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내 주요 클래식 콘서트홀 리뷰2 - 롯데콘서트홀

글 입력 2023.09.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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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의 구조는 객석이 무대를 에워싸고 있는 빈야드 구조로, 한 쪽에 무대가 있고 다른 한 쪽에 객석이 있는 전통적인 공연장보다는 일종의 축구 경기장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면과 후면의 구분이 엄격히 존재하긴 해서 무대 주위 모든 방향으로 좌석이 고르게 배치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롯데콘서트홀의 구조와 디자인은 산토리홀의 그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산토리홀의 음향을 설계한 업체가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을 맡았고 두 홀 모두 밝은 톤의 나무벽을 배경으로 붉은 색의 좌석이 설치되어 있는 내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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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코롤리오프의 바흐 협주곡

 

 

지난번에 리뷰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장르(독주, 교향악, 협주 등)에 상관 없이 아주 고른 수준의 무난한 음향을 가진 홀이었다면 롯데콘서트홀은 장르마다 편차가 좀 있고 좌석 위치를 잘 따져봐야 하는 홀이다. 심지어 연주자의 스타일에 따라서도 홀의 기량이 좀 달라진다. 좌석 수는 2036석으로 예술의전당보다 500석 가량 적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내부 좌석이 3층까지 있지만 롯데콘서트홀은 2층까지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기본적으로 울림이 아주 큰 홀이다. 잔향 시간이 만석일 때 2.5초, 공석일 때 3.1초로 꽤 긴 편인데, 잔향이 긴 것은 장단점이 있다. 우선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한다고 하면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과한 울림 때문이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직접 전달되는 직접음보다 소리가 홀의 내부에 한번 부딪혀서 전달되는 반사음이 더 풍부해서 피아노 같은 악기는 소리가 쉽게 뭉개 진다. 또 자리에 따라 소리의 퀄리티 차이가 많이 난다.

 

1층은 8열과 9열 사이, 16열과 17열 사이를 기준으로 객석이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열부터 8열까지가 한 덩어리를 이루고 그보다 살짝 높은 곳에 9열~16열이, 그보다도 살짝 높은 곳에 17열~23열이 위치해 있다. 1열부터 23열까지가 같은 1층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사와 단차 때문에 맨 뒤의 23열은 2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피아노 소리를 듣기 가장 좋은 곧은 9~11열이다.

 

8열과 9열 사이에는 상당한 높이 차가 있는데, 이 때문인지 9열과 10열은 vip석으로 지정되어 있고 팔걸이가 좌석당 두 개씩 있다. 옆사람과 팔걸이를 공유하지 않아도 되어 편하다. 앞 열보다 훨씬 높이 있어서 시야도 탁 트여 있어서 좋다. 난간이 조금 거슬릴 수도 있지만 무대를 가리는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음향이 가장 괜찮은데, 롯데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때 항상 느껴지는 소리의 흩어짐이 가장 덜한 곳이다.

 

물론 c구역 맨 앞쪽(1~2열)도 예매 전쟁에서 승리 할 수만 있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당연한 이유지만, 피아노가 코 앞에 있어 직접음이 잘 전달된다. 1열과 2열 사이에는 단차가 없고 3열부터 단차가 있어서 그 점은 유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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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구역 2열 시야

 

 

2층은 높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2.5층인데, 너무 멀어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듣기에 썩 좋지는 않다. 그러나 예술의전당 2층 앞 열은 보통 1층 앞 열과 동일한 R석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롯데콘서트홀 2층은 독주회때 낮은 등급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이라면 가볼 만한 곳이다.

 

무대 양 옆 위쪽으로 발코니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 2층 L구역과 R구역은 어떤 경우에도 추천하지 않지만 인기가 많은 매진 공연에 유일하게 이 곳에 자리가 나면 무조건 가긴 하는 좌석이다. 홀 전체에서 가장 저렴하고 안 좋은 자리지만, 예전에 2층 R석에서 예브게니 키신의 연주를 듣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키신은 딱히 좌석의 아쉬움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직접음이 꽤 전달되는 알맹이 있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렇듯 유독 롯데콘서트홀은 연주자의 기량이나 스타일에 따라 음향이 변화한다. 지금까지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장 피아노 소리가 듣기 좋다고 느꼈던 연주자는 예브게니 키신과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다. 울림이 많은 홀의 특성 상 페달 사용량이 많은 연주는 음이 지저분해 지기 쉽다. 반면 페달을 최대한 적게 쓰는 바로크 음악을 많이 연주하는 것은 대찬성이다. 쇼팽 같은 낭만주의 음악보다 바흐 같은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더 적합한 홀이다. 누군가는 롯데홀에서 바흐를 연주할 때 뒤에서 들으면 오히려 긴 잔향시간 때문에 일종의 성당 음향 같은 것이 구현되어서 롯데에서 연주하는 바흐를 매우 선호한다고도 한다.

 

롯데콘서트홀에서 듣는 교향곡은 꽤 선호하는 편이다. 울림 덕분에 악기 간의 소리가 잘 섞여서 매우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교향악을 들을 때 건조한 소리보다 촉촉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술의전당보다 롯데콘서트홀에서 듣는 교향약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다만 여전히 명료함이 떨어지기에 아쉬운 점도 있다. 앙상블에서 악기들의 소리가 확실히 구분해서 들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빈야드 구조의 특성상 교향악을 들을 때 합창석의 음향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합창석보다 좋다. 무대 뒤에서 듣는다는 답답함이 확실히 덜해서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때 아주 저렴한 값에 1층 LP석과 RP석을 자주 간다. 협연자가 무대 왼쪽에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 같은 경우에는 2층 중앙 C구역보다 1층 L구역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참고로 피아노 협주곡은 절대로 합창석에서 들으면 안된다. 피아노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2층의 양 쪽 A, E 구역은 의외의 가성비 석이다. 아주 싼 가격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음향은 2층 중앙과 비교했을 때 가격대비 손실이 적다.

*2층 1열은 난간 때문에 시야방해가 아주 심하다. 웬만하면 피하자.

 

잠실 롯데월드몰 8층~10층에 위치해 있어 쇼핑몰을 통과해 상층부까지 찾아가기가 조금 번거로운 편이다. 처음 갔을 때 꽤 오래 헤맸던 기억이 있다. 공연이 끝나면 모두가 하나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쇼핑몰 중심부를 통과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종합적으로 고려해보았을 때 아쉬움이 좀 남는 콘서트홀이지만 예술의전당 다음으로 자주 가고있다. 수도권에 클래식 전용홀이 많지 않을 뿐더러 굵직굵직한 내한 공연들을 자주 올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리사이틀은 19년도 이후로 매번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는 내가 갈 계획이 없고 아마 내년 1월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내한 올 때 다시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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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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