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과 미움, 그 사이에서 – 영화 ‘마에스트로’

꿈의 무대 라 스칼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지휘자의 이야기
글 입력 2023.08.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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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_메인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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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화 ‘마에스트로’의

내용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마에스트로’는 지휘자 ‘드니 뒤마르(이반 아탈 분)’가 빅투아르 상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프랑스 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은 드니는 차세대 거장으로 떠오른다. 수상 소감을 말하며 자신에게 음악을 가르쳐 준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프랑수아 뒤마르(피에르 아르디티 분)’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름에서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두 지휘자는 부자 관계다.

 

프랑수아는 자신을 이어 최고 지휘자의 반열에 오른 드니에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대신, 굳은 표정으로 수상 장면이 나오는 TV의 전원을 끈다. 택시에서 흘러나오는 드니의 음악을 못마땅해 하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공연히 신경질 부리는 그의 모습에서 경계심이 엿보인다. 곧 정상의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줘야 한다는 불안감과, 자신을 끌어내릴 수 있는 그 누군가가 다름 아닌 아들일 것이라는 직감에서 오는 묘한 뒤틀림을 느낀다.

 

드니 역시 아버지에게 유사한 감정을 갖는다. 그에게 아버지는 세계 최고의 지휘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만 하는 존재다. 40년 넘게 쌓아온 프랑수아의 오랜 연륜을 존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치기 어린 열등감을 지울 수 없다. 모든 음악가들이 간절히 꿈꾸는 무대인 ‘라 스칼라’ 극장의 지휘자 자리를 제안받은 아버지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건넬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량한 자존심과 시기의 감정에 휩싸이던 중, 드니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자신에게 와야 할 라 스칼라의 지휘자 제안이 착오로 인해 아버지에게 잘못 전달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토록 바라던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졌다는 기쁨도 잠시, 드니는 세상을 다 가진 듯 들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채 깊은 고민에 빠진다.

 

꿈의 무대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게 된 뒤마르 부자의 관계와 갈등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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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질투의 감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 혹은 간절히 바라던 것을 쟁취한 타인에게 부러움을 갖게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뒤마르 부자가 서로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처럼,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른 이들조차도 자신보다 우월한 성취를 이룬 타인을 시샘하곤 한다.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는 질투심 혹은 열등감은 대개 겉으로 드러내기 쉽지 않은 감정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티 내지 않고 남몰래 삭이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특히 부러움의 대상이 가족 혹은 연인처럼 가까운 사람일 때, 그의 성취에 온전히 기뻐해 주지 못한다면 괜히 속 좁은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 진심을 은밀히 숨기기도 한다.

 

반면, 가까운 사람이기에 오히려 감정을 숨기지 않는 관계도 있다. 작중 드니와 프랑수아는 시시하고 좀스러운 질투심과 경쟁심을 감추려 애쓰지 않는다. 서로에게 건네는 축하 인사는 누가 봐도 빈말이고, 심지어 프랑수아는 라 스칼라 입성을 으스대며 아들의 수상을 놓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상대를 향한 날선 말투와 태도는 라이벌 의식에서 비롯된 일종의 적개심을 나타낸다.

 

그러나 서로를 밉게 여기는 감정은 거리낌 없이 드러내면서도, 정작 상대를 걱정하고 위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서툰 두 사람의 이면을 볼 수 있다. 라 스칼라의 제안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버지가 느낄 좌절감과 실망감의 크기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고뇌하는 드니의 모습을 통해,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 및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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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반부는 대화와 음악을 계기로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부자의 모습을 비춘다. 오랫동안 묵혀 온 갈등과 서툰 감정 표현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헤아리고 용서하려는 시도를 통해 금세라도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사이가 가족 아닐까.

 

결말에 다다를수록 사랑과 미움, 포용과 갈등, 존경과 시기의 양가감정이 공존하는 이 특별한 관계가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스토리와 더불어,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슈베르트 등 익숙한 클래식 명곡들이 각 캐릭터의 복합적인 감정에 대한 이입을 돕는다. 드니와 프랑수아 간 격렬한 감정의 골부터, 두 사람이 마침내 화해를 이룬 후 오케스트라와 함께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하모니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통해 감응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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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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