리고 토스카는 쓰러진 카바라도시를 깨우지만 그는 이미 죽은 후였다. 스카르피아의 속임에 분노하고 흐느끼는 토스카는 "신 앞에서 만나자"라고 외치며 성벽 아래로 몸을 던지면서 공연은 막을 내린다.

 

전쟁 시대가 배경이라는 점에서 오페라 <토스카>는 인간성의 상실을 그리는데,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스카르피아다. 그는 사랑에 흘리는 눈물이 아깝다고 생각하고, 권력에 사로잡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토스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카바라도시를 힘으로 제압하고 그녀에게 자신의 것이 되라고 강요한다.

 

여기서 스카르피아는 진심으로 토스카를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스카르피아가 그녀에게 욕정을 느낀 것은 맞지만 단지 그뿐일 뿐 진심어린 사랑은 아니었던 거 같다. 물론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토스카를 향한 스카르피아의 흠모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그의 성격과 대사를 미루어 볼 때 애정있는 사랑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또 다른 점은 '여성의 몸'이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의 몸을 원한다. 그는 토스카의 몸을 '재물'로 여기며 그녀를 협박하여 연인 카바라도시를 고문한다. 전쟁에서 여성의 몸을 재물로 도구화하는 일은 흔한 양상이다. 이는 이탈리아 로마 시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병자호란 등 여러 전쟁 시대에도 심지어는 현재까지도 자행되고 있는 일이다. 스카르피아와 같은 인물은 21세기 지금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오페라 <토스카>를 단순히 옛 작품으로 봐서는 안될 이유이다. 과거의 작품이 꼭 과거만을 짚고 있지 않다는 점, 현재라고 해서 반드시 과거보다 진보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카르피아처럼 인간성을 잃은 인물이 등장하는 한편 인간적인 인물도 있다. 사형을 앞둔 카바라도시는 집행관에게 마지막으로 토스카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한다. 카바라도시는 자신이 유일하게 가진 토스카와 맞춘 반지를 건네며 절절하게 부탁한다. 카바라도시가 편지를 쓸 수 있게 종이를 건네고 반지를 돌려주는 집행관의 모습을 통해 전쟁 속에서도 완전히 마르지 않은 인간성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작중 스카르피아에 의해 움직이는 판사의 모습을 통해서 힘없는 공권력이 어떻게 여러 사람들을 무너뜨리는지 엿볼 수 있다. 법이 아닌 스카르피아라는 개인의 잣대에 의해 움직이는 공권력은 지배자 스카르피아의 죽음은 물론 토스카와 카바라도시의 불행을 초래했다. 지배자의 손에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작중 판사의 모습이 그리 낯설게 보이지만은 않다.

 

오페라 <토스카>가 우리에게 건네는 물음은 무엇일까. 오래된 작품을 감상할 때 흔히 빠지는 것이 오래된 작품은 특정 한 시대를 대변하고 있을 거란 착각이다. 역사는 반복되기에 과거의 작품을 통해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진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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