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6시 30분부터 7시까지의 우리 [영화]

글 입력 2023.08.1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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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가수 클레오가 타로점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타로를 보는 장면에만 색채가 존재하고 이후 모든 장면들은 흑백으로 연출이 된다는 것이다.

 

타로를 통해 클레오는 암에 걸려 곧 죽을 것이라는 알게 된다. 흑백으로 연출되었지만 가수로서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보는 자신이 익숙했던 클레오는 자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을 선명하게 바라본다.


영화의 러닝타임에 맞게 분 단위로 장을 연출한 것이 신선한데 영화의 5분은 클레오가 살아가는 실제 5분으로 존재한다. 각 장에서 클레오는 죽음에 의연해지려고 하기도 하고, 애인에게 자신의 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머뭇거리기도 한다.

 

자신이 언제 죽는지 알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은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죽기 전까지 자신이 늘 하던 일을 하면서 죽는다는 사람도 있고, 머뭇거리느라 하지 못했던 일을 경험해 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음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들의 모습은 클레오와 같을 것이다. 특별한 것에 도전하기는커녕 늘 해왔던 것에서도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주저하면서 말이다.


흑백으로 흘러가는 영상에 더해 스토리에 크게 다이내믹한 요소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클레오의 자취에 집중하게 만들고 관람자는 여기서 영화의 스토리에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연극이 끝날 때까지 관객은 ‘고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두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각자 자신만의 고도를 고민하고 기다리며 연극을 감상하게 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클레오의 특별한 것 없는 하루에서 영화 속 파리의 거리를 혹은 클레오의 노래를 감상하면서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기도 하고, 나에게 죽음이 다가온다면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당신한테 행복한 여름을 빌어줄게요. 오늘은 늦지도 이르지도 않으니까요."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중

 

 

클레오는 자신의 검사 결과를 말해줄 의사와 만나지 못하게 되고 불확실한 걱정은 버린 채 지내기로 한다. 이때 의사가 등장해서 두 달만 치료받으면 병은 호전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클레오가 했던 걱정들이 모두 사라지며 영화가 끝난다.

 

러닝타임에 맞게 장이 연출되었지만, 클레오의 걱정이 무산된 이후인 6시 30분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의 자취를 알 수 없다. 혹자는 '주인공은 역시 죽지 않는다'라는 클리셰에 부합한 영화라며 허무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감상자가 클레오와 함께 파리를 걸었다면 클레오가 결국은 살았다는 '허무함'보다는 클레오가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경탄이 느껴졌을 것이다.

 

클레오는 자신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지, 불현듯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에 대해 계속 고민을 이어 나갈지에 대한 답은 감상자의 몫이다.

 

늘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6시 30분부터 7시까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오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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