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부디 행복하길 바라요 - 그녀의 취미생활

둘이지만 하나이고, 하나이지만 둘인 그들에게
글 입력 2023.08.2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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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스포일러를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시길 권합니다.

 

 

매일 밤 머리맡에 가위를 두고 잠에 들어야 하는 삶, 박하마을에서의 삶은 정인에게는 그런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정인에게는 '가해자'와 '잠재적 가해자'로 가득 차 있는 곳에 정인이 돌아온 이유는 뭘까.


많은 것을 포기한 듯 처연하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 정인에게는 이야기의 매 순간순간이 싸움이다.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암시적 연출 속에서 그 모습은 일견 처절하다.


그렇게 외따로 떨어진 마을에 나타난 '외지인' 혜정은, 가해자의 틈바구니에서 고립되어 사는 정인에게 숨 쉴 수 있는 통로와도 같다. 정인은 혜정의 집을 바라보고, 혜정의 삶을 상상한다. 그 순간 혜정은 정인에게는 TV 속 주인공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계속 바라보게 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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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혜정은 점진적으로, 하지만 다소 적극적으로 정인의 삶에 개입한다.

 

그렇게 정인의 삶의 일부가 된 혜정은 정인에게 많은 순간을 선물한다. 정인이 가지지 못했던 옷, 정인이 해보지 못했을 법한 일들. 그 순간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연출되어, 여전히 변하지 않은 정인의 현실과 괴리를 느끼게 한다.


이 시점에서 [그녀의 취미생활]이라는 제목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취미생활이라는 말 속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에 급급했던 정인은 혜정과 함께 철저하게 '즐기는' 것만을 위해 행동한다. 할머니가 숨겨 두었던 것은 차후 더 큰 사건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인을 '취미'에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인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계속되는 위협에 정인이 못 이기고 도망치려 하는 순간, 혜정은 정인을 일깨운다. "생각하고 움직이는" 자로서의 정인은 그때부터 움직이고, 정인의 생각대로 박하마을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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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맨스릴러'라는 장르의 이름에 걸맞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영화 속에서, 정인의 캐릭터는 다소 급격하게, 하지만 어색하지 않게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옆에는 혜정이 있다. 혜정은 정인에게서 단단해지기 전의 자신을 보고, 정인은 혜정에게서 단단해진 후의 자신을 본다.


정인은 혜정에게 "죽지 말라"고 말하고, 그런 정인에게 혜정은 "지지 않겠다"고 답한다.

 

정인과 혜정은 계속해서 '죽음'의 가까이에서 살았고, 언제든 '죽음'을 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지는 것'이라고 느끼며 살아왔다. 앞서 정인이 삶을 살아냈던 것처럼, 혜정도 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두 사람이 모두 가진 삶에 대한 의지는 두 사람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


영화는 정인에게 혜정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얘기하면서도, 정인이 그 자체로도 단호한 인물임을 균형 있게 그려낸다. 정인의 행동은 온전히 정인의 것이다. 그리고 혜정 역시 단단하기만 한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면서 혜정의 캐릭터성 역시 놓치지 않는다. 정인과 혜정의 관계가 어느 쪽으로도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관계의 매력이다.


비현실적인 시간을 거쳐 찾아온 마지막 순간에 정인과 혜정은 함께다. '행운이 아닌 행복'을 의미하는 그림이 그들 곁에 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는 할 수 없는 두 사람에게, 행운은 아닐지라도 행복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것도 같다.


정인과 혜정의, 그리고 그들 안에 담긴 많은 이들의 행복을, 두 사람이 마지막에 바라본 바다 위 해에게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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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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