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야, 생일 축하해 [문화 전반]

어떤 생일은 축하하는 자의 몫이다
글 입력 2023.08.06 11: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크기변환]cake-g10a12c83a_1280.jpg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간이 지나며 나의 생일보다는 타인의 생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 기분이다. 특히 어떻게 축하해 줄지, 어떻게 기쁘게 해줄지, 몇 날 며칠 전부터 고민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도 행복이다. 물론 고민의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 사람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은, 네가 이 순간에 태어나 지금 내 곁에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이자, 올해도 너를 축하하는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음에 대한 안심이기도 하다. 매번 이 쑥스러운 마음을 전하기는 어려우니 생일을 핑계 삼는 것도 있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이만큼 너를 좋아하고 아끼고 있다고 소리칠 수 있는, 여러모로 고마운 날이다.


물론 이 행위에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나는 내 마음을 전했는데 그에 대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서운할 수밖에 없다. 생일에 마음이 상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 이유다.

 

그래서 더욱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문화가 '생일 카페'다. 일대일 상호작용이 어려운 대상(아이돌, 배우 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카페를 빌리고 마음을 다해 꾸민다. 그리고 그곳에 그 대상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본인의 창작물 등을 나누며 그 공간과 시간을 향유한다.

 

생각보다 유서 깊은 이 문화는 이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놀라울 일이 없는 당연한 요소다.


최근 필자는 유명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생일을 축하하는 플라워샵에 다녀왔다. 축하의 대상은 이미 3D를 넘어 2D까지 확장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상호작용도 불가능한 대상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꾸미기][크기변환]friendship-gd322cdf73_1280.jpg

 

 

사람이 지닌 공감에 대한 욕구를 떠올려 본다. 일대일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일대다의 관계에서 '다'를 담당하는 이들은 '다수'라는 이름 아래 묶이지만, 그 안에서는 모두 개별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랑하고 아끼는 대상이 동일하다는 것뿐이다. 그 공통점은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발현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깊이 내재하여 있거나 숨겨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발현될 만한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다 보면 그에 대해 얘기하고 싶고, 동일한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공감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직접 오프라인으로 팬들이 모이는 장소(콘서트, 관련 매장 등)에 가면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역시 공감에서 비롯되는 면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얘기하고 함께 환호하는 그 공간 자체가 공감의 장이다. 평소 발현되지 않았던 공통점은 그 공간의 전제로 깔려 있다.


그런 대상의 '생일'이라는, 1년에 하루밖에 없는 날은 최대의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 공통점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은 서로 직접적인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공유하는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이 공간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한다. 어떻게 보면, 모여서 공감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에 생일은 이용당한 것 같기도 하다.


이때 생일의 상호작용은 생일의 당사자와 축하하는 사람의 일대일 관계가 아닌, 생일을 축하하는 사람들 간에 더 넓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일의 의미 역시 확장될 수 있을 터다. 단순히 누군가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것을 넘어, 그 대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날.

 

이런 생일이라면, 앞으로도 서운할 일은 없겠다.

 

 

 

유지현.jpg

 

 

[유지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