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티켓의 가격 상승,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공연]

2023년 상반기, 뮤지컬 가격의 과도기가 찾아오다
글 입력 2023.08.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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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주제를 아트인사이트라는 공식적인 플랫폼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조심스러운 지점이 많았다. 자칫하면 제작사 혹은 작품 자체를 공격하는 뉘앙스로 변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명과 제작사명의 구체적인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였으며, 작품 혹은 제작사 자체에 대한 사적인 감정은 담지 않았음을 미리 알린다. 더불어 해당 오피니언은 대극장 뮤지컬의 가격을 중심으로 작성하였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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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뮤지컬 덕후’들이라면 뇌리에 깊게 남았을 충격적인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VIP석은 15만 원이라는 점이 일종의 규칙처럼 굳혀져 있던 상황에 16만 원, 17만 원, 18만 원의 가격을 선보인 세 개의 작품이 연속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이어 VIP석은 19만 원, 가장 최하 등급의 좌석이어도 9만 원인 작품까지 등장하자, 마니아들은 기함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이 상황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이전에 팬데믹으로 인해 오픈할 수 있는 좌석 수가 한정되자 많은 제작사가 이로 다가오는 피해를 호소하였고, 그에 마니아들도 합심하여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뮤지컬 관람에 동참하였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이 잠잠해지고 이전만큼 티켓 판매액도 회복된 상황 속에서 마니아들에게 돌아온 것이 티켓 가격 상승이었으니, 그 배신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물론 제작사가 언제까지고 예술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이해한다. 예술가들이기 이전에 경제적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하나의 기업이다. 그리고 경제적 호황을 누릴수록 오히려 가격을 상승시켜 더 큰 이득을 보는 것이 자본주의의 논리이다. 그와 더불어 이미 팬데믹으로 인해 입었던 피해액이 상당하였고, 그 손실을 복구하려면 그만큼의 이득을 보아야 한다.


당시 이러한 혼란을 마주한 나는 2023년의 뮤지컬 가격은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지 궁금하였다. 첫 번째, 과연 이 상황이 단순히 몇몇 제작사의 과감한 기행으로 끝날 것인가, 혹은 그대로 이어질 것인가? 두 번째, 제작사 입장에서 낮은 정가를 제시하는 대신 할인을 없애는 것, 높은 정가를 제시하는 대신 할인을 주는 것, 둘 중 무엇을 더 이득이라고 여길 것인가?


그렇게 몇몇 의문을 품은 채 2023년 상반기가 지나갔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진행하자면, 대체로 많은 대극장 뮤지컬 VIP석 가격이 16만 원 이상으로 굳혀졌다. 이제 ‘15만 원의 벽’이 깨진 것이다. 18만 원 이상을 제시하는 작품은 많지 않았지만, 대체로 16~17만 원을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VIP석과 R석의 범위를 더욱 넓혀 같은 좌석에서 느끼는 경제적 부담감이 더 강해졌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서 하자면, 제작사들은 결국 후자를 택하였다. 특히 티켓팅 당시에는 정가로 판매하고 뒤늦게 안 팔리는 자리를 타임세일로 할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제작사 입장에서는 후자가 경제적으로도 이득이고 상대적으로 소비자에게 ‘할인’이라는 요소로 더 이득을 본다는 심리적인 마케팅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몇 가지 추가적인 의문을 제공하였다.

 

 

 

