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어두웠던 나날, 이후 남아 있는 시간 [도서/문학]

영화 <다키스트 아워>와 책 <남아 있는 나날>을 통해 역사를 되돌아보다
글 입력 2023.08.0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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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화가 가장 폭팔적으로 발전한 시점이 몇 있다. 다른 시대에 비해 많은 영감이 쏟아져 나오고 이전에 상상치도 못했던 예술품이 튀어나기도 했다. 혹은 과거의 미적 기준을 벗어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도 했다. 세상은 원하지 않더라도 그런 순간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전쟁 혹은 경제 위기와 같이 한 사람이 어찌 손쓸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중 20세기의 전쟁은 유럽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전 세계도 같이 흔들렸지만, 가장 큰 혼돈을 겪은 국가는 유럽일 것이다.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했고, 그 당시에는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러나 유럽은 하나가 아니기에 각 국가의 이득을 위해 싸웠다. 그런 상황들이 복잡하고도 흥미롭기에 아직까지 많은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다. 이는 곧 소개할 두 작품의 배경으로 쓰이기도 한다.

 

 

 

어두운 시대를 밝혀보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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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영국의 입장에서 백기를 들 것이냐, 혹은 맞서 싸울 것이냐를 두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 졌던 모습을 영화에서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처칠의 입장은 맞서 싸우자는 입장이기에 다른 차안에 비해 희생자를 각오해야 했다. 이런 측면에서 처칠이 내렸던 결정이 피도 눈물도 없었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 말할 수 있다. 그런 면을 영화 내에서 조금씩 담아낸다. 과연 어떤 판단이 옳을 것인가는 후대에 판단하게 될 일이었다.

 

처칠은 히틀러를 한낱 페인트공 따위라고 부르려고 한다. 그의 신념은 히틀러가 절대적으로 위험한 인물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히틀러와 평화 협정을 맺는 어리석은 일을 막고자, 대륙에서 고립된 군을 구출하기 위한 '다이나모 작전' 등 여러 결정이 처칠의 판단 아래에서 내려진다. 이런 판단이 결국 영국이 나치에 맞서 싸우게 된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된다.

 

역사라는 무대에서 승리자를 주인공으로 세운 영화는 참으로 많다. 특히 현대와 가장 가까웠으며 두려웠던 전쟁이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다. 그 쟁의 모든 순간들이 연표로 기록되며 각각의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다키스트 아워>가 보여주는 시간은 한달도 되지 않는 1940년 5월의 일부이다. 그러나 이 순간을 통해 그때부터 현재까지 아우르는 희열을 느낀다. 하마터면 위험한 역사 속을 살아갈 뻔 했던 아찔함과 함께 말이다.

 

 

 

지나간 순간을 성찰하다, 책 <남아 있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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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화와 동일한 배경을 다루는 작품이 하나 있다. 책 <남아 있는 나날>은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1954~)가 영국 집사를 주인공으로 세워 영국의 전통적인 신사를 모시던 이야기를 회상하는 글이다. 집사 스티븐스는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영국을 여행할 기회를 얻게 된다. 여행을 하게된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긴 과거를 회상하게 됨은 분명히 일관적이다.

 

그는 '집사'라는 정체성과 그에 맞는 '품위'에 대해 끊임없이 여행 중 되뇌이며 다니지만, 결국 집사라는 직업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책 내내 집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던 그가 아래와 같이 말하게 되는 순간에서는 스티븐스가 여행을 통해 바뀌었다는 점을 실감하게 한다.

 

스티븐스가 그동안 집사로 살아오며 지켰던 태도는 그가 모시던 달링턴 경을 열심히, 존재가 부각되지 않도록 도운 것이다. 다만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배경에서 독일의 고삐를 놓아준 역할이 바로 달링턴 경이었다는 점이다. 달링턴 경은 영국 신사로서 패전국의 대우를 심하게 할 필요가 없으며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역사의 줄거리를 아는 우리에게 이는 안타까운 방향의 노력일 뿐이었다.

 

 

 

역사를 돌아보는 두 가지 방법


 

두 작품은 같은 배경 속에서 각각 역사적 정답과 오답 진영의 인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남아 있는 나날>을 읽은 후 <다키스트 아워>를 감상하여 오답을 범했던 인물에게 잠시나마 몰입할 수 있었다. 아마 <다키스트 아워>를 시청했다면 전쟁의 참상이나 정확한 줄거리를 알고서 책을 읽었을 것이기에 그들에 대해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점이 문뜩 머리를 스쳤다. 역사의 흐름에서 승자의 역사는 정답으로 인정된다. 그렇기에 패자가 세상을 지배했을 오답의 시나리오가 있다. 지금에서야 나치가 세상을 파멸로 몰고갈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 국가의 지도자 또한 어떤 순간에도 다른 나라를 향해 돌진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감춰진 상황을 모르는 당시의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음이 틀림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끊임없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하는 순간에는 정답인지 오답인지 알 수 없다. 그저 순간의 판단에서 가장 최선의 답을 고를 뿐이다. 이 순간을 돌이켜 볼 때 합리화는 적절치 않다. 당시의 우리를 용서할 수는 있어도 반복하기를 허용해선 안될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소재로 끊임없는 작품들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전쟁에 어떤 방법으로 참여했던 어떤 사람이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 작품이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의 다른 주목은 역사를 대하는 방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생생하게 느끼거나, 그 과거를 지금 돌아보거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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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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