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타인의 여행을 만드는 사람 - 여인철(루이스 Louis) 여행가이드

글 입력 2023.07.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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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핑크라군'

 

 

익숙한 곳을 떠나 보면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생각이 떠오르고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여행으로 삶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여인철(루이스 Louis) 여행가이드의 삶도 10여 년 전 지인을 보러 갔던 칸쿤 여행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여행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던 사람이 여행을 업으로 삼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멕시코에서 여행객들을 맞이하며 살고 있다.


외국에 살며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여행가이드는 어떤 직업보다도 낭만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여행 좋아하는 이들이 여행가이드를 꿈꾸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직자인 여인철 여행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여행가이드가 되기 위해 여행에 대한 애정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이 누군가의 기억을 만드는 일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휴가차 한국에 들어온 여인철 여행가이드를 만나 타인의 여행을 만드는 일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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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시는 분 중에 이 일에 관심 보이는 분이 종종 계신데,
정말 현실적으로 말씀을 드려요.
아무리 여행을 좋아해도 가이드로서의 마음가짐이 없다면
이 일은 할 수 없다고요."
 


안녕하세요,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여행사에서 멕시코 지역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사무실에서만 근무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가이드로도 일하며 직접 여행지를 소개하고 안내해요. 멕시코의 칸쿤, 카리브해, 마야문명을 보러 오시는 분들의 여행을 돕습니다.

 

 

여행업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외모가 조금 이국적이라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이국적인 것에 끌렸고, 여행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직장생활 할 때는 거의 여행을 다니지 못했죠. 여행이랑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했고요.


그렇게 살던 어느 날 지인을 보러 여행 겸 멕시코 칸쿤에 가게 되었어요. 칸쿤의 풍경과 카리브해를 보는 순간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남은 인생은 이런 풍경을 보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걸 계기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행업계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 여행이 가이드님의 인생을 바꾼 셈이네요.


맞아요. 그전까지는 일밖에 몰랐어요. 저는 지금도 처음 카리브해를 본 순간을 잊지 못해요. 에메랄드빛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때 제가 받았던 감동을 여행 오시는 분들도 꼭 느끼셨으면 해요. 그 마음으로 가이드 일을 합니다.

 

 

여행을 취미 삼는 것과 업으로 삼는 건 완전히 다른 것 같은데, 가이드님은 여행업이 잘 맞으셨나 봐요.


맞아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호기심 많은 성격 덕인 것 같아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물론 어려운 점도 많아요. 여행을 좋아한다고 덥석 여행업계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여행 오시는 분 중에 이 일에 관심 보이는 분이 종종 계신데, 정말 현실적으로 말씀을 드려요. 아무리 여행을 좋아해도 가이드로서의 마음가짐이 없다면 이 일은 할 수 없다고요.

 

 

'가이드로서의 마음가짐'이란 무엇인가요?


나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해요. 내가 어떤 마인드로 손님을 대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제 기분이 손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스무 시간 가까이 힘들게 비행기를 타고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저니까요. 제가 한국어를 쓰면 굉장히 반가워하시는데, 그때 늘 다짐해요. 나에게는 매일 오가는 일터이지만 이분들은 돈과 시간을 내서 큰맘 먹고 오는 곳이다. 그러니 그 마음을 망가뜨리지 않고 좋은 기억만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요.


또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더 많은 걸 손님들에게 알려드리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책이나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걸 여행지에 와서 두 눈으로 직접 보면 정말 느낌이 다르거든요. 제가 처음 칸쿤에서 본 풍경을 잊지 못하듯이, 손님들도 여행지에서 본 것들을 오랫동안 기억할 거라 생각해요. 그 기억이 좀 더 생생하도록 돕는 게 가이드의 역할이죠.

 

 

늘 그런 마음과 태도를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을 듯해요.


머릿속에 주문을 외는 것 같아요. 그렇게 계속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손님을 보면 자동으로 웃음이 나와요. 항상 무언가를 보여드리고 알려드리려고 하는 태도가 몸에 뱄죠. 어느 정도는 타고난 성격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부모님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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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문명 중심지 치첸이트사(Chichén Itza)의  ‘엘 카스티요 피라미드’

 


“오랫동안 여행객들을 지켜보니

여행을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인 것 같아요.”

 


지금은 한국보다 멕시코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계시죠. 가이드님이 보는 멕시코는 어떤 나라인가요?


