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름 없이 살아도 괜찮아! -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공연]

글 입력 2023.09.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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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2023]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작품 포스터.jpg

 

 

‘모든 작품이 비슷하다’, ‘한계가 보인다’라는 리뷰에 충격을 받은 셰익스피어는 ‘명작, 이대로만 하면 쓸 수 있다!’의 틀에 맞게 작품을 집필하기로 한다.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하게 되는데, 집필을 이어가던 셰익스피어는 갑자기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원고를 모두 흩날려 버린다.


결국 섞여버린 두 개의 원고 속에서 <햄릿>의 세상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세상이 겹치고,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간 셰익스피어와 세 명의 등장인물은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된다.

 

 

 

셰익스피어도 사람이에요 



우리는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공연이든, 어떤 뛰어난 작품을 접했을 때, 대개 그것의 창작자들이 느꼈을 창작의 고통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이런 걸 생각했을까?’ 라든지, ‘역시 천재인 게 분명하다.’와 같은 생각들만 해왔다.


창작자의 노력보다 재능을 중시해 왔을 사람들에게 <인사이드 윌리엄>은 “그들도 노력형 인간이에요!”라고 말하고 있다.

 

작법서에 맞게 쓰면서도 계속해서 고민, 또 고민하며 힘겹게 글을 써나가는 셰익스피어의 모습은 ‘당연히 모든 작품을 번뜩이는 창의력으로 쉽게 써 내려갔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부순다.


셰익스피어는 집필을 위해 본인의 변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직접 ‘오필리아’, ‘줄리엣의 유모’와 같이 작중 캐릭터가 되어보며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색다른 웃음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사이드 윌리엄] 공연사진 9.jpg


 

 

이건 내 이야기이니까 



극 중 셰익스피어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그것에 일희일비하는 것. 그것이 셰익스피어가 명작 작법서를 꺼내 들게 만든 이유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만 한다면 안전한 길을 가게 될 테니 말이다.


반면 햄릿과 줄리엣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걷고자 했다.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보다는 음유시인을, 줄리엣은 로미오와의 사랑보다는 검술 연마를 꿈꾸었다. 그들은 셰익스피어에게 ‘엑스트라가 되더라도 내가 원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는 이름이 없더라도 살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그들을 걱정하며 질문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도 괜찮겠냐고. 그들은 어차피 이건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괜찮다고 대답한다.


셰익스피어는 결국 햄릿과 줄리엣을 자유로이 놓아주었고, 남들이 기억하지 않을 햄릿과 줄리엣을 자신이 끝까지 기억해 주리라 다짐한다. 로미오 역시 본인이 하고 싶었던 주인공 역할을 모두 꿰차며 원하는 삶을 살게 된다.


결국 모든 등장인물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펼쳐나가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캐릭터들에게 자유를 주고 본인의 집필을 끝까지 마무리해 낸 셰익스피어, 어디서든 주인공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로미오, 그리고 이름 없는 엑스트라처럼 살기로 한 햄릿과 줄리엣.


모두가 행복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음으로써 극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길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웃음과 감동으로 따뜻한 위로를 선사하는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2021년 초연을 시작으로 2년 만에 대학로에 돌아온 창작 뮤지컬이다. 2023년 12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에디터 김지현.jp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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