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서 '손쉬운 해결책' - 이란 것이 과연 존재할까?

글 입력 2023.07.24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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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도서점, yes24나 알라딘과 같은 온라인 서점을 방문하면 힐링 에세이, 자기계발서 도서들이 서점 베스트셀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도서들을 꽤 많이 읽은 편이다.

 

한때 일반 에세이나 문학·소설 장르들이 주름 잡던 공간을 다른 분야의 도서가 차지하게 된 건, 아마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하나같이 어딘가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아프고 힘든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자기계발서, 힐링 에세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라고 한다. 내면을 강하게 키워 외부의 악조건을 무시하고 견디라고 얘기한다. '나'와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집중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치유해주고 보듬어주는 내용인데 '나 자신을 사랑해라'라는 말이 빠지면 좀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그 말들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다. '나'라는 것은 절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기에,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하는 나를 사랑하는 건 옳은 일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주변인에게 더 큰 관심을 갖는 것도 맞는 말이다. 사람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적인 동물이니 아무리 나를 열심히 사랑한다 한들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실전은 다르다. 아무리 내가 마음을 강하게 먹었어도, 누군가 나와 내 주변을 욕할 때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이제 차이점은 이 화를 단순히 입 밖으로 내뱉느냐, 아니면 참느냐, 그것도 아니면 더 강하게 얹어서 되돌려주느냐.

 

하지만 여타 책에서는 이렇게도 얘기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라." 그들은 우리를 너무나도 쉽게 싫어하는데, 역으로 우리는 왜 그들을 싫어해도 된다고는 얘기해주지 않는 걸까? 그들의 욕을 무시하고, 용서하고, 그 시간에 나에게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받은 증오에 똑같이 증오/복수로 화답하는 게 옳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비난과 비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하는 의견을 낸 것이기 때문에 이 문장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는 않았으면 싶다.)

 

*


도서 《손쉬운 해결책》은 자존감, 긍정심리학, 그릿, 넛지, 무의식의 힘, 파워 포즈, 편견 검사, 청소년 슈퍼범죄자 설 등 현대 심리학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들과 그 사용에 대해서 시원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심리학 용어들을 사용한 자기계발 심리학이 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비평하고 있다.

 

가령 A라는 실험 결과로 인해 B라는 결과가 도출될 순 있지만, 그 실험에는 다른 변수들도 개입되어 있기에 온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인간의 감정, 심리 그 자체만을 실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라는 게 살면서 오늘은 날씨가 좋아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또는 날이 흐려 왠지 기분이 다운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존감, 무의식의 힘 등을 실험한다면 과연 합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보다보면 납득이 가고 이해는 되지만, 책 자체를 쉽게 읽는 것은 불가능했다. 얘기하자면 이 책은 어렵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이론에 국한되었다. 자존감 프로그램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바우마이스터 팀은 애초에 "자존감 프로그램이나 다른 개입 조치들이 자존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증거는 상대적으로 거의 찾아내지 못했다". 광풍이 시작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이 근본적인 질문을 다룬 견실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했고, 존재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자존감뿐만 아니라 학습법, 시민권, 갈등 감소 및 다른 변수들까지 겨냥하기" 때문에, 자존감의 역할만 따로 떼어내는 방식으로 결과들을 해석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자존감이 (예를 들자면) 학업 성과의 원인이라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자존감을 강화할 수 있는 증명된 개입 방법은 없다.
 


이 도서의 제목인 《손쉬운 해결책》이란 앞서 얘기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자기계발 심리학들을 대신하여 손쉽게 해결해준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계발 심리학을 비꼬는 제목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읽었던 자기계발 도서들은 '손쉬운 해결책'으로 둔갑하여 우리를 현혹시켰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반어적인 표현이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자기계발서를 꽤나 읽은 내가 책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했더니 그 심리가 조금 나아지기도 했지만, 나아지지 않은 부분도 있는 간증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가야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손쉬운 해결책》 도서에서는 그 해결책까지 말해주진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도움이 되는 부분은 챙기되, 너무 맹신하지는 말 것.

 

자기계발 심리학 도서가 모두, 완전히, 100%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쓴 책 역시 그들이 직접 겪고, 느끼고, 배우고, 변화된 일을 썼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학창시절 배웠던 비판과 수용을 이곳에 적용시킬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짧은 시간 안에 한 번만 읽고 모두 파악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어서, 시간을 두고 찬찬히 다시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손쉬운 해결책_표1띠.jpg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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