멕시코는 우리나라와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도 정서 부분에서는 꽤 친숙한 나라예요. 대표적으로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지금의 한국은 핵가족을 넘어서 1인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대가족 중심이었잖아요. 멕시코에서는 아직도 온 가족이 한 마을에 어울려 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가족애도 강하고요. 그래서인지 가족에 대해서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듯해요.


파티를 굉장히 좋아하는 나라이기도 해요. ‘집에 쌀이 없어도 파티복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사람들이 흥이 많고 전체적으로 즐기는 분위기가 있어요. 우리나라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요즘 멕시코는 대한민국에 호기심이 굉장히 많아요. 케이팝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누구보다 여행과 가까이 있는 가이드님에게 여행 이야기도 좀 더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가이드로서 또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모두에게 여행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여행객들을 지켜보다 보니 여행을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인 것 같아요.


여행을 떠날 때만큼은 항상 들뜨고 설레는 마음을 가져야죠. 좋지 않은 감정은 다 두고 와야 하는데, 그걸 여행지까지 끌고 오시는 분들을 종종 봐요. 그럴 경우 여행 와서도 많이 다투세요. 옆에서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뿌듯한 순간도 있어요. 멕시코에 신혼여행을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그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가족들과 다시 멕시코를 찾기도 하고 몇 년 후 아이와 함께 오기도 하거든요. 일상을 살다가 그렇게 한 번씩 여행을 다녀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 있고 감정이 안 좋더라도 사람이 바뀌어 돌아가곤 해요.

 

 

여행이 일이 된다면 오히려 쉴 때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부장님은 평소 여행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좋아하죠. 요즘도 틈이 나면 여행을 떠나요. 시간만 된다면 매일 여행만 다니고 싶어요. (웃음) 멕시코에 살고 있다 보니 여행도 주로 멕시코 현지나 미국 쪽으로 다녀요. 최근에는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왔어요. 평소 자연경관 보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참 좋았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을 보면 자연에 승복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겸허해집니다.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가이드님도 여행 가실 때는 여행가이드와 함께 다니시나요?


그럼요. 제가 가이드인데 가이드와 같이 다닌다면 의아해하는 분도 계셔요. 하지만 저는 가이드야말로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해서 가도 현지에 계신 분보다 잘 알기 힘들어요. 이 일을 하다 보면 여행 전에 여행객끼리 잘못된 정보를 진짜인 것처럼 공유해서 오시는 걸 종종 보는데,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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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핑크라군'

 

 

“내가 자신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말로 안 해도

몸으로 나타나는 것 같은데, 저도 그래요.

앞으로도 이 일이 재밌을 것 같아요.”

 


여행업은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분야인데요, 가이드님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누구나 그랬듯이 처음에는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해프닝으로 지나가겠거니 했죠. 전 세계 여행길이 다 막혀버려서 저도 한국에 돌아와야 했을 때에야 실감이 났습니다. 걱정을 하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더라고요. 세상 모든 어려운 일이 제가 걱정한다고 사라질 거였으면 진작 사라졌겠죠. (웃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주도에 자주 갔어요. 안 믿으실 수도 있는데 사실 그전까지 제주도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배낭을 매고 하염없이 해안가를 걸어 다니다 보면 마음이 좀 차분해지더라고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더 마음을 편히 먹으려 했어요.


사람이 너무 잘되면 거만해질 수도 있는데, 그 시기가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기간이자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여행이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해서 다행입니다. 가이드님이 이 일을 하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늘 손님들에게 무언가를 알려드리는 입장이라서 손님의 반응을 볼 때가 가장 신나고 재미있어요. 여행 일정이 끝나고 손님들이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면 제가 늘 메신저로 잘 도착하셨는지 마지막까지 챙겨요. 그럴 때 장문의 답장이 자주 오는데, 그게 가장 뿌듯해요. 보내주신 답장을 읽으며 다음번에 보완할 점도 생각하고, 더 많은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마음먹기도 해요.

 

 

가이드님이 이 일을 하면서 배우거나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직장생활만 할 때는 나와 내 가족만이 중심이었는데, 이 일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요. 특히 이 일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젊은 분들을 만나며 많이 배웁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일을 찾기를 잘했어요. 저와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이드님이 꿈꾸는 미래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요?


여행가이드 일을 지금처럼 계속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 오시는 분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어요. 내가 자신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말로 안 해도 몸으로 나타나는 것 같은데, 저도 그래요. 앞으로도 이 일이 재밌을 것 같아요.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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