1. ‘뮤지컬 덕후’들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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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같은 가격 책정으로 가장 큰 경제적, 심리적 피해를 보는 쪽은 마니아층이다. 같은 뮤지컬을 여러 번 관람하며 티켓팅도 제때 참여하는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집단. 그러므로 할인 없이 바로 정가로 티켓을 여러 번 구매하는, 가장 손해를 보는 구매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반 관람객의 비율도 높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이 마니아 관람객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의 성지로도 유명한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와 비교해보자. 우리나라와 같은 작품을 올렸을 때,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의 티켓 값과 우리나라의 현 티켓 값이 비슷하거나 전자가 더 비싸기도 하다. 하지만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는 가격을 상관하지 않는 꾸준한 수요층, 해외 관광객이 있다. 여행의 일환으로 그들은 20만 원에 육박하거나 그것을 훌쩍 넘는 일회성 추억을 기꺼이 구매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하면 철저히 국내 관람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들도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기꺼이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집단인가? 명심해야 할 점은 현재 물가와 소득은 비례하여 오르지 않았고, 뮤지컬은 결국 사치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반 관람객은 필수재를 구매하기 위해 사치재의 구매는 차순위로 둘 수밖에 없고, 결국 그들이 관람할 만한 뮤지컬은 유명한 작품, 혹은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작품들로 겨우 한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니아층은 어떠한가? 필수재의 소비를 아껴서라도 사치재를 소비하는 특이한 집단. 하지만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오르지 않는 이상, 분명 불가피하게 뮤지컬의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올 것이다.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는 마니아들의 소비 횟수보다 판매되는 티켓 수가 더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졌을 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리고 이 또한 마니아층이 계속 높은 충성도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마니아층을 그저 ‘충실하게 티켓을 구매하는 집단’으로 대우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언제까지 그들은 그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2. 뮤지컬의 서비스와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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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영화관의 실패를 떠올려보자. 팬데믹으로 인해 관람객 수는 줄어들고 이에 따라 그곳에서 일하는 인력의 규모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팬데믹이 잠잠해진 후 영화관은 그 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티켓 값은 상승하였지만, 인력의 규모는 그대로였기에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낮아졌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어떠한가? 티켓 값이 올라간 것에 비해 뮤지컬이 주는 서비스와 그 작품 자체의 퀄리티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각 예매처에서 받는 예매 수수료는 올라갔지만 예매처의 서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하였다. 간혹 공연 중에 일어나는 무대 장치 사고, 혹은 갑작스러운 캐스팅 변경에 대한 대처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는 등 기존의 문제점도 크게 해결되지 않았다.


다만 뮤지컬과 영화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체재의 유무이다. 영화관의 쇠퇴는 서비스의 부족에도 있지만, 영화를 더욱 쉽게 시청할 수 있는 OTT 플랫폼의 등장이 가장 큰 요인이기도 했다. 반면 뮤지컬은 현장성이 강한 예술일뿐더러 영상화 작업이 흔하지 않고, 이를 마땅히 대체할 동등한 가치의 예술 장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뮤지컬의 독자적 가치와 그것의 값어치가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뮤지컬만이 가지는 가치와는 별개로, 관람객들은 그 안에서도 더 가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낸 돈 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결과물을 본능적으로 바라고 있다. 한 작품이 주는 내용과 연출, 넘버는 똑같으니 결국 그것을 실현하는 배우, 즉 캐스팅에 중요도가 쏠리게 된다. 결국 관람객들은 아직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 배우보다는 이미 실력이 검증된 유명 배우의 회차를 관람하려고 한다. 여러 작품 안에서도 신작보다는 이미 아는 작품을 보려는 경향이 더 커진다. 결국 스타캐스팅의 경향이 강해지고, 신작과 기존 작품 간의 판매율 간극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6개월. 한 극장 내에서 두 작품 정도가 연달아 진행될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아직 이 정도의 기간으로 현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15만 원이라는 한계선이 무너지면서 주었던 충격 자체가 상당히 컸기에 소비자들로서는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지금도 16만 원 이상의 VIP석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 안에서도 작품마다 가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대극장 뮤지컬 가격을 책정하는 데에 있어 과도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뮤지컬뿐만 아니라 콘서트 등 다른 공연 티켓 값들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회차 수가 적은 콘서트와 다르게 뮤지컬은 약 2~3달에 걸쳐 진행하는 장기간 형태의 공연이기 때문에 마니아층이 지니는 경제적 부담감이 더욱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팬데믹 동안 입은 손실을 회복하고 앞으로의 이득을 예상한 결정이겠지만, 과연 장기적으로 이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소비자의 처지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가격이 안정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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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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