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혼란 속 서로에게 총을 겨눈 네 명의 인물 - 곤 투모로우

글 입력 2023.08.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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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뮤지컬 곤투모로우 포스터 [제공=PAGE1].jpg



1884년의 혼란스러운 조선은 국내외로 혼란스럽고, 자신의 무능을 탓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한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물어가는 나라를 살리려 목숨 바쳐 뛰어다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목숨값을 자신의 권력을 위한 바탕으로 이용하던 사람들이 뒤엉키던 때였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이번에 삼연을 올리는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흔들리던 조선 땅 위의 네 명의 인물, 김옥균, 한정훈, 고종, 이완 총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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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정변을 일으킨 반도 최초의 혁명가, 김옥균. 그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애절함이었다. 고종을 위하여, 그리고 나라를 위하여 혁명을 꿈꿨다. 나라의 비참한 모습을 말하며 이야기하는 그가 눈물 한 방울을 훔치는 순간 그는 고종의 마음을 받아내었다. 그렇게 김옥균은 나라를 위하여, 그리고 이 나라 위에서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연약한 고종을 위하여 그는 자신을 기꺼이 내놓기로 한다.


그러나 결국 갑신정변을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그는 일본으로 망명하게 된다.


그 후 그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유락정 놀음판에서 도박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던 그의 모습에 실망하여 그의 목에 칼을 겨누는 부하를 향해 자신의 목을 베라고 소리치는 김옥균의 모습은 연약함 그 자체였다.

 

당시 그의 모습은 죄책감으로 인해 정신이 말라버린 모습이었다. 고종의 마음까지 받았는데도, 그렇게 허락까지 받고 동료들을 이끌어 혁명을 시도했음에도 결국 실패로 끝나버렸다는 그 사실에 대하여 김옥균은 끊임 없이 자책하고 스스로를 망가트렸다. 자신의 목을 베라고 이야기하며 흐느끼던 그는, 제발 자신의 죄값을 목숨으로 갚을 수 있기를 바라왔다고 느껴졌다.


그런 그가 조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무엇이던지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바라보는 한 소년의 총명한 눈동자를 통해 그는 다시금 혁명을 꿈꾸게 된다. 그것이 설령 필연적으로 자신의 사지가 찢기는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기꺼이 자신의 시체가 조선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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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정훈은 옥균의 혁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이미 나라를 한 번 버렸던 인물이라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옥균의 혁명이 파다함에도 그 혁명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바라보았고, 그는 자신의 족보를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일본으로 떠난다. 이후, 최종 목적지인 불란서로 가기 위해 일본에서 돈을 벌던 그는 결국 혁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전달받는다.


이때 그는 슬퍼했을까? 좌절했을까? 아니, 그저 안타까워하고 끝났을 뿐이다. 정훈은 그런 인물이었다. 결국 그는 불란서에 가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을 뿐, 저물어가는 조선의 모습에는 아주 작은 안타까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또한, 그토록 조선을 사랑하고 혁명을 바랐던 옥균이 이제는 조선 땅을 밟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포함되어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마침내 불란서에 도착하게 되었을 때 상황은 다르게 흘러간다. 고종의 명을 받고 정훈은 이제 옥균을 암살하는 위치에 놓여있게 된다. 그때부터, 그의 마음은 점차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실제로 보게 된 옥균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더 총명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옥균을 정말 죽여야하는 것인가. 정훈은 옥균의 뒷통수에 총구를 겨누고 수십번, 수백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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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키고자 했으나 그 어떠한 힘이 없었던 고종은, 진정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하는 김옥균에게 자신의 온 마음을 다 주게 된다. 옥균이 내각을 새 인물들로 꾸리기 위해 인물들의 이름을 읊을 때 조차, 이러한 중대한 사항을 고종은 아무런 고민이나 망설임 없이 윤허한다. 옥균의 선택을 전적으로 신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뢰가 컸던 만큼 혁명이 실패한 이후 그를 향한 분노도 커지게 된다. 사람이 죽지 않기를 원하였으나 혁명의 과정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고종은 좌절하며 소리를 지르게 되고, 결국 옥균이 혁명을 실패하고 일본으로 망명하게 되자 고종은 이제 먼저 나서서 옥균을 암살하고자 한다.


고종이 옥균에게 보이는 모습은 애증과 광기어린 집착이었다. 너무도 믿었던 탓에 옥균이 신뢰를 무너트리자 그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혐오하게 되었다. 새로운 세상따위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완의 압박과 빈정거림 아래에서 옥균을 향한 고종의 분노는 점차 강렬해졌고, 어느 순간 그 분노는 집착이 되어 옥균을 죽이는 것만이 그의 모든 목표가 되었다.


그렇게 고종은 불란서로 가있는 정훈을 불러들이게 된다. 옥균을 암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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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배우가 연기한 이완은 묵직한 표범과 같았다. 압도감 있는 그의 표정연기와 깊은 저음은 처음 듣기만 해도 압박당하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러한 그의 특징은 고영빈 고종의 얇은 목소리와 유약한 연기와 대비되어 더욱 빛났다.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9 [제공=PAGE1].jpg

 

 

갑신정변을 바탕으로 시작된 이 네 명의 인물들은 각각의 관계성이 그 무엇보다도 깊게 두드러졌다. 연출도, 음악도 훌륭했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향해 이뤄지는 감정선의 변화는 각 배우들의 열연과 합쳐져 뛰어난 시너지를 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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