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Hi, Barbie! [영화]

글 입력 2023.07.2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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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비>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단순하게 "유쾌하다", "예쁘다"라는 말로 짧게 정리해버릴 수는 없다.

 

바비 랜드의 주인인 바비들은 바비 랜드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리고 바비 랜드는 그야말로 '드림 월드'다. 알록달록한 인형의 집들이 모여있고, 조개 모양 침대가 있는 침실에는 수영장까지 이어지는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다.

 

영화 <바비>는 우선 화려한 소품, 미술, 의상으로 관람객의 눈을 현혹한다. 감독 그레타 거윅은 <바비>의 세트장을 보고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고 하는데, 그럴 만도 하다. 곧장 바비들이 반겨줄 것만 같은 바비 랜드가 2시간 내내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환상 속에 살던 완벽한 전형적인 바비는 어느 날 자신의 완벽한 까치발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 세계를 찾게 된다. 그리고 바비는 현실이 바비 랜드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며 혼란스러워한다.

 

바비 랜드에서는 분명 여자 모습의 인형들이 말 그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어서 다양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바비는 여성 CEO, 여성 CFO, 또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를 찾아볼 수 없음에 당혹스러워한다.


켄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바비 랜드에서 켄은 바비가 자신을 바라봐 줄 때, 바비와 함께 있을 때, 바비가 자신에게 인사해 줄 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했었다. 켄은 '바비, 그리고 켄'의 켄이기 때문이다.

 

그런 켄에게 누군가 "지금 몇 시예요?"라고 물어왔을 때, 켄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바비와 떨어져 있는 켄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 준 것이다. '바비, 그리고 켄'이 아닌 상태의 켄이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 켄은 이상한 방향으로 켄을 만들어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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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지닌 페미니즘 메시지는 선명하다. 바비도, 켄도, 그리고 앨런, 인간들 모두가 그저 존재할 수 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존재하는 것 자체의 충분함은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지고 타고나는 것이다. 그것이 영화 결말에서 바비가 깨닫게 되는 사실이고, 이를 바탕으로 바비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스스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바비가 누구인지는 다른 이의 허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바비 자신의 결정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켄 스스로 켄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 역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켄이 켄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결국 바비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인데, 그렇게 '바비, 그리고 켄'을 벗어난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가 <바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말에서 바비의 행보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조금 더 나아가서 자신을 알아가고자 했던 것은 <바비> 속 바비이기 때문에.

 

아주 짧게 압축하자면, 주인공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어느 영화든 그럴 것이겠지만은. 그 가운데서 주인공이 바비라는 점, 그리고 페미니즘적인 메시지가 부드럽게 녹아들어 갔다는 것이 <바비>의 큰 특징이자 강점일 것이다.

 

주인공이 '바비'라는 점은 메시지의 무게를 그리 무겁지 않아 보이게 한다. 틈틈이 공백을 메우는 개그 포인트 역시 그러한 역할을 했으리라. 눈도, 귀도, 마음도 즐거운 영화로 찾아온 바비에게 우리 모두가 "Hi, Barbie~"하고 인사할 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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