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실존하는가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3.09.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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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을 목적으로 집결한 남녀들의 고군분투를 포착하는 관찰 예능 <나는 솔로>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흥미로운건, 시청자층을 소구한 것은 설레는 썸의 서사도, 감동적인 고백 장면도 아닌, ‘빌런’을 추적하고 그들의 언행에 대해 갑론을박 토론하는 재미라는 것이다. 특히 금번 16기의 경우는 매주 빌런들이 갱신되며 대중들로부터 유례없는 기수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나는 솔로.jpeg

 

 

사실 이전 기수에도 다양한 군상의 일반인들이 출현해 이목을 끈 적이 있으나, 16기는 유독 압도적인 대중적 관심과 지탄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현상 속에서 어떠한 기이함을 본다.


직접 시청한 이들이라면 단박에 이해하겠지만, 16기의 키워드는 ‘와전’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각 출연진들이 타인의 의견을 직접 묻거나 듣지 않고 자의적으로 가감해 해석함으로써 큰 사달이 초래된 것이다. 시쳇말로 뇌피셜로 ‘광수’와 ‘옥순’의 애정선을 훼방한 ‘영숙’, ‘영철’과 이를 거들거나 실어나르는 주변인들 그리고 당사자인 옥순에게 확인 사살을 하지 않고 제3자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은 ‘광수’로 인해 크고 작은 언쟁이 솔로 나라를 뒤덮었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소통의 오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더할 나위 없는 본보기였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사람의 말과 카메라의 프레임 중 어떤 것이 진상을 선명히 전하는 데에 더 적합한 수단일지에 대해. 또 반대로 사람의 말과 카메라의 프레임 중 어떤 사건과 대상의 진상을 곡해하기에 더 손쉬운 수단은 무엇일지에 대해.


<나는 솔로>는 대본 없는 리얼리티라며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한다. 유사한 데이팅 관찰 예능이긴 하지만 작가와 제작진의 개입을 암묵적으로 수긍하는 <하트시그널>과 차별되는 강점이다. 비교적 친숙한 외모와 직업군의 참가자들, 날 것 그대로의 상황과 반응에 대중은 열광했다. 한때 유행하던 <하트시그널>은 제쳐두면서도 필자가 <나는 솔로>는 오래 애청할 수 있었던 데는 그러한 프로그램의 취지가 역시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리얼리티를 표방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 포획되는 순간 그리고 그 내용물들이 80-90여 분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대폭 축소되는 순간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의 의지나 의도가 개입될 여지는 무한대로 발생한다.


주어, 목적어가 생략되고, 약간의 미사여구가 첨가되고, 특정 단어에 매몰되어 오해의 파국에 이른 것과 여건 상 한계 혹은 필요에 의해 감춰진 혹은 삭제된 장면이 존재하고, 점프와 인과의 변주로 인한 플롯이 반영된, 우리 앞에 당도한 완성본에 대한 과몰입은 과연 다른 성질의 것이라 속단할 수 있을까.


그뿐 아니라 1회차 분량이 30분짜리 요약본으로, 30초짜리 릴스로 재가공되면 관점은 더 예각화되기 마련이다.


이는 일명 빌런이라 통칭되는 출연진들의 과실을 옹호하기 위함도 혹은 프로그램의 저의를 추궁하기 위함도 아니다. 시청자 그리고 일반 대중을 독자로 상정한 글임을 주지하고자 한다. 리얼리티 예능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즐기되, 매개체에 필히  담보될 수밖에 없는 의도 혹은 한계를 항시 자각하며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

 

 

[김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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