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이 가득한 공장이라서 - 3분 치료 공장의 세계 [도서]

병원의 효율성과 기계적인 차가움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이루어져야 하나
글 입력 2023.10.0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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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가 들려주는 '3분 진료' 시스템 속 의사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대기해주세요, 여기는 불편한 진료실입니다“

 

1시간을 넘게 기다렸는데 3분도 안 돼 진료가 끝나는 병원, 게다가 의사들은 환자와 눈조차 맞추지 않으려 한다.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대학병원의 진료실은 왜 환자들에게 불평불만의 장소가 되었을까?

 

이 책은 대형 병원을 가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우리 의료계 구조적 문제와 3분 진료 시스템의 문제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다양한 병원의 이야기를 통해 공장화되어가는 대형 병원의 문제와 '3분 진료 공장'이 되어버린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짚어본다. 그리고 그 '3분' 안에 지혜롭게 진료 받는 노하우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3분 진료 공장의 세계>는 정말 현실적이다. 그동안 내가 대학병원에 품었던 의혹들과 가지고 있던 불편함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할 정도로, 대학병원에서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헤치고 있다. 더불어 의사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책이라 편파적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의사의 관점으로 인해 대학 병원 의사들의 진료와 모든 시술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환자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 의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어렸을 적 대학병원 외래 진료실에 가서 의사 선생님들에게 진료를 받은 기억을 떠올려보면, 단 한 번도 내 눈을 제대로 그리고 오래 쳐다보셨던 선생님은 없었다. 물론 기억의 왜곡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모습은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해 주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마주치면서 진료를 보는 환자일수록 더 큰 용기가 생겨 의사에게 다양한 질문과 의심을 내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어느 정도 동감을 한다. 나에게 감정적으로 동감을 해주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처럼 내 속 이야기를 마구마구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행위이며, 내 진료로 인해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생길 수도 있기에 지양되어야 하는 점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이에 나도 동의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꼈던 것은 병원은 확실히 효율적인 체계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당장 너무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바로 진통제를 맞을 수 없는 이유, 내가 먼저 왔는데 진료를 더 나중에 받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내 상태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교수님에게 바로 물어볼 수 없는 이유. 이 모든 이유는 병원의 ‘효율적인 체계’에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를 ‘공장’으로 비유했다. 거대한 이익을 내기 위해 수시로 돌아가야 하는 공장은 어쩌면 병원보다도 더 차가운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어진 일 외에는 감정적인 요소가 아예 배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 기계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지..

 

그러나 생각해 보면 병원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병을 고치는 의사들, 병원의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 그리고 병을 치료받는 환자들. 이 모든 요소들은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부품이 사람이다 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늘 ‘감정’이 발생한다. 그래서 불만이 생기고, 미움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엔 병원이라는 장소가 가져다주는 효율적임이 ‘인간’으로서 선사하는 최대한의 감정적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내 월급, 내 시간이 목적이 아닌 누군가의 행복과 인생을 위해 내 평생을 바치는 것. 그 모든 일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너무나 숭고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느꼈던 불평과 불만들이 다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끊임없이 병원의 효율성과 기계적인 차가움이 과연 어느 정도의 비율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 엿보여서 좋았다. 뭐든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로봇처럼 행동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는 글쓴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상적이었달까.

 

이제 앞으로 대학 병원에 갈 때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사람으로 가득한 공장이기 때문이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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