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두운 시대를 빛낸 우리의 별들 : 뮤지컬 시스터즈 [공연]

글 입력 2023.09.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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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은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K-POP 이전에, 우리에게도 기나긴 대중가요의 역사가 있었다. 우리에게 대중가요는 어떤 의미였는가? 그리고 가수들에게 대중가요는 어떤 의미였는가?


뮤지컬 <시스터즈>는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걸그룹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저고리시스터’부터, ‘김시스터즈’, ‘이시스터즈’, ‘코리안 키튼즈’, ‘바니걸스’, ‘희자매’까지 총 여섯 걸그룹의 이야기를 쇼뮤지컬 및 주크박스 뮤지컬의 형식을 통해 담아낸다.


이 뮤지컬을 보러 극장에 갔을 때 상당히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 뮤지컬은 20~30대 정도의 연령층의 관객 비율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뮤지컬 <시스터즈>는 객석에 60~70대로 보이는 노인 관객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아무래도 1940~1970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니 그 향수를 느끼러 온 듯하다.


노인들은 향수를 자극할 계기가 되지만, 그렇다면 젊은 연령층의 관객들은 <시스터즈>를 어떻게 즐길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이 뮤지컬을 보기 전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의문이었다. 아마 위에서 나열한 걸그룹 중 지금의 20~30대들은 잘 모르는 인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자칫하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극이 끝날 수 있고,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설명만이 가득한 텍스트 위주의 작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나는 <시스터즈>를 매우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우선 주크박스 뮤지컬답게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들이 꽤 들려와 이 작품을 흥겹게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덧붙여, 뮤지컬을 보는 내내 마음을 깊게 울리는 여러 감정들을 느꼈다. 계속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는 이 감정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한(恨):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 진 마음.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한(恨)’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라고 하였던가. 이미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입증하는 것과 같이, 이 한의 정서는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관통하는 감정이다.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수많은 고난의 시대를 거쳐 가는 <시스터즈>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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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 中

 


첫 번째는 ‘억압’이다. 일제강점기의 걸그룹 ‘저고리시스터’는 종로경찰서 간부들을 위한 무대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민요 ‘아리랑’을 부르는 것을 금지당하지만 이난영은 오히려 ‘처녀 합창’ 멜로디에 ‘아리랑’을 섞어 부르는 묘안을 낸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많은 문화가 억압당하던 1970년대에는 몰래 숨어 대중가요를 부르다가도 운동권 청년을 몰래 숨겨주며 친절을 베푸는 여러 젊은 여성들의 모습도 그려낸다. 이처럼 마땅히 즐겨야 할 것을 억압당했던 시대의 괴로움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던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가난’이다. <시스터즈>는 본격적인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1970년대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시스터즈> 속 여성들도 가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들은 분장대 앞에 서고, 화려한 옷을 입고, 타국으로 떠나는 등 수많은 노력을 하며 무대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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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You make me happy

When skies are grey

You’ll never know dear

How much I love you

Please don’t take my sunshine away


‘You Are My Sunshine’ 中

 

 

세 번째는 ‘이별’이다. ‘김시스터즈’의 자매들이 자신들의 어머니, 가족들로부터 떠나 미국으로 향할 때 약속했던 것은 ‘성공하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만나지 말 것’, 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가족들과 만나기 위해 언어도 쉽게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하며 미국의 유명한 TV 쇼 ‘에드 설리번 쇼’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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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걸스’의 쌍둥이 자매는 마치 한 몸인 것처럼 함께 무대에 서 왔지만, 언니인 고정숙이 먼저 세상을 떠나며 고재숙은 자신과 수많은 세월을 함께한 단짝을 떠나보내는 고통과 혼자 남겨진 외로움에 슬퍼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언니를 위해 다시 무대에 서고, 지금까지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처럼 여섯 걸그룹이 제 앞에 닥친 수많은 고난을 ‘한’으로 승화시키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단순히 꿈을 이룬다는 것 이상의 열망과 열정을 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강렬한 감정이 그 시대 사람들에게 닿고, 또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닿고 있다. 그것은 공감과 연대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들의 대중가요로부터 위로를 얻어 삶을 살아갈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점차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에게 잊힌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고, 그들을 여전히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은 뮤지컬 <시스터즈>처럼 이들을 추억하는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게 남겨지는 수많은 흔적은 명작이 되고, 어두운 밤하늘을 또렷하게 빛낼 별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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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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