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이 손을 다시 한번 부여잡았다.
글 입력 2023.10.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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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2년 반 전 갑자기 글쓰기에 한창 꽂혔던 때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에 대한 동경심은 있었으나 그 행위를 스스로 적용하지는 못했다. 아니, ‘안 했다’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동경심과 부러움이 공존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얼마 뒤 눈앞에 보인 건 ‘아트인사이트 21기 에디터 모집’이라는 공고였다. 망설임 없이 신청했고, 운이 좋게도 단번에 붙어 지금까지 약 2년 넘게 인연이 이어졌다. 모든 건 운명처럼 맞아떨어졌다.

 

처음 에디터 모집 공고를 보았을 당시 일말의 망설임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였다. 나는 당장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꾸준함이 동반되어야 했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문화예술을 주제로 하는 글쓰기라니, 어찌 선택 안 하겠는가.

 

거기다 조금만 활발히 활동하다 보면 알 수 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라는 직함은 큰 노력 없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매직패스라는 것을. 땀방울과 애정이 담긴 글을 향유한다는 건 나도 모르는 사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고, 나는 그들의 글을 야금야금 먹으며 자랐다.

 

즉,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는 나의 성장통이었다. 강제성이 부여된 꾸준함일지라도 일정 기간에 맞춰 제출한 결과물은 농도 짙은 양분이었고, 이 사실을 자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매함의 봉우리를 만났던 탓일까, 한계에 부닥쳤던 순간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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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날고기는 필력 사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보이는 내 글에 대한 위축감이었다. 자신만의 깊은 인사이트가 담긴 글들 사이 단순한 감상문에 그치는 글을 발견한 순간 얼굴은 한없이 붉어졌다. 그들은 머릿속에 떠도는 조각난 생각들을 순서대로 이어 살을 붙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감상평을 언어로 바꾸는 데 매우 능했다. 난 그저 문화예술과 글이 좋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여긴 마치 한 분야에 조예가 깊은 만렙들만 모인 곳 같았다. 그래서 그 간극을 좁히고 싶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필사였다. 여러 번 감탄을 자아냈던 글을 모아 한 문장씩 외우고 손으로 써 내려가며 그들의 표현을 흡수한 뒤 다시 나만의 문장을 만들고 싶었다. 나름 오랫동안 진행한 결과 어느 정도는 해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아껴둔 글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작성한 글에 달린 댓글이 이 의견에 대한 근거로 완벽함에 대한 확신은 없어도 제삼자의 응원은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딜레마였다. 이건 지금까지도 계속 유효한 고민거리인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생각의 변화가 문제였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라는 건 변하기 마련인데, 글은 업로드되는 순간 기록으로 남아 그때 그 순간에 머무르게 된다. 사실 이 때문에 한 번 발행한 글을 읽어보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물론, 두고두고 읽을 만큼 좋게 남았던 적도 꽤 있었으나, 대부분이 ‘내가 저런 생각을 했다고?’의 반응을 끌어냈다.

 

한때는 이 문제로 너무 고민이 많아 글을 쓰는 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은 그것 또한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좀 낫겠거니 싶은 생각이다. 굳이 애써 부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이 변화했다면 변화된 글도 기록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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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이 두 순간이 나를 아프게 하면서도 빨리 자랄 수 있게 해준 성장통이었다. 그리고 난 이 성장통을 계속 안고 가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아트인사이트라는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은 지나친 욕심과 의지만으로 일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한때는 차고 넘쳐 메모장에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 하나씩 소거했던 글감이 더는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하나둘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다 종국엔 글을 제출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끝끝내 활동 중단을 요청했지만, 배려해 주신 덕에 지금까지 감사히 이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성장통을 겪기 위해 조금씩 노력했다. 여전히 예전만큼 글감이 활발하게 떠오르지도 않고, 글을 쓰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과제를 해낸다는 것에 초점을 두어 쳐내는 데에 급급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나의 이기심이 끝없는 성장을 갈망했고, 숨 막히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다른 이의 생각을 훔쳐보며 숨을 쉬기도 했다.

 

이곳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서없는 이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성장통을 위해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도 나는 이 손을 다시 한번 부여잡았다.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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