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심을 연주하다 - 이루마 솔로 SOLO

우리의 첫 클래식
글 입력 2023.08.0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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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친구들은 초등학생 때 피아노, 태권도, 미술학원 중에 하나를 다닌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그랬다. 악보 보는 것에 적응하고, 어느 정도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연주하고 싶은 곡도 생긴다.

 

대부분은 히사이시조의 Summer, 이루마 River Flows In You, 그보단 조금 어려운 와이먼의 은파였다. 자랑을 좀 해보자면 난 세 개 다 연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루마의 다른 곡들도 몇 개 연주가 가능하다. 아직까지도 심심하면 거실에 놓인 피아노를 치곤한다.


처음 다녔던 학원이 피아노 학원이었다. 그때는 오빠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를 졸라서 갔던 첫 학원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피아노 학원에 가면 같은 반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반 친구들도 많이 보였다. 저학년 때는 다른 반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잘 없는데 그곳에서는 만날 수 있었다.

 

마치 만남의 광장 같았다. 어쩌면 피아노보다 학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게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쉬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학교와 다르게 학원은 주어진 숙제만 다 한다면 제한 없이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 학원 가는 것을 되게 좋아했다.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피아노 학원에 있는 피아노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잘 조율돼서 완전한 소리가 나고, 가벼워서 치기 편한 피아노가 있는 반면에 조율이 되지 않았다거나, 페달이 고장 났거나, 무거워서 오래 치기 힘든 피아노도 있다. 며칠 가다 보면 어느 피아노가 좋은지 알게 돼서 그 방만 찾게 된다.

 

친구들도 다 같은 생각인지 다른 방에서 치다가 좋은 방이 비었으면 재빨리 옮기기도 하고, 아예 방 앞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귀여운 경쟁이었다. 연주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좋은 피아노로 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좋은 방 쟁취를 성공해서 연주하다 보면 금세 지루해진다. 귀에 익지 않은 같은 곡을 10번 이상 연주하는 탓이었다. 대게 체르니, 소나티네 안에 들어있는 곡은 처음 듣는 곡이라 연주하면서도 이렇게 치는 게 맞나 긴가민가하다. 그때 내가 지루함을 피해서 연주했던 첫 곡이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였다. 어느 정도 연주가 가능한 실력이 되면, 선생님이 클래식 곡을 인쇄해서 줬다.

 

숙제를 연주하다가 지루해질 때면 그 악보들을 펴고 연주하며 지루함을 떨쳤다. 학원에서도 일상 속에서도 이루마 곡은 무의식에도 자주 접했던 터라 연주하기 훨씬 수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주하기 쉽게 변형된 악보라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좋은 피아노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대표곡을 연주하니 스스로 어깨가 으쓱 올라가기도 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는 음악실로 이동해서 수업을 한다. 음악실엔 늘 피아노가 있었고, 수업에 일찍 도착할 때면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친구들이 하나둘 씩 모여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곡을 연주하곤 했다. 피아노를 잘 모르는 친구들은 그 모습을 되게 높게 평가했다. 나는 전자에 속했다. 특히 이루마 곡을 연주하면 친구들도 귀에 익은 곡이자 클래식이기 때문에 더 우러러봤던 것 같다. 학생 때는 그런 반응도 꽤 즐겼다.

 

이처럼 나는 이루마 음악만 들어도 추억을 회상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이루마SOLO-오리지널_표지-표1.jpg


 

<이루마 SOLO ORIGINAL>은 이루마의 원곡 앨범의 감성과 테크닉을 그대로 담아낸 이루마의 두 번째 원곡 악보 시리즈이자,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이다. 14곡이 수록돼있는데, River Flows In You와 Kiss The Rain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연주해 보니 쉽게 변형되지 않은 원본 악보라 예전에 연주하던 악보랑 다른 부분도 있었고, 오히려 더 신선했다. 잘 모르는 곡과 함께 전곡을 ‘유튜브 이루마 공식 채널’을 찾아 들어봤는데 확실히 더 세련된 연주를 들을 수 있었고, 숨은 명곡을 찾아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명성을 얻어 유지하기는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루마는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 피아니스트를 넘어서 본인의 곡을 모두 직접 작곡하고, 그뿐만 아니라 영화, CF, 애니메이션 OST 및 백지영, 에일리, 샤이니 등 다양한 가수들의 곡 작업에도 참여하며 작곡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에일리조차도 부르기 힘들다고 했던 이 이루마가 작곡한 곡이다.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음악으로 국경을 넘어 세계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그 음악이 그들 인생의 소중한 순간에 삶의 배경음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곡과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루마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무르길 바란다.

 

더해서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에 많은 귀감을 주고 있는 그의 앞으로를 계속해서 응원한다.



[서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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