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바꾸는 내 인생의 장르 –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글 입력 2023.10.0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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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2023]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작품 포스터.jpg

 

 

전 세계의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작을 탄생시키고자 「명작, 이대로만 따라 하면 쓸 수 있다」라는 작법서의 지침에 따라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을 동시 집필하고 있는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가 원고 속에 직접 뛰어들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때에, 갑자기 불어온 거센 바람에 원고들이 뒤섞이고 만다. 이로 인해 두 작품의 주인공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고에서 빠져나와 서로를 만나게 된다.


장르가 다른 두 작품의 인물들이 만나고, 작가의 영향력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며 캐릭터들은 점차 ‘주어진 운명’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저 쓰이는 대로, 작가가 정한 결말을 위해서 존재하던 캐릭터들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면서 플롯은 엉켜버리고, 셰익스피어는 어떻게든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셰익스피어 명작 탄생 비화’라는 참신한 발상을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연극열전 2023]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캐스트 모음집.jpg

 

 

자유의지를 가진 인물들이 스스로 원하게 된 것들은 우리가 그들에 대해 익히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아버지를 위한 복수만을 생각하던 덴마크 왕자 햄릿은 줄리엣을 향한 로미오의 시적인 말들에 감명을 받으며 칼 대신 펜을 들고 시를 쓰는 삶을 꿈꾸게 된다. 과거에 사로잡혀 분노에 찬 복수를 감행하는 삶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하기를 택한 것이다.


로맨스 장르 속에서 베로나의 일등 신붓감으로 살던 줄리엣은 그런 햄릿의 변화를 보며 자신이 ‘좋아할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해보게 되고, 검술이 자신의 마음을 뛰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음유시인을 꿈꾸는 햄릿, 경비대에 들어가고 싶은 줄리엣. 작가인 셰익스피어는 그들의 앞에 나타나 “네 이름을 지켜”라고 말한다. 주인공 ‘햄릿’과 ‘줄리엣’이 아닌 삶은 자유로울지 몰라도 이 이야기에서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엑스트라가 되어 금방 잊힐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햄릿과 줄리엣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동안 쓰인 이야기는 너무 평범하고 단조로워서 본인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하물며 타인들이 이름 없는 ‘시민 1’이나 ‘경비병 1’의 하루에 대한 기록에 큰 관심을 가질 리 없을 것이다.


자유로움을 얻는 대신 타인들의 인정과 주목이 보장된 길에서 벗어나는 것. 햄릿과 줄리엣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은 이들이 현실적으로 고민해봤을 만한 주제와도 맞닿는다.


사회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며 많은 이들이 제시한 안전하고 정석적인 길을 갈 것인지, 혹은 불안정하더라도 자신만의 소망을 등불 삼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길에 들어설 것인지.



[꾸미기]iw.jpg

 

 

햄릿과 줄리엣은 정해진 이야기 속에 머무르는 대신 자유롭게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기를 선택한다. 반면 로미오는 어떤 플롯이 주어지든 무조건 주인공의 자리에 있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 지점에서 <인사이드 윌리엄>은 이들이 스스로 내린 모든 선택을 긍정하며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선택을 모두 존중하고 받아들인 셰익스피어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 열망 또한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게 되고, 사회가 요구하는 해피엔딩 대신 스스로가 원했던 대로 비극적인 결말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완성된 「햄릿」,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 속에는 주제를 이끌며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아버지의 복수를 마치고 죽는 주인공이 있는가 하면, 그의 이야기와 진실을 후대에 알리기로 약속하며 작품을 깔끔히 마무리하는 주인공의 친우도 있다. 또한, 착실하게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를 수행하는 경비병과 같은 인물들로 인해 장면들은 매끄럽게 전개된다.


셰익스피어의 조각들인 세 캐릭터의 선택이 모두 명작의 일부분이 되어 살아 숨 쉬는 듯한 상상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


작품 속 인물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도해보며 자신다운 선택을 내릴 수 있었던 미지의 시공간 ‘파라다이스’가 부럽던 마음도 잠시.


나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이기에, 사실 그 파라다이스에 다다르는 길은 언제나 곁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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