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씽: 사라진 여자 - 속 한국 사회의 현실과 모성애 [영화]

글 입력 2023.10.1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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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지구촌은 다양화 되고 세계화 되어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에서 새로운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는 적대적이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지역, 나라를 벗어나면 적대성에 맞서 싸워나가야 하는 것을 간과하며 살아간다. 나는 오늘 세계화로 인한 적대성 중 우리 삶과 직결된 ‘이주 노동자’를 다룬 <미씽:사라진 여자>를 통해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공유해 보고자 한다. 

 

 

 

적대심과 모성애로 하나가 되는 우리


 

<미씽:사라진 여자>는 이주노동자 한매(공효진)와 한매를 보모로 고용한 워킹맘 지선(엄지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구조를 다룬 영화이다. 이혼하고 본업을 소화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워킹맘 지선. 지선은 도저히 혼자 힘으로 딸(다은)을 키울 수 없음을 느낀다. 결국 이웃집 보모로 일하는 아줌마를 통해 한매라는 이주노동자를 소개받게 된다. 지선은 직접적인 언급으로 한매를 무시하거나 적대하지는 않지만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진다. 하지만 더 이상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었던 지선은 반강제로 한매를 고용하게 된다. 한매가 진심을 다해 다은을 돌봐주는 모습에 안심하고 선입견을 버리며 그 둘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다은과 한매. 지선은 그 둘의 행방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과연 한매와 다은은 왜, 어디로 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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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모성과 여성이 놓인 위치>

 

우리는 그 전에 ‘돌봄 모성’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돌봄 모성은 여성은 아이를 낳으며 자연스럽게 모성이라는 감정이 생겨나고, 그 감정을 본능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을 자연스레 사회 속에서 차별당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할 것이다. 작품 속 지선은 한매와 다은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다은에 대해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아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오히려 울리기까지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다은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보다 일에 치중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답답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지선은 다은이 사라진 순간부터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하고 다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보이스피싱으로 다은을 찾아주겠다는 전화를 받으며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넘기거나, 밤을 새워가며 한매의 과거를 캐내기도 한다. 그토록 목매던 직장도 나가지 않게 된다. 작품 속 지선의 직장에서는 지선이 임신하고 아이를 키우며 일까지 하는 워킹맘이라는 것에 적대적인 태도였다. 해당 작품은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까지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현대 여성의 현실도 내밀하게 표현한다. 

 

 

<동양계 이주 노동자의 현실>

 

지선은 한매의 과거를 캐내기 시작하며 한매가 본인을 만나기 전, 이주노동자로서 겪은 현실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던 한매는 심한 시집살이를 겪으며 한글을 배우게 하지 못하게 하거나, 남자아이를 낳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정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남편은 본인의 어머니와 부인인 한매 사이에서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결국 해결되지 않는다. 한매는 자신의 딸(재인)이 너무 아파 동네 병원을 찾아가지만, 시어머니의 반대로 아이를 치료받지 못한 채 돌아온다. 결국 한매는 재인과 단둘이 대학병원에 가게 되고,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하면서 치료비를 물색하며 하루하루 버텨낸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동양계 이주노동자들은 더 심하다. 지선은 한매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안쓰러운 감정을 느낀다. 자신과 어떤 관계로 엮이게 되었으며, 왜 다은을 데리고 도망쳤는지는 예상할 수 없이 말이다.

 

한매는 병원에서도 이주 노동자로서의 차별을 받는다. 더 이상 치료비와 입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한매는 결국 병원에서 퇴원 조치를 하게 된다. 병원에 여러 사정을 이야기하며 간신히 하루의 시간을 벌게 된 한매. 그녀는 마지막 단계인 장기 매매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딸이 급하게 입원 수속을 하게 되었고, 한매는 강제 퇴원으로 재인과 함께 쫓겨나게 된다. 그 순간, 한매는 재인의 자리를 뺏어버린 의사에게 복수를 꿈꾸게 되었고, 의사의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그 딸은 다은이다. 한매는 보모로 접근하면서 복수를 준비해 왔다. 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우리는 전혀 관련 없던 사이였지만, 사회적 지위와 그에 따른 차별로 얽히게 되었다. 결국 이주 노동자인 한매는 병원에서까지 차별과 적대에 버티지 못한다. 한매는 오직 모성이라는 감정으로 살아왔고, 그녀의 전부였지만, 사회라는 화살에 한순간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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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닮아가는 한매와 지선>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지선은 한매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사랑, 자책, 증오, 분노, 복수심과 같은 감정들이 모두 모여 모성으로 하나가 된다. 그리고 지선은 점점 한매를 닮아간다. 그 둘은 멀리 떨어져있지만, 내재적 공감과 갈등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모성이라는 감정 하나만으로 동일화 되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 둘은 중국으로 가는 배에서 만나게 되고 한매는 다은을 지선에게 넘겨주며 자살을 택한다. 지선은 한매와의 대립 상황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모성이라는 감정은 느끼기 힘들었던 초반의 지선과는 달리, 아이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이 둘은 국적도, 삶의 방향도, 목적도 다르지만 닮아가고 내면을 공유하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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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돌봄을 바라보아야 할까?>

 

우리는 종종 ‘돌봄’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질병이 있는 사람을 보살피는 의미로 변질되어 그런 인식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 부정적 인식이 여성과 함께 묶여  평가절하 되기도 한다. 당장 검색 창에 ‘돌봄’만 검색해도 ‘아이 긴급 돌봄’, ‘신생아 돌봄 서비스’ ‘초등학생 방학 돌봄 학교’ 등의 연관 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돌봄 노동을 직업으로 삼는 노동자, 여성들에게도 부정적 인식으로 다가올 것이다. 동양계 이주 노동자 여성들은 대부분 식당 설거지 업무, 공장 단순노동, 아이 돌봄 서비스 등에서 종사한다. 그들은 누군가의 자식이나 아버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자식을 어쩔 수 없이 방치하고 노동을 떠맡기는 악순환이 생겨난다. 작품 속 한매도 이주 노동자로서 한국에 오게 되면서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한다.

 

타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대심의 근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돌봄’이라는 단어의 본질적 인식 자체를 변화하는 것부터이다. 돌봄의 긍정적 부정적인 양면성을 인정하고, 그 자체로 존중해 준다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돌봄의 편견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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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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