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올여름의 피서 - 다른 여름

글 입력 2023.08.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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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앰 맴 매앰 맴 -

 

막이 내리고도 지속적으로 내 귓가에 머물렀던 매미 소리. 연극을 보는 내내 여름 순간의 한가운데 폭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한여름날의 뜨거운 에너지를 정통으로 맞고 돌아온 듯한 경험이라고 해야 하나?

 

무대 4면을 활용하여 뜨겁게 뛰어다니는 배우들의 뜨거운 호흡과 땀방울은 실제 스포츠 경기장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체감상 에어컨이 빵빵했던 공연장은 꽤 서늘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더위가 온전히 전달되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연기와 사운드 연출 덕분인지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그대로 구현되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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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늘 영원할 것만 같다.

 

왜인지 모르겠다.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햇빛 아래 한가운데 서 있노라면, 나를 뒤덮고 있는 무서운 무더위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바싹 마른 바닥이 밟히고, 온몸에 뜨거운 열기가 감싸고, 혓바닥이 타는 것 같은 기분. 도무지 그늘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가? 강렬한 해가 살을 뜨겁게 태울 때는 머리가 멍해지면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까지 든다.

 

정말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여름날, 핸드볼 선수 고곽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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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만큼은 다른 여름이기를

 

<다른 여름>은 나의 일부였던 이번 여름을 성숙하게 보내고 또다른 여름을 준비하고자 하는 한 소년의 성장통을 그린 연극이다. 코트 아래에서 뜨겁게 뛰는 고곽대와 최고작은 여름의 마지막을 앞두며, 지난날의 아픔을 끌어안은 채 하나가 된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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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체육관, 그 뜨거운 열기

 

배우들의 표정, 손짓, 발걸음, 땀방울 하나하나 정말 놓칠 것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저런 표현력을 가질 수 있을까? 뜨겁고 강렬한 한여름날의 체육관의 모든 이야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코트 위에서 몸부림치는 고곽대와 최고작의 움직임, 순수한 꿈 그리고 열정, 성장, 실패와 좌절, 두려움, 용기를 아우르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담아 낸 다채롭고 풍요로운 배우들의 몸짓과 눈빛 하나하나가 온전히 전달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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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곽대의 이야기

 

성장기에 실패한 선수로서 겪게 되는 아픔, 트라우마, 그 모든 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다. 누구나 각자의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고곽대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은 뭐랄까, 일반적이지 않았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첫 번째 단계는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겪은 아픔을 부정하지 않을 때, 그리고 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속에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다.

 

고곽대는 그러지 못했다. 인정의 단계에서 발을 헛디딘 고곽대는 일종의 분열을 겪고 자신이 선망하고 있는 또다른 가면을 만들어 낸다.

 

이름마저도 최고작. 최고작이 된 고곽대, 고곽대가 된 최고작, 고곽대 선배가 된 최고작, 고곽대 선배가 된 고곽대, 순간순간마다 나오는 고곽대의 새로운 모습들이 매우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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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사 고곽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을 고곽대들에게

 

무대의 모든 공간을 활용해 뛰어다니며 자신이 만든 가면 뒤에 숨은 고곽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알게 모르게 씁쓸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연극을 통해 이런 고곽대라는 인물이 주변 어른들과 소통하며, 그리고 자기 자신 스스로 분투하며 자신만의 지지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말 재미있었다.

 

고곽대가 이번 일을 계기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시금 성장할 수 있었겠지? 선수로서의 자아, 소년으로서의 자아, 고곽대로서의 자아를 되찾았겠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테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과의 신뢰가 형성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두 배우의 몸부림과 함께 호흡할 때마다, 나의 지난 여름날의 아픔이 불쑥 올라오는 것 같기도...... 연극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 고곽대들에게 무겁지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끝이 났다. 지금 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도 어쩌면 '빙신 쪼다 오줌싸개'로서의 여름을 전부 견디고 비로소 다른 여름을 맞이한 것일 수도 있을 것!


이번 여름을 뜻깊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올여름 피서는 <<다른 여름>>으로 떠나 보는 것이 어떨까.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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