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심 속 낭만, 문도 멘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전시]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문도 멘도
글 입력 2023.08.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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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상을 포근하게 바라보는 문도 멘도가 그라운드시소 서촌에 왔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중요한 건 내가 그릴 수 있는 것과 아는 걸 모아둔 방대한 라이브러리가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도 멘도는 그림을 그리는 것 이외의 취미는 없다. 작가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고, 눈길을 끄는 것이 보이면 곧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스케치북부터 일러스트레이터 작업, 다양한 방식의 삽화 드로잉 240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도시를 구경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평범한 일상을 낭만으로 만드는 멘도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문도 멘도


 

문도는 “세계”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문도멘도는 멘도의 세계를 모두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의 본명은 루시아 멘도. 멘도는 스페인의 평범한 시골 소년으로 태어나 유럽 대도시에서 20년간 아트 디렉터로 활동했다. 그리고 현재는 지구 반대편인 도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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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그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 멘도는 매년 자화상을 그린다고 한다.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축하하는 그만의 방법이라고 한다. 이 작업을 할 때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데, 우리는 결국 나체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자화상은 모두 나체의 모습이다. 옷을 사지만 집에 오면 그 옷을 벗어버리듯이 결국 우리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항상 취약하고 세상의 모든 것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곤 한다.

 

새로 의인화되어 있는 멘도는 하이힐에 들어가 자는 모습이나 식물에 물을 주는 모습 등 그만의 일러스트와 매년 달라지는 그의 행동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 취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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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도의 세계를 한눈에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마치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통째로 보는 느낌이랄까. 여러 개의 벽이 세워져 있고 그 앞뒤로 그의 그림이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전시돼있다. 정말로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이외에는 그림을 그린 것만 같은 이 방대한 양의 공간은 그가 얼마나 그림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작업 초기의 스케치북부터 그의 디지털 작업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멘도의 캐릭터, 그가 좋아하는 까마귀, 초상화, 포즈 등 다양한 섹션으로 그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간단한 선으로 이뤄진 작품, 색이 입혀진 작품 등 작품의 수가 많아 이 섹션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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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멘도는 디지털 아날로그를 잘 살리는 작가다. 디지털로 작업하지만, 그는 태블릿에 펜을 여러 번 그어가며 최대한 종이에 연필로 쓰듯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살린다. 그 때문인지 그의 그림을 보고 있다보면 어떠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이 느껴진다.

 

다양한 작품만큼 다양한 대상과 재밌는 표현들도 많아서 그의 재치에 감탄하고 표현에 놀라며 특별한 시선에 영감을 얻어갔다.

 

그는 어떤 장비를 사용하고 어떤 툴을 쓰는지 세세하게 적어놓았다. 마치 유튜버들에게 어떤 편집툴과 카메라를 쓰는지 묻는 댓글에 답하듯이 친밀한 모습이다. 그가 디지털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수정으로 머릿속의 상상을 타고 다양한 버전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태블릿으로 그리는 것은 눈의 표현 등을 바꾸거나 수정하거나 삭제하며 다양한 버전의 그림들이 탄생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그림에 더욱 빠르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도시 생활 속 작은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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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도는 모든 곳을 여행하듯이 돌아다닌다. 그런 그에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영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지하철, 거리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에서 오는지 추측해 보곤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는 도시의 풍경을 사랑한다. 여러 도시에 살다 보면 늘 새로운 것에 노출된다고 한다. 건축물, 시가지, 음식, 사람 등 늘 처음 보는 풍경들은 그의 시각적 자산이 되고 그것들은 언젠가 작업물에 툭 튀어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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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도가 주인공으로 그렸던 것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다. 각자의 사람들마다 사연이 있고 꿈이 있고 짊어질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하고도 평범한 우리 모두에게 말한다.

 

“잊지 말자. 우리는 모두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하면서, 더 나은 걸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의 그림에 담긴 일상적인 사람들을 보고 언젠가 본 듯한 풍경 또는 나의 모습이 겹치기도 했다. 멘도의 도시의 그림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며 위로를 주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그려내는 문도의 그림엔 따스함이 있었다. 풍경과 상황과 모습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온기의 시선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을 보다 보면 기분 좋은 감정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

 

 

 

또 하나의 도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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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도시의 밤거리를 지나 집으로 들어온 문도는 집안에서의 우리의 모습을, 또 그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에게 집은 또 하나의 도시였다.

 

“뉴욕, 서울, 도쿄 등 태어나고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는 똑같이 은신처가 필요한 취약한 인간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간, 즉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가장 안전해지고 편안해지는 공간, 집. 사는 국가와 지역이 모두 달라도 우리는 모두 집이라는 가장 맞춤형으로 디자인된 집이라는 곳에서 생활한다. 팬데믹이 일어났을 때 우리의 세상은 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인들을 모두 같은 공간(집)에 머물게 했다. 멘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집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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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큰 공간으로 표현된 이 공간엔 마치 아늑한 방처럼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고 자연을 연상시키는 식물들과 멘도의 그림이 안정감을 줬다. 이러한 공간에서 집의 행복을 찾는 그림들을 보니, 그 감정들이 내가 겪는 듯 몰입되었다.

 

문도멘도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같은 곳도 영감으로 느끼는 그의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 평범한 도시도, 사람들도 특별하게 볼 수 있다면 우리는 하루하루가 배움이고 특별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문도멘도가 바라본 일상의 따스함을 통해 우리의 삶에도 따스한 빛이 깃들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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