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이라는 무상함에 대하여 [음악]

음악의 힘,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글 입력 2023.09.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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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삶을 고취시키고, 메마른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종의 윤활유다. 동시에 일종의 각성제가 되기도 한다.

 

한 줄 가사, 네 마디 선율로 듣는 사람에게 섬광 같은 깨달음을 주는 인생 노래.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삼도천 - 이상은 


 

 

 

내가 나로 있으니 네가 없느니 강물로 뛰어들어 모두 잊겠네

 

내가 나로 있으니 네가 없느니 물고기나 되어서 바다로 가리

 

 

이상은의 삼도천은 불교적 색채를 짙게 띄고 있다. 오리엔탈한 멜로디를 따라 어딘지 모르게 구슬픈 목소리가 깔리면,  청자는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그 속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삼도천을 두고 갈라선 연인의 이야기가 아닌, '너'라는 존재가 없다면 삼도천에 뛰어들어 인간이길 포기하고 물고기가 되어 자연에 몸을 의탁하겠다는 다소 독특한 이야기가 가사에 실려 있다.

 

이는 나와 너의 구분이 무용할 정도로 상대를 사랑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나'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2. 무감각 - 아시안체어샷


 

 

 

그때 기억의 하나하나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지

한때 기억인 사람이 되겠지

 

 

다음은 아시안체어샷의 무감각(numb).

 

명백히 사랑 노래이고 사랑 가사이지만, 이국적인 요소가 가미된 락 사운드와 울부짖는 듯한 보컬을 들으면 사랑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의 고통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사랑하던 때의 '나'는 세상을 생생하게 감각하던 사람으로, 사랑이 끝난 때의 '나'는 세상을 감각하지 못하고 유리된 사람으로 비춰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때의 기억으로 남은 '나'와 무감각하게 존재하는 '나' 사이에서 고통받는 '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고통은 끝나지 않을 듯 스스로를 갉아먹고 괴롭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고통받는 '내'가 있기에 현실의 내가 살아있음이 더욱 생생해진다. 아시안체어샷의 거칠고 고통스러운 하울링이 청자로 하여금 살아있음을 감각하게 만들 수 있는 이유다.

 

 

 

3. NO PAIN - 실리카겔


 

 

 

내가 만든 집에서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

소외됐던 사람들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

우리만의 따뜻한 불, 영원한 꿈, 영혼과 삶


 

음악 없는 세상을 노래하는 음악이란 참으로 역설적이다. No pain, No fail. 고통도, 절망도, 음악도 없는 세상으로 가버리자고 실리카겔은 말한다.

 

음악 없는 세상이 고통도, 절망도 없는 세상이라면 반대로 음악 있는 세상은 고통과 절망만이 가득한 곳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걸까?

 

차분히,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들으면 자연히 알 수 있다. 음악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선, 우선 고통과 절망과 소외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을.

 

절망 없는 세상이라면 우리 모두 고통 없이 노래를 잊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지금도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하다. 존재만으로도 고통스럽고 살기 급급한 나머지 누군가를 소외시키게 된다.

 

때문에 우리에겐 아직 노래가 필요하다. 우리의 존재는 이토록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소외받기 때문에 따뜻한 불과 같은 노래로 영혼을 밝혀 보아야 우리는 겨우 우리로 살아남을 수 있다.

 

너무나도 거대한 세상 속에서 한 톨 모래알과 같은 우리 존재에 대해 생각하노라면, 삶이 얼마나 무상하고 부질없는지에 대해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지점은 인생의 무상함을 통해 얻는 염세에 안주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아닐까, 조심스레 말해 본다.

 

우리 모두 무감각의 삼도천을 지나 고통 없는 그곳에서 만날 수 있길.

 

그날까지 우리 삶에 음악이 함께하길 바란다.

 

 

[김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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