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둠 속에서 찬란함을 마주한다,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시즌 2’

글 입력 2023.08.2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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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뷰티 포스터.jpg

 

 

디지털 예술의 선구자이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구엘 슈발리에. 그의 첫 서울 개인전이 2023년 8월 1일부터 2024년 2월 12일까지 진행된다.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시즌 2’에서는 제너러티브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그의 거대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호기롭게 가기로 다짐했던 때와 다르게 막상 전시장으로 출발하니 겁이 났다.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자로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까, 전시를 잘 즐길 수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전시 관람 이후 그것은 때 이른 걱정이었음을 단언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의도치 않게 각층에 하나씩 배치되어있었으니 실제 전시를 즐기듯 층별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전시는 지하 1층부터 관람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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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 복합체]

 

전시의 궁극적인 주제라고 느낀 ‘연결’을 가장 화려하고 규모 있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제너러티브 인터랙티브 VR 작품으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변화한다. 이곳저곳 발을 디디면 질서 있게 펼쳐져 있던 그물망이 흐트러진다. 마치 나를 구심점으로 모여드는 객들인 양 그물이 뭉친다. 인터랙티브 작품인 만큼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으로 작품이 완전해진다.


움직이지 않고 질서정연한 그물망 자체도 그 규모로 인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네트워크를 모아놓은 듯했다. IoT가 보편화한 세상이 온다면 이런 모양새일 듯싶었다.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까지 이어지는 무수한 네트워크를 시각화해놓은 듯했다.

 

그 사이에서 그물망을 움직이는 건 오로지 관람객의 동력이다. 사람과 사람, 사물을 연결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것은 ‘나의 움직임’이다. 눈앞의 작품에서 그런 사실을 읽어낸 것이 즐거웠다. 단순하기만 하거나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미구엘 슈발리에의 작품은 직관적이고 그렇기에 즐거우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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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픽셀]

 

위층에 그물망이 존재했다면 그 아래층에는 페인트가 놓여있었다. 움직임에 따라 색이 덧대어진다. 그 움직임은 물 같기도, 기름 같기도 하다. 경계가 모호한 액체가 서로 뒤섞인다. 나의 움직임이 낳는 색채가 작품에 이물질이 되지는 않을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 색채는 일렁이는 단색 배경에 포인트 컬러가 되었다.


강렬한 색채와 관람객의 움직임은 액체 내지는 기체의 움직임을 똑 닮은 작품 속에서 화려하게 어우러졌다. 그 화려함에 눈길을 빼앗기면서도 물을 닮은 모습에 편안해졌다. 물속에서 듣는 불명확한 소리를 그려놓은 듯했다. 그 어떤 소리도 물속 고요를 깨트릴 수 없는 그 절대적인 차단이 안정감을 주었다. 가장 오래 머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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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무아레]

 

디지털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없을 것으로 단정했던 감각을 선사했다.

 

작가의 의도인지, 위치를 첫눈에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안내된 위치에는 아래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그 눈높이에서 마주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래층부터 거대하게 벽을 메운 디지털 스크린, 그것은 벽을 꾸미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었고 지하 3층 난간에서 보았을 때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디지털무아레+매직카페트.jpg

 

 

그 규모 탓인지 음악의 영향인지 작품을 마주했을 때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이라는 요소에 집중이 흐려지기는커녕 오히려 움직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마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듯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어지러운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에 눈길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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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카페트]


그 아래로 내려가면 [디지털 무아레]와 맞닿아 있는 [매직 카페트]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터랙티브 작품으로서 관람객의 움직임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규칙적인 패턴과 관람객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변화의 양상이 [그물망 복합체]를 닮은 듯했다. 하지만 [매직 카페트]는 점과 선보다는 조금 더 패턴화된 오브제를 활용한 느낌이었다. 질서 있게 정렬된 것들을 밟거나 사이를 지나다니면 그것들은 따라오거나 퍼지며 움직인다. 마치 밥을 뿌려준 위치로 모여드는 잉어 떼 같기도 하고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는 바닷물 같기도 했다. 그렇게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함께 있던 어린이 관람객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그 활동성은 작품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작품 관람을 핑계로 오랜만에 토끼처럼 뛰어보았다. 어린 시절 동심을 찾은 것처럼 행복해졌다. 미구엘 슈발리에가 선사하고자 했던 것은 이리도 행복한 시간이었을까. 뛰어노는 것은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새삼스러운 사실을 다시금 깨달은 채 지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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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 비전]


카메라 앞에 서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나의 초상화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변화하는 모습에도 스크린 속 움직임은 여전히 나의 것이었다. 나는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고,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그것은 ‘나’라는 것을 새길 수 있었다. 마치 무지개 세상에 온 듯 다채로운 풍경이 동화 같기도 했다. 걱정, 고민을 두고 나가도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스크린 속 여러 개로 분해된 형체의 ‘나’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에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시즌 2’에서는 점과 선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과 움직임을 통한 연결을 담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의 정설을 마주한 듯 발이 바빠지는 관람 시간 속에서 고요의 안정감, 순수함, 행복, 치유 등 많은 것을 선물 받았다. 인터랙티브 작품의 위력이자 미구엘 슈발리에가 발휘한 저력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찰나도 앉고 싶지 않았다. 잠시 앉아 쉬는 시간조차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어둠 속 찬란한 아름다움이었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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