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엇이든 이야기가 깃든 것엔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병이 생겼나 보다! -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도서]

상상력을 키우는 또 다른 방법
글 입력 2023.10.1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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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_표지.jpg

 

 

세계사, 문화, 철학, 신화, 종교까지

7일 만에 끝내는 스토리텔링 미술 수업

 

헬레니즘 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라오콘 군상]부터 잭슨 폴록의 [마법의 숲]까지 반드시 알아야 할 시대의 걸작들을 빠짐없이 소개하며, 그림 속에 담긴 화가의 의도와 인문 지식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20여 권의 베스트셀러 미술서를 써낸 김영숙 작가의 신작으로, 특유의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 덕분에 '처음 미술을 만나는' 독자라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페이지 가득 펼쳐진 재밌는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세계사부터 문화, 철학, 신화, 종교까지 알찬 교양 지식이 담뿍 담겨 있는 것은 물론이다.

 

판면을 최대한 활용한 널찍한 도판 배치를 통해, 책장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마치 '라파엘로의 방'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130여 점의 대표 걸작을 풍성하게 곁들여 페이지를 쭉쭉 넘기는 것만으로도 세기의 미술을 앉은자리에서 모두 살펴보는 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 처음 만나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


 

미술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우리의 삶과 깊이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다가가기 어려운 예술작품이라도, 우리의 삶과 전혀 연관이 없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미술은 인간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학문이자, 인간이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과 동일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수업> 또한 같은 맥락으로 다양한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헬레니즘 시대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인간들이 일구어 온 미술 세계란 밭을 다양한 교양학문의 지식과 얼버무려 설명을 하고 있다.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최대의 장점은 그림에 대한 스토리를 독자들로 하여금 알고 싶게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나만의 아트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게 한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이 책의 표지를 들 수 있다.

 

책의 표지에서는 파격적이게도 누 남녀가 입맞춤을 나누고 있다. 미술계에서 ‘키스’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키스 작품으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있는데, 클림트의 작품과 굉장히 유사한 형태를 가진 작품이 표지에 나와있었다. 클림트의 작품은 남성의 소유욕을 표현했다는 평이 많은 한편 이 책의 표지는 왠지 모르게 여성의 적극적임이 더 드러나는 그림이었다고 생각한다.

 

남성의 어깨에 휘두른 손, 슬며시 뜬 눈. 이 모든 요소들이 여자가 이 남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보였다. 물론 이 이야기가 작가의 의도와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지 않은가. 이러한 스토리를 생각해 내고 실제 작가의 의도와 비교하는 과정 자체가 말이다! 아마도 작가들은 이러한 과정들을 이미 예상하고 그림을 그린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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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책에서는 야포 바사노의 <최후의 만찬>을 소개한다.

 

<최후의 만찬>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스토리가 있다.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가 자신이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제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만찬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게 다가 아니다.

 

이 풍요로운 만찬 자리에 홀로 쓸쓸하게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 검은 옷의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유다’이다. 맞다! 그는 예수를 배신하고 팔아넘긴 반역자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그림 속에서도 그의 미래가 보인다는 점이다.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다의 표정을 살피는 재미가 어마어마하다. 다른 이들은 예수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로 만찬을 풍요롭게 보내고 있지만, 유일하게 불안한 시선으로 포도주만을 마시고 있는 유다의 모습은 매우 초조해 보인다.

 

검은 옷도 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밝고 정직한 베드로의 ‘주황’과는 달리 어둡고 속을 모르겠는 ‘검정’ 옷의 유다가 더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그림의 스토리는 이게 다가 아니다. 대표적인 이야기만 나열해 보아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실제로 그림을 만나고 그 앞에서 대화를 나누며 토론하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무엇이든 이야기가 깃든 것엔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병이 생겼나 보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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