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그라미가 된다는 것 [여행]

글 입력 2023.08.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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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함께 해왔던 여행 중 가장 긴 기간의 여행이었고, 그만큼 마음은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이 세 명의 친구와는 종강할 때마다 2박 3일로 여행을 갔었다. 강릉, 삼척, 청주의 다양한 곳을 찾아갔고, 정말 많은 추억을 쌓아왔다.


한 번 두 번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느꼈던 것은, 당일치기로 어딜 잠시 놀러 갔다 오는 것과 몇 박 며칠로 떠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함께 묵을 숙소, 가야 할 곳, 체험할 것, 밥을 먹을 곳 등 네 명이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도 여행 때문에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정도로 서로 양보해야 할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정말 다행인 점은, 서로 너무나도 다른 네 명의 친구들이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오면서 단 한 번도 갈등을 빚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건 이번 제주도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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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나온다.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개인적으로 여행에 관한 관념적 정의를 다시 내려보았다. 여행은 ‘동그라미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릿속에 도화지를 한 장 펼치고 직선을 하나 그려본다. 세모, 네모는 그 선 위를 굴러갈 수 없다. 얼핏 보면 굴러갈 것 같은 타원형의 동그라미도 마찬가지다. 어디에든 조금이라도 모나고 휘어진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이 계속 걸리며 멈추게 한다. 결국 완벽하게 굴러갈 수 있는 것은 정확한 원형의 동그라미뿐이다.


함께 여행을 가는 일행 개개인은 모두 다양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합쳐졌을 때 조금이라도 모난 부분이 있다면 결국 굴러가는 과정에서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혼자일 때도 적용된다. 아무리 혼자라도 세모, 네모라면 굴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태어난 이후부터 쭉 다양한 모양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합쳐졌을 때 둥글긴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잘 굴러가는 데에 방해가 되는 부분들을 다듬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묘미는 이 ‘다듬어 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이것저것 조율하며 하나의 음악을 끝까지 연주해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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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제주도의 이곳저곳을 다 가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빡빡한 일정을 잡았다.

 

날씨도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우리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었다. 알찬 여행에 따르는 엄청난 피로감이 있었지만, 매일 일정을 마친 후엔 모두가 서로 “아이고, 수고하셨습니다”를 주고받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밤, 우리는 숙소의 거실에 모여서 다음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모두 학생이었기에 가능했지만, 내년부터 우리는 각자의 길을 떠나야 할 것이기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이번 제주도 여행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렇게 잘 맞는 친구들끼리 여행을 멈추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었고, 해외여행 한 번이라도 가보고 마무리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우리의 여행 통장에 돈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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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정에서 우리는 더더욱 동그라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각자의 두드러진 부분을 조금씩 다듬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의 첫 해외여행은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의 우리가 굴러갈 다음 길이 정말 기대된다.

 

 

 

에디터 김지현.jp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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