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로도 충분한 카스미 - 보통의 카스미 [영화]

글 입력 2023.07.2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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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소바타 카스미는 자갈과 모래를 깔고 앉아 바다를 보는 게 습관이다.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나 싶다가도, 풀썩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다 급작스럽게 동창을 만나 동행하는데 그만큼 카스미는 좀 쿨하다.


이런 그의 주변에는 연애를 하니 마니, 결혼, 임신, 불륜 같은 말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당최 카스미는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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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의 카스미>는 MZ 세대가 특히 공감할 만한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I Am What I Am’


영제야말로 이 영화가 내포하는 바를 잘 설명하는데, 즉 나는 나로도 충분하다는 것. 삶을 살아간다는 건 나의 정체성을 깨닫는 길고 긴 여정일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영화의 주인공 카스미는 남들도 택한 방식보다는 주변 인물들과 겪는 일련의 사건 안에서 나 자신에 집중한다.


데이트 제안, 연애 제안, 소개팅 주선 등등 마치 챌린지를 마련한 것처럼 세상이 카스미를 난처하게 만들지만 그는 솔직하게 자신이 이 같은 방식의 교감에는 관심없다고 상대방에게 고백한다.


물론 누군가는 거절 받았음에 상처를 받고 떠나기도 하지만,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치사한 거짓으로 대응하지 않기에 꽤나 예의 있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


이 영화가 청년 세대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해방감도 느끼게 한다.


극중 카스미의 아버지는 초반 등장부터 표정도 없이 어딘가 모르게 우울하다. 그런 감정을 다스리려는 듯 줄넘기를 하고 미대를 나온 카스미가 언제든 첼로를 켤 수 있게 닦아놓는다.


그리고 그간 쌓인 고민과 스트레스에 카스미 자신은 남들이 하는 방식의 교감에는 관심이 없다고 가족들에게 토해내는 극의 정점 구간에서 아버지는 울음을 터뜨린다.


반전인데 아버지는 다음날 아침부터 야무지게 밥을 두 그릇씩 드시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선언을 한다. 카스미의 고백에 아버지도 무언가 결단을 내린 걸까.


아마 정년이라는 시기, 회사를 나오게 되었을 때 자신의 줄어들 입지에 아버지는 불안했을 거다.


그런데 카스미가 ‘보통의’ 그 나이대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며, 세상에 내뱉어도 바뀐 건 아무것도 없고 다 괜찮음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으니.


아버지는 자신이 틀에 박힌 통념에서 벗어나도 될 그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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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의 카스미>는 너그러운 주변인, 굳센 나 자신으로 살아도 별 탈 없을 거라는 위안을 주었다.


저마다 정체성은 각자가 정한다.


그러니 가족과 친구,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자기 탐색을 하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그가 어느 순간 선언처럼 고하는 날에 가감 없이 응원해 주자.


 

[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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