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은 책, 좋은 인연 - 아트컬렉팅,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

글 입력 2023.09.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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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짧은 부산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일행 덕분에 아트페어를 알게 된 적이 있다. 그림을  볼 줄도 모르지만 향유하는 걸 즐기는 나를 위해 일행이 따로 알아봤던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 중 아트페어를 관람하게 되었고, 아트페어 하나로 그 여행이 예술여행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이나 하나의 주제, 테마에 맞게 구성된 전시만 관람했던 내게 아트페어는 색다름 그 자체였다. 한 작가가 아닌 여러 작가가 참여하고,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들을 둘러보느라 눈동자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직접 작품을 구매하는 관람객의 모습을 처음 봐서 그 광경이 매우 새롭고, 흥미로웠다. 하나의 공간이었지만, 여러 공간에서 전시를 둘러본 기분이었다.


그림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건, 경매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여긴 나의 무지함을 아트페어를 통해 깨닫게 됐다. 하지만 고가로만 구입할 수 있을 거란 편견은 아직 남아있었다. 


또 한 번은 아트테크의 존재를 알게 된 적도 있다. 쇼핑몰에 들렀다가 우연히 1층에 마련된 전시관을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멋있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홀린 듯이 구경했다. 알고 보니 그림을 구매하고 재테크로 연결도 시켜주는 곳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홍보문구가 혹할만한 내용이라 집에 돌아와서 검색까지 해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예술품 재테크가 아트테크라고 이해했다. 스치듯이 지나간 경험들이지만, 꽤 강렬했었나 보다. 아트컬렉팅 도서 문화초대가 계속 눈에 아른거렸던 걸 보면.


책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아트 컬렉팅 –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라는 문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트 컬렉팅, 아트 컬렉터는 나와 먼 이야기,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벽을 허물어 준 것도 이 문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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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내용도 그랬다. 차가운 분위기를 가진 외모와 달리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와주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쓴 케이트 리 작가는 미술 전반에 대한 소양이 깊고 넓은 사람이었다. 예술법과 지적재산권 분야 전문 변호사로 아티스트, 갤러리스트, 경매사, 아트페어 관계자, 컬렉터 등 미술과 관련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작가의 깊고 넓은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애정, 경험 내공이 드러났다. 


전반적인 내용은 초보 컬렉터들에게 필요할 만한 정보, 조언, 충고였다. 초보 컬렉터 입문서라고 해도 될 만큼 A부터 Z까지 컬렉팅의 핵심만으로 세세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컬렉터란 무엇이며 컬렉터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적혀 있었고, 예술품을 어디서, 어떤 경로로 구입할 수 있는지부터 판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작가는 누구나 소장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초보 컬렉터들에게 용기를 줬다. 동시에 만만하게 보아서도 안 된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초보 컬렉터들이 빠지기 쉬울 함정과 구매와 소장, 판매의 주의 사항을 강조했다.

 

 

 

이 책을 만나고 달라진 것



언젠가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 또는 나의 삶이 바뀌었다면, 그 책은 내게 가장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에 매우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모든 책은 내게 사색과 깨달음, 간접경험을 선사하는 좋은 책이지만, 나의 생각이나 태도 또는 삶 자체가 작거나 크게 바뀌게 해주는 책을 만나면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읽기 전과 후의 미술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했다.


첫 번째로 예술품 투자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구매할 수 있는 예술품은 모두 고가일 거로 생각했다. 그럼 당연히 부유한 사람만 예술품 구매가 가능할 것이며, 예술품 투자, 아트테크 또한 부유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내 생각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작가는 부유한 사람만 아트 컬렉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고가의 예술품도 많지만, 중저가의 예술품도 많다고 알려줬다. 중저가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떨어지거나, 작품의 퀄리티, 인지도 등이 낮은 건 아니라고 했다. 

 

구매할 수 있는 예술품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며, 그림, 사진, 판화, 팝아트, 아트토이 등 다양하다. 그림만 구매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미술 시장은 내 생각보다 매우 다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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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2, 30대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시장에서 뉴페이스이자 주목할 만한 고객이 MZ세대라는 점이 그 증거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만 구매할 수 있다는 편견에 2, 30대는 불가능한 줄 알았다. 그러나 MZ세대가 아트컬렉팅을 많이 한다는 소식은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한편으로는 미술시장이 전보다 훨씬 더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했다. MZ세대는 무조건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높은 금액이라도 지불한다. 이러한 MZ세대의 특징이 미술시장에도 뻗어나갔고, MZ세대는 전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의 연령대가 한정되어 있으면 그만큼 미술시장도 정체되어 있을 거라고 본다. 고객 유형이 다양해질수록 고객의 반응과 소리를 각양각색으로 경험하면서 미술시장이 더 발전하므로 이러한 변화는 좋은 변화라고 본다.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컬렉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많은 작품을 보는 것이 좋다. 장르와 작가, 시대 등에 상관없이 작품을 많이 접할수록 보는 눈이 길러진다. 평소에 좋아하는 부류의 작품뿐 아니라 관심이 없었던 종류의 작품들도 가리지 않고 모두 자주 보기를 추천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취향이 더 굳어질 수도 있고, 또 모르던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길 수도 있다. - 아트컬렉팅,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
 


마지막으로 시선만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동안 소장은 소장일 뿐, 투자는 투자가치만 따져본 후 예술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생각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투자가치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보기에 좋은 작품을 고르라고 강조했다. 유행이나 작가의 인기에 휩쓸리지 말고 다양한 작품을 바라볼 줄 알아야 성숙함을 갖춘 좋은 아트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예술품은 보통 10년 정도는 소장하고 있다가 판매하기 때문에, 내 곁에서 오래 두고 봐야 한다. 그러니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정말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해야 한다. 또 소장하는 공간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 이 때문에 무조건 투자가치만 따져보고 덜컥 구매했다가 후회할 확률이 높다. 다른 투자 상품과 달리 예술품은 벗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나의 잘 맞는 벗을 선택하기 위해 우선 나의 안목을 기르고, 다양한 벗을 전시나 아트페어를 통해 만나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아트컬렉팅을 하려면 감상, 소장, 투자 이 세 가지가 손을 잡고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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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을 때 웬만하면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책에 표시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두거나 다른 곳에 메모한다.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종이 끝이 접혀있다. 읽으면서 이번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왠지 모를 예감이 들어서였다. 현실로 될지 모르지만, 아트컬렉팅에 대해 공부, 예술품 구매나 판매하는 상황이 오면 이 책을 다시 만날 것 같았다. 그래서 나중에 필요할 수 있는 쪽을 접어서 표시했다. 

 

 

 

좋은 책, 소중한 인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감상했던 예술품들이 떠올랐다. 그 중 인상에 깊었던 작품, 새롭게 다가왔던 작품, 잘 맞지 않았던 작품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취향이 조금씩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예술품을 감상하는 나만의 여러 방식이 있는데, 하나 더 늘었다. 나만의 색과 어울리는지를 보는 것이다. 감상하는 방식이 하나 더 증가한 만큼, 앞으로 관람하는 시간이 더 풍요로울 것 같다.


이 책과의 만남은 소중한 인연을 만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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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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