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아는 앙리 마티스는? - 앙리 마티스, LOVE & JAZZ

CxC 아트 뮤지엄에서 만나는 <앙리 마티스, LOVE & JAZZ> 특별전
글 입력 2023.08.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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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 메인포스터_벡터ver..jpg

 

 

나로선 앙리 마티스는 인테리어 포스터로 아주 많이 사용되는 그림들의 주인일 뿐이었다.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터라 이 인물이 미술사조에 어떤 위치에 있으며 그 영향은 어떤지, 혹은 그의 작품의 가치는 어떠한지 따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제법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앙리 마티스, LOVE & JAZZ>는 그러한 사람들을 의식하듯, 친절한 방식으로 앙리 마티스를 소개한다. 특히 그의 인생 후반부에 대해 집중하는 이 전시는, 비록 규모가 아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참관객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활동이나 인상적인 공간연출 등이 마티스의 작품관과 당시의 미술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자료 04 앙리 마티스 특별전 전시 전경.jpg

 

 

CxC 아트 뮤지엄을 처음 방문했는데, 몰 안에 있는 것인 줄 몰라 찾는데 꽤 애를 먹었다. 일반적으로 미술품 전시는 그에 걸맞은 별도의 건물에서 진행되리라 생각하니 말이다. 반드시 무언가를 관람할 목적의 사람들'만' 찾아오는 곳.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접근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관 바로 위층에 자리 잡은 이 뮤지엄은 연인이나 친구 사이, 또 가족까지도 누구나 일상적으로 쉽게 방문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몇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두 번째 섹션이었다.


마티스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이카루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새파란 벽과 노란 별 장식이 돋보인다. 나는 이 섹션에서 후기의 마티스를 대표하는 예술형식이 컷아웃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크레파스로 칠한 것처럼 보이던 뭉툭한 듯 날카롭던 그 작품들이 사실은 색종이었던 것이다.

 

대학생 시절, 현대미술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유명한 낙서 같은 여인 그림들이 아니라, 내가 접하게 된 마티스의 작품은 <이카루스> 였다. 비록 색종이로 만든 콜라주 작품인 것은 몰랐지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총격을 피해 달아나는 군인 같기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인간 같기도 한 그 그림은 내게 예술의 해석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꼭 누군가의 해석을 통해 작품을 관람할 필요는 없음을, 내가 보고 느낀 것 그 자체가 정답임을 깨달았던 거다.

 

바로 그 작품을 이 전시를 통해 다시 보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제작된(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을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크기의 그림임을 알게 되었고, 재즈라는 섹션 명처럼 그가 예술을 음악과 파동과 춤 같은 어떤 리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작품이 또 다르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단순히 작품 하나만 알 때와 작가를 알고, 그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방법 따위를 알게 됐을 때의 감상은 이전과 같을 수가 없다.

 

전시를 보러 다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어떤 것을 받아들였을 때와 어떤 사실들을 알고 나서 그것을 다시 되짚어 볼 때, 우리의 생각은 더욱 깊고 넓게 확장된다. 이는 전시가 줄 수 있는 아주 긍정적인 경험이다. 게다가 마티스의 직계 후손이 설립한 메종 마티스와 함께하는 이 전시는 마티스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또 다른 작가들의 협업 작품 또한 구경할 수 있으므로, 내 세계를 더욱 확장할 수 있다.

 

 

사진자료 08 앙리 마티스 특별전 전시 전경.jpg

 

 

좁은 공간임에도 관객들이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특히나 로사리오 성당을 재현한 마지막 섹션이 인상적인데, 스테인드글라스나 제단, 촛대 등은 비록 가짜일지라도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마티스의 말년까지의 연보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간에 소파가 있어 지친 다리를 쉬게 할 수도, 또 공간을 더욱 음미할 수도 있다.

 

작품을 더욱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미디어룸과 체험 존도 있었다. 미디어 룸에선 <붉은 방>, <붉은 화실>, <커다란 붉은 실내> 가 3면의 미디어아트로 구현되어 있다. 그곳에 한참 앉아있노라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체험 존은 나보단 조금 더 어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아쉬웠지만, 동행자가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오리고 찍고 창조하는 것은 나이를 먹어서도 재미있으니 말이다.

 

 

3-2. 샤를 도를레앙의 시.jpg

 

 

전시된 작품에는 컷아웃으로 제작된 것뿐 아니라 낙서인 듯 아닌 듯한 마티스 특유의 그림들도 여러 점 걸려있는데, 이것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뒤샹의 변기가 현대예술의 판도를 바꿨다면, 마티스의 이 그림들도 현대회화에 아주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100년, 20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그림들이 벽에 걸려 구경 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다 보면 미술이 꼭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화법들도 유행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쨌거나, 인테리어 포스터의 본좌로만 알고 있던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조금 더 예술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해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전시였다. 주말에는 현장에서 도슨트 해설도 진행되니, 이를 활용해 좀 더 깊이 있게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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