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여성의 삶, 그리고 욕망 - 영화 '어느 멋진 아침'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멋진 아침은 온다
글 입력 2023.09.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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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의 삶, 그리고 욕망’에 대한 고찰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은 다양한 관점으로 고찰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인생’, ‘철학’, ‘사랑’, ‘욕망’ 등 어떤 주제를 중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는 것은 ‘한 여성의 삶, 그리고 욕망’으로 보고자 한다.

 

먼저,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시놉시스를 보자면 이렇다.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주인공 ‘산드라’는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여기에 더해 퇴행성 병에 걸린 아버지를 돌본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아버지를 케어하기 위해서 그녀는 현실을 꿋꿋하게 살아가야만 한다. 동시통역으로 일을 하면서, 아이도 돌보고 아버지도 보러 가야 하는 고정적으로 흘러가는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욕망을 가지기에는 눈앞에 닥친 현실에 빈틈이 없던 탓이었을까? 그녀는 빈틈없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그 삶 안에서 온전히 그녀만을 위한 순간은 점차 지워져 갔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스스로의 욕망이 거세된 듯 보였다.

 

애써 모른척하며 억눌러왔던 감정인지, 미처 깊게 들여다보지 못한 감정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산드라’는 적어도 본인에게 집중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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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상을 지내던 중 그녀는 우연히 친구 ‘클레망’을 만나게 되고,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그녀의 욕망이 ‘사랑’이라는 형태로 발현된다. 오랜 시간 잊고 있던 혹은 숨어있던 ‘욕망’은 순식간에 폭발하듯 터져 나와 그녀의 감정을 사로잡는다.

 

단단히 붙잡고 있던 이성이 오로지 그녀의 욕망만을 담은 ‘사랑’ 앞에 무자비하게 무너지며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사랑하는 남자와의 스킨십을 바라고, 많은 시간 함께 보내길 고대하고, 메시지 한 통을 간절히 기다리는 가장이 아닌 여성으로서 ‘산드라’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이렇듯 ‘한 여성의 삶, 그리고 욕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바라봤을 때 ‘현실이라는 벽 앞에 욕망을 거세당했던 한 여성이,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새롭게 욕망을 발견한다’는 내용으로도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에 비추어 ‘어느 멋진 아침’이라는 제목을 보면, ‘잊고 있던 본인의 욕망을 느끼는 순간’을 어둠을 지나 찬란하게 빛나는 어느 멋진 아침에 빗대어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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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멋진 아침은 온다.


 

‘어느 멋진 아침’은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제를 살피는 데 한몫 하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조용조용하고 나긋나긋하다. 평화롭고, 영화 색채 마저도 따스하다. 특히 봄, 여름을 표현하는 감독의 표현 방식은 아름답다. 하지만 주인공 삶은 마냥 따스하지 않다. 혼자 아이를 키우고, 투병 중인 아버지를 돌보는 그녀의 삶은 조용하게 요란스럽다. 심지어 ‘사랑’이라는 욕망 앞에 무자비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조차도 그렇게 유난스럽게 표현되지 않는다. 그냥 원래 그게 당연하다는 듯 조용히 일이 진행된다.

 

영화 서술 방식 덕분인지, 영화를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이 상황에 정확히 딱 떨어지는 의미가 아닐 수 있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제3자로서 주인공 ‘산드라’의 삶을 봤을 때는 단단하고 멋있을 것이다. 동시통역이라는 본인의 일도 하고, 딸과도 잘 지내고, 철학자이자 교수인 아버지를 둔 인생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을 속속들이 들어가 보면 남편과 사별한 아픔과,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 투병 중인 아버지 등 버거운 일들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행복을 욕망하고, 힘들 수 있는 순간을 잘 버텨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점은 비단 ‘산드라’ 인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 중 한 부분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불완전한 삶 속에서 때론 버텨내고, 때론 흔들리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멋진 아침’은 오게 된다는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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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마무리에 앞서 솔직한 의견을 덧붙이자면, ‘한 여성의 삶, 그리고 욕망’이라는 주제로 초점을 맞춰서 영화를 생각하기 전에는 ‘아름답게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불륜이고 바람’이라는 생각에 꽤나 불편했다. 자칫 불륜과 바람을 미화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해 봤을 때, 불륜과 바람이라는 요소는 불편하지만 불완전한 삶 속에서 행복을 욕망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써 느껴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꼭 불륜과 바람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야 했을까? ‘클레망’ 또한 싱글대디였다면 ‘산드라’의 욕망이 극대화되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어떠한 소재를 활용했을 때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을 남기게 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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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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