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을 사람답게 - 곤 투모로우

큰 뜻을 품은 이에게 내일은 커다란 희망이다.
글 입력 2023.08.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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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뮤지컬 곤투모로우 포스터 [제공=PAGE1].jpg

 


갑신정변부터 한일합병까지 소용돌이치는 숨가쁜 역사의 한 순간을 세련된 감각으로 약 150분간의 무대로 옮긴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1884년, 삼일천하로 일컬어지는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최초의 개혁운동인 갑신정변의 실패 후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고 하는 고종, 고종의 명을 받아 위장하여 김옥균에게 접근한 한정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옥균, 한정훈, 고종 세 등장인물 간의 서사를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당시 지식인들의 고뇌와 갈등을 통해 비운의 시대 속 아픔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또한, ‘작은 불씨’가 ‘불꽃’이 되어 ‘우리의 내일을 오늘로 살아갈 자들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는, 실패한 혁명이지만 불씨는 국민들의 가슴에 이어진다는 시대를 초월하는 묵직한 울림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인물들의 심리를 극적으로 표현한 음악, 시대의 흐름과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한 감각적인 조명과 영상, 격변기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표현한 무대, 플래시백, 슬로우 모션 등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섬세한 기법의 연출과 뮤지컬 작품에서는 보기 드문 느와르 액션과 안무로 장면을 빈틈없이 채우고, 주조연부터 앙상블까지 전 출연진들의 뜨거운 열연으로 벅찬 감동을 선사하며 매 회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 우리가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3[제공=PAGE1].jpg


 

잠이 들기 전 생각 한다.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무엇이 일어나든 오늘 하루보다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오늘을 열심히 살았을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만의 하루를 나만의 내일을 위해 투자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소소한 공식은 현대 사회에만 그리고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개화사상이 유행하던 조선의 말기, 이러한 하루를 꿈꾸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김옥균과 그의 동지들이다.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갑신정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논란거리를 주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식민지 시대 때 백성들로 하여금 새로운 사고방식을 심어주었다는 사실은 분명한 팩트이다. 김옥균은 청나라로부터의 독립과 조선의 자주적 독립을 위해 일본 세력들을 동원해 정변을 일으켰다. “사람을 사람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세울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김옥균이 원하는 조선의 자주독립의 종착지였다. 그러나 갑신정변은 단 3일 만에 수포로 돌아갔고, 김옥균은 절망했다.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실은 여기까지이다. 그 이후, 김옥균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그가 일본에서 거주할 동안 어떠한 생각으로 조선을 바라보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숨겨진 이 이야기들을 만들어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했다. 김옥균의 새로운 모습 그리고 그의 주위에 맴도는 색다른 인물과 함께.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8 [제공=PAGE1].jpg

 

 

처음 이 뮤지컬을 유튜브를 통해 접했다. 좋아하는 배우 덕분이었는데, 그 당시 배우가 표현하는 ‘한정훈’이라는 캐릭터의 넘버가 슬프면서도 기쁘게 들려 기억에 강하게 남았었다. 왜 이 사람은 슬픈 노래를 기쁘게, 기쁜 노래를 슬프게 부르는 것일까. 이 사람에게 담긴 스토리가 궁금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정훈’이라는 이름에 감춰진 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부터 프랑스 그리고 조선에 돌아오기까지,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본인의 자아를 되찾는 것. 그는 조선을 떠날 때부터 그의 성을 버렸다. 사람에게 ‘성 (last name)’은 개인의 출처와 본질을 의미한다.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는 것도 그 의미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훈은 자신의 본질을 버리고 조선을 떠났다. 이 뜻은 정훈이 다른 나라로 떠나며 새로운 자신의 자아와 인생의 본질을 찾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실제로 일본 목욕탕에서 일하며 노래를 부르는 정훈의 시선 그 너머에는 더 큰 꿈이 보였다. 조선에 돌아와 고종의 명을 받고 김옥균을 죽이는 임무를 받았지만, 되려 김옥균과 함께하며 진정한 자신의 본질을 찾는 모습을 본 후 ‘정훈’은 정훈 다운 정훈, 그 자체임을 깨달았다.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2[제공=PAGE1].jpg

 

 

더불어 김옥균보다도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고종’이었다. ‘고종’이라는 인물은 나에게 미스터리로 둘러싸인 이미지가 강하다. 독살 당했다는 루머,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 왕, 나라의 개화사상을 이끈 참된 리더. 그를 표현하는 키워드들이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나라와 김옥균을 배신한 비겁한 왕’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매국노 이완과 김옥균 사이에서 흔들리는 고종 그리고 결국엔 나라를 위한 선택이 아닌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내린 그는 비참한 결말을 마주했다.

 

왕위와 사람, 그 모든 것을 지키지 못한 고종.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그런 고종의 모습을 그저 고종 다운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비난하는 관객, 그를 이해하려는 관객으로 나뉜다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픽션이 아닌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라는 점을 부각하는 듯했다.

 

나라는 나라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뮤지컬 ‘곤 투모로우’. 나답게 살고, 내 본질을 추구하는 하루를 살아야 더 밝은 내일이 오지 않을까. 내일엔 더 행복하고 더 나 다운 내 모습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웃고 있을지 모르겠다. 역사에 기반했지만 현실과도 맞닿는 스토리가 내 심장을 정확히 저격했다. 마치 김옥균을 향한 한정훈의 총구처럼.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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