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대한 두려움 [영화]

[영화] 장화, 홍련
글 입력 2023.08.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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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그리고 수미, 수연



요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수미와 수연.

 

집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새엄마 은주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녀를 반기는 것 같아 보이는 은주를 수연과 수미는 경계한다. 이들이 함께 살기 시작한 후부터 기이한 분위기와 일들이 벌어진다.

 

수미는 은주가 엄마의 자리를 빼앗은 것만 같아 증오하고, 그럴수록 은주는 수미가 보지 않을 때마다 수연에게 화풀이하며 학대를 일삼는다. 아버지인 무현은 무심하게도 이를 방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적인 요소는 요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부터 그 집에 실제로 사는 것은 수연과 무현뿐이었던 점이다.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 무현은 의사로 일하던 병원에서 간호사 은주를 만나게 되고 불륜을 저지른다. 그리고 아픈 아내와 두 딸이 함께 사는 집에까지 들이게 된다. 그 충격에 아내는 옷장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하게 되고 이를 발견한 동생 수연은 엄마를 꺼내려다가 옷장에 깔려 죽게 된다. 옷장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은주는 그 방으로 향했지만 그저 방관할 뿐 수연을 구해주지는 않는다.

 

같은 날 수연과 엄마를 잃은 수미는 큰 충격에 빠지고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허상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수연은 허상으로, 동생의 죽음을 알았음에도 구하지 않았던 은주는 자신의 또 다른 인격으로 말이다.

 

결국, 자신이 은주로부터 수연을 지키는 모습을 그들을 만들어 내서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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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을 통하여 엿보는 공포


 

이를 통해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 관객들에게는 무섭게 다가온다. 수미가 만들어 낸 세계는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다른 공포 영화들처럼 관객이 놀랄만한 장면이 이 영화에서도 있다.

 

은주의 동생 부부가 집에 초대받고 왔을 때, 동생의 아내가 발작을 일으키며 싱크대 밑에서 귀신을 봤다는 장면과 수연이 다시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집에 홀로 남은 은주가 옷장 문을 여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관객이 놀라게 만든다.


그러나, 귀신이라는 미스터리한 공포가 이 영화의 주는 아니다.

 

수미가 만들어 낸 세계를 통해서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관객이 영화를 보며 추측하며 느끼는 간접적인 공포가 이 영화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며 관람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집이 또 하나의 배우다



미장센이란 영화 속에서 보이는 인물 배치, 카메라 구도, 조명, 의상, 연기, 대사 등이다. 즉, 화면에 담긴 모든 요소를 뜻한다.

 

<장화, 홍련>은 세련된 미장센으로 여전히 극찬받는 영화이다.

 

특히 집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영화 속에서 주요 배경으로 사용된다.

 

처음 두 자매가 집에 도착했을 때 보여지는 모습은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집 안에 모습은 사뭇 다르다. 스산하다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어둡게 보인다.

 

이러한 집을 활용한 연출이 이 영화의 공포감을 더욱 더 만들어 낸다.

 

조명을 어둡게 하거나, 벽지나 가구 등을 고풍스러운 것들을 사용했다. 특히 수많은 벽과 장식으로 활용된 꽃무늬는 아름답기보다는 너무 많이 활용되어 정신이 산만해 보이고 기이해 보이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컬러들 역시도 대비감이 있고 진한 컬러들을 활용한 것이 눈에 띈다.

 

포스터에 들어간 문구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처럼 영화 장면들에 집중을 하다 보면 마치 그들의 집에 방문하여 시선을 두는 것 같은 기분을 받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걸음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영화만큼이나 유명한 OST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엔딩에서 흘러나올 때 관객들을 가장 소름 끼치게 만든다. 집을 뒤로하고 홀로 걸어 나오는 수미의 모습과 함께 깔릴 때 말이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이 영화를 특히나 좋아해 꽤 많이 관람하였던 나 역시도 여전히 엔딩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소름이 끼친다.


가족 간의 죄의식,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그 무엇보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잘 담아내고 있다.

 

 

[김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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