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onnecting the Dots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9.02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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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흔히 말하는 모범생이었다. 대학 4년간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고 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모범생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이 모범생이었던 것을 부끄러워했던 그가 모범생이었기에 쓸 수 있었던 이야기이다.


책에는 저자가 대학 시절에 수강한 전공, 교양 수업을 반추하며 쓴 글이 담겨있다. 지(知)의 세계를 향한 동경을 가졌던 1학년부터 공부의 진정한 쓸모를 깨달았던 4학년까지의 수업을 보면 단지 수업내용이 아니라 새내기부터 졸업까지의 대학생의 열정, 고민, 엉성함,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는 모습이 있다.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 보였던 수많은 수업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배움의 본질은 실체적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의 위로라는 책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 공부가 명료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저자가 언젠가 배운 중국어 문장을 읊조릴 수 있는 것에 형용할 수 없는 든든함을 느낀다. 우리에게 배움은 호수의 기슭처럼 존재한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 중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좋아한다. 저 말은 때때로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다. 예전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보면 나는 늘 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자주 바뀌기는 했지만,지금도 마찬가지고, 그 당시에는 정말 진심이었다.

 

무언가에 한껏 열중해 있는데 마음이 자꾸 다른 곳으로 부추길 때, ‘그럼 내가 이때까지 여기에 쏟아부은 것은 어떻게 하지? 새로 시작해야 하나.’ 하는 조바심에 애써 외면하려고도 했지만 결국 새로운 점을 찍고야 만다. 비단 지금은 관심을 쏟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당시에 그것에 쏟았던 마음과 사실은 그대로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새로운 점을 찍는 것이 두렵지 않다. 작가가 공들여서 찍어 놓은 점들이 이후 작가의 삶에 계속해서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던 것처럼 내가 찍어 놓은 점들 또한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다음 점을 향하게 한다.


하고 싶은 일이, 배우고 싶은 것이 또 바뀔지도 모르겠다.

 

언제, 또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점을 나도 모르는 곳에 찍게 될 것이다. 그러니 또 새로운 것들을 맘껏 배워야겠다.

 

 

[오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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